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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와 YTN지부, OBS지부 조합원 100여 명이 모여 '펜을 빼앗긴 기자들,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언론적폐 부역자 청산', '해직 3112일째', '공정 언론 정상화' 등 손팻말을 들고 대선 후보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13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와 YTN지부, OBS지부 조합원 100여 명이 모여 '펜을 빼앗긴 기자들,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언론적폐 부역자 청산', '해직 3112일째', '공정 언론 정상화' 등 손팻말을 들고 대선 후보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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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39, 49, 48, 34, 31.
이명박 정부-39, 47, 69, 42, 44.
박근혜 정부-50, 57, 60, 70, 63.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힌트 하나.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수치다. 민주주의 척도인 국민행복지수를 가늠 짓는 순위와도 같다. 2002년 이후 15년 동안 역대 정부별로 수치화한 이 지수는 바로 국경 없는 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가 전 세계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상황 등 언론의 자유 정도를 집계한 뒤 매년 국가별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다.

전 세계 180개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의 수준은 국경 없는 기자회(아래 '기자회')가 2002년부터 처음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선 노무현 정부 때 가장 높은 3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진입은 고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 내리 연거푸 하락해 70위권으로 밀려났다.

노무현정부 30위권 언론자유지수, 이명박-박근혜정부 70위권 하락

'기자회'는 전 세계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증진하고 언론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적 비영리·비정부기구다. 1985년 프랑스(파리)에서 로베르 메나르(Robert Ménard : 라디오 기자 ) 등의 언론인들이 설립했다. 지난 2002년부터 매년 '기자회' 협력기관들과 특파원,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이 참여해 국가별 언론자유지수를 작성·발표하고 있다.

조사·분석 항목은 나라별 언론의 다원성·독립성 외에 언론환경과 자기검열 여부·투명성·인프라 환경·입법적 장치·폭력 등 7개 분야다. '기자회'가 평가한 언론자유지수는 낮은 수치의 국가일수록 언론 자유도가 높은 반면, 높은 수치의 국가는 언론 자유가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 자유도는 곧 민주주의 수준과 직결되며 이는 다시 행복지수 또는 부패지수 등과 밀접한 관계성을 띤다. 표현의 자유와 직접 관련이 있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일수록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고 상대적으로 민주주의가 잘 된 국가라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입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자유지수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언론자유와 관련된 각국의 상황과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론자유지수는 2002년 이후 줄곧 북유럽 선진국가들 중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이 최 상위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올해도 노르웨이 1위, 스웨덴 2위, 핀란드 3위, 덴마크 4위, 네덜란드 5위로 여전히 언론자유 강국임을 과시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기자회'는 매년 비정부기구·현지 언론인·인권운동가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점수를 산출해 순위를 발표한다. 평가된 순위(점수)에 따라 '매우 좋음(흰색)', '좋음(노란색)', '문제 있음(주황색)', '나쁨(빨간색)', '매우 나쁨(검은색)' 등 다섯 범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주로 주황색 수준에 맴돌고 있다.

올해 '기자회'가 발표한 '2017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70위)보다 7계단 상승한 63위를 기록했다. '기자회'는 이와 관련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인 한국 언론의 활약을 순위 상승의 요인으로 분석·발표했지만, '기자회' 순위발표 초기(노무현 정부) 30위권 진입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언론장악 정책, 검열 강화 등이 하락 부추겨

이는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6 언론자유 보고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6년 연속 '부분적 자유국'에 분류됐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줄곧 1그룹인 '자유국'에 속했으나 2010년 처음으로 2그룹 '부분적 자유국'으로 밀려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는 2010년 당시 조사·발표 과정에서 한국의 언론자유도 추락에 대해 "정부의 미디어 장악과 언론 보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 및 관에 의한 검열 증가"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프리덤하우스가 조사·발표한 언론자유도 순위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1위)였고, 다음으로는 벨기에,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이 공동 2위를 기록해 '기자회'의 조사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에 대한 평가가 높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정부(권력)의 지나친 언론간섭 정책과 이로 인한 자기검열 강화 등으로 볼 수 있다. '기자회'가 최근 "한국 언론의 자유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로는 "'양극화된 언론 환경', '언론의 자기 검열' 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기자회는 또 "7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명예훼손법이 언론의 자기검열을 부추긴다"는 뼈아픈 지적과 함께 '국내 주요 이슈인 대북 관계에 대한 토론의 국가보안법 제한'도 함께 지적했다.

'기자회'의 올해 조사결과 발표에서 상위권은 북유럽 선진국들이 차지한데 반해 아시아권에서는 대만이 45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일본은 72위, 중국은 176위, 북한은 조사대상인 180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언론자유지수, 국민행복지수와 밀접한 연관성

그러나 이러한 언론자유지수는 국민의 행복지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20일(현지시각) 발표한 '2017 세계행복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전 세계 155개국 중 56위로 언론자유지수와 비슷한 수준을 차지했다. 노르웨이는 1위로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났고, 덴마크는 지난해 1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이슬랜드,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자유지수의 상위 국가가 역시 행복지수 상위권에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자유롭게 제 역할을 다하는 나라일수록 국민의 행복지수 또한 높다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2014년부터 2년간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진행한 기대수명, 자유, 소득, 사회적 지원 등의 조사 결과와 유엔 인권지수 등을 토대로 조사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적 열망과 촛불의 힘으로 성사된 19대 대선 후보자들은 망가진 언론자유지수 회복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언론정책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바로 국민의 삶의 지수인 행복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척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 망가진 언론자유 정상화 위한 정책공약 중요

대선 후보자들은 최소한 30위권 재진입 실천은 기본으로 공약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기록했던 30위권에서 좀 더 진일보 한다면 국민행복지수 또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나라들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나친 언론개입 정책을 중단하고 그동안 언론장악 정책으로 훼손된 공영방송 등 방송사들의 기본질서를 회복시켜야만 한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글을 삭제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을 가위질하는 표현의 자유 훼손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들은 물론 학계, 문화·예술계 등의 차별과 보복을 더 이상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와 권력의 언론통제와 개입, 심지어 툭하면 언론인들을 고소·고발하여 구속과 해직 등으로 이어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그래서 국제사회의 감시와 보호의 대상에서 지워질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이 권력에 맞서 비판·감시기능을 제대로 할 때 국민이 편안하고 국가가 더욱 민주적이고 평화롭다는 것은 숱한 역사가 일러준 교훈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영원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태그:#언론자유지수, #국경없는기자회, #프리덤하우스, #국민행복지수,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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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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