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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공채뿐만 아니라 경력직 채용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이직 십계명'과 같은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채용전문가들의 지침 그 어디에도 사직서를 낼 때 주의사항 같은 것들은 없다.

통상적으로 새로 입사하게 되는 회사에서는 해당 근로자가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하기를 원하고 기존의 회사에서는 최대한 인수인계를 충분히 마무리 짓고 떠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양자의 입장차이로 이직하려는 근로자가 손해를 볼 여지가 있음에도 말이다.

예를 들어 A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 갑이 B회사로 이직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갑은 4월 26일 B회사로부터 채용면접에 최종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5월 10일부터 출근을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갑은 다음날인 4월 27일, 5월 9일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사직서를 A회사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A회사는 갑의 후임자를 새로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업무 인수인계도 마무리 지어야 하므로 갑에게 5월 말까지 근무해달라며 갑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때 갑이 사직서에 명시한대로 5월 9일까지만 근무하고 B회사로 이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여 회사가 이를 수락하는 경우를 합의퇴직이라 한다. 이 경우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달리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례의 갑의 경우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선언하고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를 '임의퇴직'이라고 하는데 이때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의 퇴직의 효력 발생 시기와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사직서만 제출하면 그때부터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근로계약도 엄연히 계약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근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는 없다.

민법 제660조 제1항은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근로자에게 퇴직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동조 제2항은 이때 "상대방(회사)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하여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후 회사가 승낙하지 않는 경우, 한달 후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도 회사가 수락하지 않고 있다면, 사직서 제출일로부터 한 달간은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근로자는 계약상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이 기간에 일방적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은 무단결근에 해당하여 결근에 따른 평균임금이 저하(퇴직금 감액)될 수 있다. 심지어 회사는 근로자의 직장 무단이탈을 이유로 징계할 수도 있다.  

한편 근로자의 근로 제공의무는 성질상 '하는 채무'로서 직접강제가 불가능하므로(민법 제389조 제1항) 회사로서는 근로자의 출근을 강제하기는 어려우나, 무단결근 및 업무미인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할 수 있다.

다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는 손해 및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회사업무는 부서 내의 다른 직원에 의해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면 회사가 당해 근로자의 결근으로 인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회사의 사정과 업무의 성질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일방적인 사직 의사 통보는 근로자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회사로서도 갑작스러운 근로자의 사직은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임에도 틀림없다. 따라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사직의 시기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기존의 회사와 새로 이직하는 회사들과 퇴직과 입사 시기의 조정을 원만히 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해당 기사는 개인블로그 blog.naver.com/lhrdream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사직서, #임의퇴직, #민법 제660조,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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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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