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만이 질주한 한 달이었다. 4월 개봉작 가운데 유일하게 200만관객을 넘어선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개연성과 디테일에 쏟아진 비판에도 오로지 액션만으로 승부한 끝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냈다. 2, 3위는 3월 개봉한 <미녀와 야수>와 <프리즌>이었으나 경쟁작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여러모로 부족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패트리어트 데이> 등 호평받은 작품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대부분 희망보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5월 개봉을 앞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 앞서 재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입소문을 타고 넉달 째 꾸준한 관객을 모으고 있는 <라라랜드>, 지난 대선을 둘러싼 오랜 의혹이 그저 음모론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더 플랜>이 박스오피스 10위권 이하에서 눈에 띄었다.

오는 푸른달엔 할리우드 대자본이 전격 투입된 규모 있는 영화부터 한땀 한땀 장인의 노력이 스며든 작품까지 다채로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넉 달 동안 흥행 대박이라고 할 만한 외화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뿐인 상황에서 어떤 작품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아래 푸른달 기대작 5편을 소개한다.

[하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IMG@

얼떨결에 모인 무법자들이 은하계의 수호자가 돼 악당들과 일대 격전을 치르는 이야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속편이 5월 3일 개봉한다.

2014년 당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감독과 배우를 기용하고도 북미에서만 3억3317만 달러를 벌어들인 1편의 성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1편의 성공에 고무된 마블은 기존 어벤저스 멤버에 더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을 별도로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가 규모도 스타일도 한 층 강화된 속편으로 제작돼 관객과 만나게 됐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기존 다섯 명의 캐릭터 스타로드, 가모라, 드랙스, 로켓, 그루트에 더해 맨티스, 네뷸라, 욘두, 에고 등 더욱 많은 색깔 있는 캐릭터들을 팀에 합류시킨다. 이 가운데 전대의 액션스타 커트 러셀과 실베스타 스텔론이 포진해 관객의 눈길을 끈다. 팀의 리더인 스타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 역시 3년 전의 그가 아니다. 여기에 전편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그루트는 베이비 그루트로 재탄생, 귀여운 캐릭터에 환장하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1950, 60년대 B급 SF물의 감성에 최첨단 기술력을 접합시킨 제임스 건 감독은 전편보다 절제된 색감을 사용하면서도 더욱 대중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1편이 영웅담의 시작, 그 자체였다면 2편은 영웅들이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는 일종의 성장기로 보아도 좋겠다. 2017년 외화 개봉작 중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1순위 후보작이다.

[둘] <언노운 걸>

@IMG@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모르는 사람도 이제는 기억해 마땅한 다르덴 형제의 신작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 이상 수상한 9명 가운데 둘이자 칸영화제 경쟁부문 7회 연속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현존하는 최고수준의 영화작가,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이 5월 3일 개봉하는 <언노운 걸>을 통해 한국 관객을 찾는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시작해 1990년대부터 <로제타>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 등 숱한 명작을 남긴 이들의 필모그래피가 또 어떤 이야기로 이어졌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언노운 걸>은 어김없이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나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

진료시간이 지난 늦은 밤, 병원 문을 두드린 아이. 영화는 밤 늦게 자신의 병원을 찾은 아이가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되자 그 죽음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한 젊은 여의사의 이야기로 꾸려진다. 이름 없는 주검이 된 아이에게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지난 밤 그 아이를 외면했던 의사가 움직인다. 다르덴 형제는 그들이 늘 그러했던 것처럼 주인공이 겪는 내적 고뇌를 정밀하게 이끌어내고 그로부터 이 사회에 유효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다르덴 형제가 그들의 10번째 장편에서 이룩한 성취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5월 첫 주 극장을 찾으시라.

[셋] <에이리언: 커버넌트>

@IMG@

<에이리언> 시리즈는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보기 드물게 리들리 스콧-제임스 캐머런-데이빗 핀처-장 피에르 주네로 이어지는 명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들 각자가 자신의 스타일과 가치관을 녹여내 작품을 빚었다. 시고니 위버는 시리즈 전체에서 활약하며 독보적인 여전사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그 성취는 안젤리나 졸리, 밀라 요보비치, 케이트 베킨세일, 스칼렛 요한슨 등 몇 안 되는 후배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제작된 4편에서 마무리된 줄 알았던 시리즈가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감독은 첫 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으로, 80살이 넘은 고령의 노감독이 어떤 작품을 빚어냈을지 기대가 상당하다. 근래 할리우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노장이 적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지만 1937년생인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현역은 1930년생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제외하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밀러 등도 리들리 스콧보다 다섯에서 열살 쯤은 더 적고 한국 감독 가운데 최고령으로 꼽히는 임권택 역시 리들리 스콧보다 두 살이 어리니 그의 노익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리들리 스콧은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이어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제작하며 자신의 한 평생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 듯하다. 리들리 스콧 SF 세계관의 한 축을 이루는 <에이리언> 신작이 과거와 같은 멋진 시리즈의 시작이 될지 그 자신의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작품이 될 지 또는 실망스런 그 무엇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프랭코, 가이 피어스, 빌리 크루덥, 카르멘 에조고 등 리들리 스콧과 함께하려는 명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 내뿜는 황혼을 보고 싶다면 5월 9일 상영관을 찾으면 되겠다.

[넷] <세일즈맨>

@IMG@

한국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강국으로 자리잡은 이란 영화 한 편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4월 6일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어느 독재자>에 이어 아쉬가르 파라디의 <세일즈맨>이 5월 11일 개봉하는 것이다. 제69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지명된 작품으로 세계 유수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작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했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한국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연출자로 <세일즈맨>을 통해 이란영화의 품격과 수준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널리 알렸다. 그는 신작에서도 인간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 딜레마 같은 것들을 심도 있게 파고든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와 진중한 연기, 그로부터 던지는 무게감 있는 질문이 영화를 본 관객의 뇌리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감상을 남길 것이다.

세계 각지의 깐깐한 평론가들로부터도 호평을 이끌어낸 주연배우 샤하브 호세이니의 연기가 일품이라 전한다.

[다섯] <킹 아서: 제왕의 검>

@IMG@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 단 두 편의 영화로 단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영화인으로 꼽혔으나 전 부인 마돈나와 함께한 <스웹트 어웨이>로 바닥까지 추락한 감독 가이 리치의 신작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를 내세운 <셜록 홈즈> 시리즈로 가까스로 부활에 성공했으나 전처럼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던 그가 아서왕의 이야기로 전격 복귀했으니 그의 팬들은 <킹 아서: 제왕의 검>을 영접할 지어다.

가이 리치의 첫 과제는 과거 수도 없이 나온 아서왕과 카멜롯의 기사들 이야기와 차별화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할리우드 최첨단 기술력을 한껏 활용해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마법사 멀린 등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한 신화를 스크린 위에 현란하게 펼쳐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최대 7부작으로 기획됐으며 18일 개봉하는 1편은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얻고 카멜롯의 왕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로 꾸려졌다.

스크린 위로 튀어오르는 듯한 가이 리치의 스타일은 이번 영화에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재기 넘치는 편집, 강렬한 사운드가 판타지라는 장르와 맞물려 영화의 멋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언노운 걸 세일즈맨 에이리언: 커버넌트 킹 아서: 제왕의 검 김성호의 씨네만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