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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토파니에서 온천을

안나푸르나 지역엔 타토파니, 지누라는 곳에 온천이 있다. 지누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소리에 찾아가지 않았다. 온천을 즐겨 하지도 않지만 이번에는 가보기로 했다. 숙소와 멀지 않았고 공간도 꽤나 널찍했다. 팁이라면 트레킹이 끝나는 시점인 오후보다 아침을 권장한다.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있어도 한두 명뿐이다. 조용히 앉아 뜨듯한 물에 몸 담그고 있으면 여기가 그야말로 신선놀음하기 좋은 곳이다. (온천 비용은 100루피입니다.)

타토파니에서 이틀간 휴식하기로 했기에 오전, 오후 두 번씩 지침 몸을 달래주었다. 식사는 아침을 제외한 점심 저녁은 스테이크를 먹었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몇 시간씩 책을 읽기도, 음악을 듣기도 했다. 묵티나트 이후 계속 전기가 불안정해서 와이파이를 전혀 사용할 수 없기도 했다. 와이파이는 3일이 지나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열흘 만에 바깥세상에 연락할 수 있었다.

타토파니 마을
 타토파니 마을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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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이 되면 우리는 메뉴도 보지 않고 스테이크를 시켰다.
 식사시간이 되면 우리는 메뉴도 보지 않고 스테이크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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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사랑이다

고레파니로 올라오면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번 와봤던 곳인지 전혀 낯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숙소도 일전에 묵었던 곳으로 정했다. 주인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ABC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장염에 걸려 고생하고 있을 때 숙소 주인은 누룽지나 다른 한국 음식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했다. 당시엔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정감 어린 몇 마디 말이 나를 감동케했고 꼭 다시 온다고 말했었다.

주인은 락시를 (소주와 비슷한 증류주. 도수는 35도 전후입니다) 건넨다. 그리고 김치를 맛 보여줬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현지 사람이 현지 재료로 만든 김치중 단연 최고였다. 필력이 부족해 표현하지 못하지만 한 입 먹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동행하셨던 분도 이건 말이 안 된다며 이렇게 말하셨다.

"한국 김치야 한국 김치."

달밧과 김치만으로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부족한 것을 알고 리필도 해주셨다. 달밧을 먹고 난 우리는 락시를 연거푸 마시며 김치를 안주 삼았다. 한병을 마시고 취기가 살짝 오른상태로 이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푼힐전망대를 다녀오고 아침은 라면, 밥 그리고 김치를 부탁했다(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루트에서는 대부분의 숙소에서 한국 라면을 드실 수 있습니다).

타지에서 먹은 김치와 나중에 먹을 김치를 생각해 볼 때 한동안 0순위가 될듯싶다.
▲ 김치는 사랑이다. 타지에서 먹은 김치와 나중에 먹을 김치를 생각해 볼 때 한동안 0순위가 될듯싶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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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장대비

고레파니 이후부터 또다시 온 이상 기후. 이번에 좀 달라 보인다. 타다파니 입구에 다다를 무렵 거센 장대비가 쏟아졌다. 천둥번개에 강한 스콜성 비다. 타다파니 높이는 2630m. 고도가 낮아서 비가 왔지 쏘롱라패스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는 눈이 제법 내렸을 거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숙소로 들어갔다.

비는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창밖을 통해 본 다른 숙소에도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트레커들도 하나둘씩 숙소로 들어온다. 날씨 예보를 알고 있던 가이드는 앞으로 5일은 더 비가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5일 후면 마르디히말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기간인데 그곳은 고도가 4천이 넘는다. 눈이 얼마나 내릴지 예상할 수 없었다. 고도가 3천 만 넘어가면 비는 눈으로 바뀐다.

아침이면 하늘이 맑아졌다. 비나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고 뜨거운 햇살이 대지를 데운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 마르디히말로 올라갈 중간 목적지인 란드룩에 도착했을 때 역시나 강한 비가 내렸다. 그땐 미쳐 몰랐다. 그저 높은 곳엔 엄청난 눈이 내렸을 정도로만 짐작했으니까.

(5일이 지나 포카로 내려왔을 때 슬픈 소식이 많이 들렸습니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있는 롯지들이 무너지고 산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들. 라운딩 구간이라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곳들이 짐작되는데 그쪽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3월의 안나푸르나 날씨는 그랬습니다.)

란드룩에서 3일간 고립되었다. 숙소 문 앞에서.
 란드룩에서 3일간 고립되었다. 숙소 문 앞에서.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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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드룩에서 3일간 고립되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비가 줄면 지프 타고 내려갈 계획도 무산되었다. 3일간 '번다'란다. 파업이다. 운전을 할 수 없단다. 비가 그치면 끝내야겠다. 내려가야지.

덧붙이는 글 | 1월 12일부터 3월 21일까지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태그:#네팔, #안나푸르나 라운딩, #김치는 사랑이다,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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