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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는 2일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 말을 빌려 세월호 인양이 문재인 후보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후보쪽은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SBS는 2일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 말을 빌려 세월호 인양이 문재인 후보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후보쪽은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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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하루 전날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라는 한 해수부 관계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했다.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의 '단독' 치고는 문제가 있는 보도였다.

2일 SBS가 보도한 세월호 인양 관련 단독 보도(관련 기사 : 문재인이 세월호 인양 연기? SBS에 낚인 국민의당)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문재인 캠프 측이 2일 밤 즉각 반박하는 논평을 낸 데 이어, 3일 오전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SBS 본사를 항의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당한 SBS 세월호 고의 인양 지연 문재인 후보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해 SBS 사과 방송했지만 미흡합니다. 즉각 해당 공무원 밝혀야 합니다. 해수부는 황당하다며 SBS에 법적조치를 취한다고 합니다. 기회다하며 가짜뉴스에 부화뇌동 국민의당 정신 차리세요.

9시 기자회견을 통해 허위보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습니다. 12시 저와 박광온 공보단장, 박주민 의원 등 SNS 본사 항의 방문합니다. 강력하게 모든 조치를 동원하여 대응하겠습니다."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 "최근 기사 중 최악"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나온 SBS의 이 단독보도는 그 진위를 의심케 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언론사의 '대선 개입'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SBS 보도 직후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과 박지원 대표는 각각 논평과 SNS 게시글을 통해 "문재인 후보 사퇴"와 "검찰 조사와 국회 국정 조사"를 촉구했다.

"최근 들어 많은 쓰레기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이 기사가 가장 최악인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3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SBS <8시 뉴스>의 세월호 인양 관련 보도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박 의원은 "마치 2012년 마지막 TV대선토론이 끝난 후 갑자기 경찰이 심야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정원이 대선개입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거짓을 주장한 것과 비슷해 보인다"라고까지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세월호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SBS를 비롯한 언론에 짧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지나친 특종 경쟁, 단독 보도 경쟁하지 마십시오. 2014년 4월 16일, 대부분 언론이 받아쓰기 속보 경쟁하다가 전원 구조 오보를 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이 보도를 접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역시 장문의 글을 통해 "세월호와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SBS와 정치권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유 위원장은 "당리당략을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본질을 왜곡하며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십시오"라며 "그럴 시간과 힘이 있다면 당장 세월호로 달려와 미수습자를 찾는 일에 쓰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는 SBS 보도의 이렇게 말했다.

"SBS '단독'보도로 인해 세월호 인양지연의 책임이 문재인 후보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적폐의 핵심세력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까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합니다.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세월호 인양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며 지연한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은 박근혜 일당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박근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문재인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먹는 건 경우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이야기 합니다. 저는 지금 문재인 후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체와 바른정당 대다수)이 세월호 참사 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기막힌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SBS의 이해할 수 없는 단독 보도

 SBS는 2일 8시 뉴스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를 제목으로 보도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국민의당은 이 보도를 토대로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맞춰 세월호 인양을 연기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 기사 내용은 거꾸로 해양수산부가 차기 정부 눈치를 보느라 뒤늦게 인양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SBS는 2일 8시 뉴스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를 제목으로 보도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국민의당은 이 보도를 토대로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맞춰 세월호 인양을 연기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 기사 내용은 거꾸로 해양수산부가 차기 정부 눈치를 보느라 뒤늦게 인양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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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보인다. 또 SBS는 마지막 대선 TV토론이 방송되기 직전 이 보도를 내보냈다. SBS의 보도는 방송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인양 문제와 관련한 어제 SBS 8 뉴스 보도 건으로 혼란이 빚어진데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민감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된 데 대해 SBS 보도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내부 논의를 거쳐서 해명할 것, 정정할 것 등을 가린 뒤에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3일 오전 김성준 앵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말을 올렸다. SBS는 포털에 전송된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또 3일 오전 <모닝와이드 1부> 방송에서도 "기사의 원래 취지는 정치권 상황에 따라 변화해온 해수부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보도 내용에 충실히 의도를 담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단독 보도가 나온 이후 <모닝와이드> 사과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지원은 기술 문제"라며 즉각 반발하고 또 3일 관련 브리핑을 자청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일 것이다.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기사를 '단독'까지 달아가며 보도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대선 후보의 이름이 언급된 부분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해수부 관계자의 멘트를 그대로 인용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세월호 참사'까지 끌어들인 SBS, 진상 조사 필요

"특정 후보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게 읽힌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특히 미수습자 수습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앞뒤 안 재고 얘기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의 본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유경근 위원장의 호소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가짜뉴스'와 그로 인한 주장에 피해를 받고 있다. 

'개혁'을 천명했던 SBS의 이번 보도는 많은 국민들에게 참담함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준 일이라 할 수 있다. SBS의 철저한 반성과 진상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SBS는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지적을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 인양과 문재인을 연결시킨 SBS의 악의적 오보,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었다. 담당 기자는 물론 보도본부에 법적 책임을 묻고 정치적 의도를 파헤쳐야 한다. 그 이전에 당장 항의 방문해야 한다." 


태그:#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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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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