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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 주기적 불황, 지역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패신화와 토건국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고 공정국가의 길을 열지 않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연재 글 5편을 기고합니다. 이 글은 그 세 번째입니다. -기자 말

이재명 어깨 토닥인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경기 성남시청을 방문해 아름다운 경선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후, 이재명 시장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다. 지난 경선에서 문 후보와 경쟁했던 이 시장이, 시청을 방문한 문 후보를 맞이하면서 후보 확정 후 첫 만남이 이뤄졌다.
▲ 이재명 어깨 토닥인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 7일 경기 성남시청을 방문해 아름다운 경선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후 이재명 시장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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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4월 27일 경기도 성남시 유세에서 "이재명이 꿈꾸는 대한민국, 이제 저 문재인의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 무상 공공 산후 조리원, 전국 최초 청년배당, 성남시 의료원 착공, 전국 최초 무상 교복, 박근혜 정부의 반대를 뚫고 이룬 성과라 더 값지다"며, "정치는 이래야 한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권 교체가 진짜 정권 교체다"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언론은 문 후보의 이런 발언을 진보적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의도한 것으로 해석하지만, 본심이 어떠하든 무척 중요한 선언을 한 셈이다.

그 전날 문재인 후보 캠프 국민주권 선거대책 위원회는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 인사들로 구성된 캠프 내 기본소득위원회를 후보 직속 기구로 격상시키기로 결정했다. 언론은 이 결정을 두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놨던 기본소득 정신을 계승하며 인력은 물론 정책까지 흡수, 화학적 결합을 마무리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문 후보는 경선 직후에는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의 정신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경선 이후의 진행 상황을 돌아보면, 문재인 캠프는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이재명 노선을 이어받아 정책의 통합을 이루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내용상으로는 어떨까? 과연 문 후보 측은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의 내용을 수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려면 먼저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의 내용과 특징

이재명 표 기본소득은 생애주기별 배당, 특수배당, 토지배당 등 세 가지 배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애주기별 배당은 0~12세에게 아동배당, 13~18세에게 청소년배당, 19~29세에게 청년배당, 65세 이상에게 노인배당을 1인당 연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특수배당은 장애인과 농어민에게 1인당 연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이 중 장애인배당은 장애인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하여 중복수혜를 허용한다.

토지배당은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전국의 모든 토지 소유자들에게 국세인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여 그 세수를 전액 모든 국민에게 1/n씩 분배하는 것이다. 일단, 임기 중에 15.5조 원을 증세해서 국민 1인당 매년 3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요 예산은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에 28조 원, 토지배당에 15.5조 원 합해서 43.5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소요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이재명 시장 캠프가 제시한 재원 확보 방안은 재정 관리 강화로 30조 원, 재벌·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강화로 15조 원, 조세 감면 제도 개선으로 5조 원, 초고액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강화로 2.4조 원, 국토보유세 도입으로 15.5조 원, 합해서 67.9조 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시장은 재정 관리 강화로 확보되는 30조 원으로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을 집권 첫 해부터 바로 지급하고, 토지배당은 국토보유세의 입법화와 제도 정착을 기다려 2단계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든 배당은 지역화폐 역할을 하는 상품권으로 지급하여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를 도모하고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다.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에는 네 가지 철학이 담겨 있다.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으로 2800만 명의 국민에게 연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하는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국토보유세를 걷어 1인당 연 30만 원씩 토지배당을 지급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토지권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모든 기본소득을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을 넘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며, 제도 도입 후에도 예산을 더 확보하여 기본소득 지급액을 늘려가고자 하는 것(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를 1인당 월 50만 원, 연 600만 원으로 잡았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새로운 분배체계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시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요컨대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는 단순히 그럴싸한 정책 여러 개를 나열해서 관련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는 선거용 공약이 아니다. 부동산 특권을 타파할 국토보유세,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기본소득,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을 제공할 지역 상품권, 이 셋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불평등과 불공정에 신음하는 이 땅을 재조(再造)하려는 원대한 꿈이다.

'국토보유세 + 기본소득 + 지역상품권' 3종 세트를 시행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청약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 4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강동구)의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냉기가 강북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사진은 2016년 11월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2016년 11월 13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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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보유세 + 기본소득 + 지역상품권' 3종 세트가 실제 정책으로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효과는 엄청나다. 배당으로 지급하는 지역상품권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므로 제외하고, 다른 중요한 효과 몇 가지만 열거하자.

첫째, 국토보유세 부과는 부동산 공화국과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이 세금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단계가 되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지대 추구 경향은 자취를 감출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경제는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둘째, 국토보유세가 부과되면, 이용할 생각 없이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는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토지를 매각할 것이며 이는 토지 소유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토지 매입에 몰두해 온 재벌·대기업들도 더 이상 필요 이상의 토지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재벌·대기업들은 서서히 생산적 투자에 몰두하는 건전한 기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셋째,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자신이 민주공화국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식이 고양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이 주권재민 조항과 함께 토지공개념 조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은 모든 국민을 국토의 실질적 주인으로 대접하여 현행 헌법의 정신을 철저하게 구현한다.

넷째, 기본소득으로 중산층의 삶이 안정화되면 복지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강화된다. 사실 1인당 연 130만 원이라는 금액은 삶을 안정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미흡한 기본소득이라도 국민들이 일단 체험하기만 하면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고 장차 좀 더 충분한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저소득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복지정책은 중산층의 반발과 외면을 불러와서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기본소득은 중산층도 수혜 대상으로 포함하므로 이와 같은 '복지의 역설'을 피하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복지의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지적해 둘 것은 이재명 표 기본소득제는 주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보편성을 구현한 새로운 유형의 복지정책이라는 사실이다. 0~29세와 64세 이상 국민은 대체로 취약 계층이다. 그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면서도 그 계층 내에서 지원 대상을 선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산 심사를 포함하는 선별 복지의 낙인 효과와 선별 비용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이재명의 꿈, 정말 문재인의 꿈이 되고 있는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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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캠프는 이재명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만들겠다는 문 후보의 의지를 받들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문재인 캠프 측에서 기본소득 정신을 살린다며 내놓은 공약들(아동수당 지급, 청년 구직수당 지급, 노인 기초연금 인상)을 보면 대부분 자체적으로 준비해오던 것들일 뿐, 새롭게 받아들인 내용이 없다.

사실 문재인 후보 캠프는 기본소득이나 배당과 같은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다(배당이냐 수당이냐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전자가 권리에 기초한 지급이라면, 후자는 필요에 기초한 지급이다. 후자에는 포퓰리즘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며칠 전 문재인 후보 캠프 정책본부의 홍종학 부본부장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보 직속 기구로 승격한 기본소득위원회의 김기준 공동위원장도 "대선 과정에서는 포함되기 어려운 공약이라는 판단"이라며 "대선 이후에라도 당을 중심으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결국 부동산 공화국과 지대 추구 사회를 그대로 두고 재조산하(再造山河.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서애 유성룡에게 적어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이다. 문재인 후보가 2017년 새해 사자성어로 발표했다)는 포기겠다는 말 아닌가?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토지배당도, '평등한 토지권' 보장도 물 건너간다.

기껏 이재명 표 공약을 받아들이는 시늉을 한 것이 각종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되어서 내수 진작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문재인 후보, 말과 선언에 그치지 마시라

나는 문재인 후보의 성품을 믿는다. 그는 허투루 이재명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만들겠다고 말할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문재인 후보의 말과 의지를 실천할 생각이 없는 캠프 인사들이다. 문재인 후보가 정말 이재명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진정으로 재조산하를 이루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면, 말과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감히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권면한다. 이재명 시장의 간절한 꿈이 담긴 '국토보유세 + 기본소득 + 지역상품권' 3종 세트를 공약으로 발표해서 강한 의지를 보이시라. 캠프 내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인사가 있다면 바로 제압하시라.

수많은 국민이 지지하는 문재인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약속한 것은 손해가 될지라도 지키는 사람이다. 그 믿음이 배반당하지 않도록 공약 관리 잘 하는 것이 유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문 후보가 새해를 맞으며 밝힌 재조산하의 꿈을 반드시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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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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