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1대0으로 패한 수원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1대0으로 패한 수원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때 수원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이었다. 상대팀에게는 공포에 가까웠던 '고데로 트리오'(고종수-데니스-산드로)를 앞세워 K리그를 평정했고, '레전드' 이운재와 이관우, 곽희주와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이정수에 이르기까지, 수원은 '최고'란 단어와 어울리는 팀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원의 모습은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수원은 2016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저력을 발휘하며 잔류와 함께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수원이란 팀의 명성으로 볼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은 확실히 아니었지만, 올 시즌에는 명예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실제로 국가대표팀 출신 김민우를 영입했고,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신화용과 상주 상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스트라이커 박기동을 영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수원은 지난 시즌과 달라지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7경기에서 패배는 단 한 번뿐이 없지만, 승리 역시 한 번뿐이다. 지지는 않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축구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나마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시아 최고로 손꼽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비기는 등 2승 2무를 기록,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마저도 확실치가 않아졌다.
     
미래가 없는 수원 삼성, 이대로 괜찮은가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원이 25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G조 5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수원은 승점 8점을 기록하며 조 2위로 내려앉았고, 가와사키는 승점 7점을 기록하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수원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조 1위로 올라선 광저우 원정을 치러야 하지만, 가와사키는 '꼴찌' 이스턴 SC(홍콩)를 홈에서 상대한다.

광저우도 승점 9점을 기록하며 16강 진출이 확실하지 않은 만큼, 수원의 16강 도전은 만만치가 않다. 무엇보다 수원의 최근 경기력이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린다. 2015년 여름 수원을 떠난 정대세의 공백을 아직도 메우지 못했고, 여전히 서정원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홈에서 치른 가와사키전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역습을 통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냈고, 골문 바로 앞에서 슈팅 기회도 잡아냈지만, 수원은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다. 전문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았기에 아쉬움이 컸다. 그만큼 수원의 골 결정력은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

수원이 추구하는 축구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이루어지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는 전혀 볼 수 없고, 오로지 염기훈의 왼발에만 의존했다. 공간 침투는 한 박자씩 늦고, 중거리 슈팅은 힘이 없었다. 상대의 밀집된 수비를 아무런 전술 없이 뚫어내려는 모습도 여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원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진입 후, 다시 백패스를 통해 수비진에게 볼을 연결한다. 그리고 최전방에 위치한 박기동을 향해 길게 넘겨주는 패스로 공격을 노린다.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윙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측면 공략, 밀집된 상대 진영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공격도 답답했지만, 수비도 문제였다. 수원이 후반 2분 나라 타츠키에게 허용한 선제골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심지어 그와 볼 경합하던 수원 수비는 무려 3명이었다. 선제골을 내준 이후에는 공수 간격이 심각하게 벌어지면서 고바야시 유에게 잇달아 일대일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신화용 골키퍼의 선방과 상대의 골 결정력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수원은 더 많은 실점을 내줄 수도 있었다.

이정수의 은퇴가 주는 메시지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 삼성 구자룡,이정수가 FC 서울 데얀과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 수원 삼성 구자룡,이정수가 FC 서울 데얀과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얼마 전 수원은 '레전드' 이정수를 잃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부 팬들의 거친 행동이 이정수의 은퇴를 불러왔다.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이자 '통곡의 벽'으로 불렸던 마토와 함께 수원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이다. 전성기는 한참 지났지만, 올 시즌 역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원 수비진을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수원의 부진한 성적이 엄청난 비극을 불러왔다. 일부 수원팬들은 '레전드' 이정수를 포함한 수원 선수들에게 욕설과 맥주 캔을 집어던지는 등의 행동을 했고, 선수 시절의 행복한 마무리를 꿈꿨던 이정수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것이 이정수의 급작스러운 은퇴로 이어진 것이다.

일부 수원팬들이 했던 과격한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가 없다. 도를 넘어선 행동은 구단에 대한 사랑이 아닌 폭력에 불과할 뿐이란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수원의 미래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원한다면, 앞으로 이런 모습은 절대 없어야 한다. 다만, 수원 구단은 일부 팬들의 과격한 행위 원인에 대해 고민해야 봐야 한다.

심한 욕설을 서슴지 않고, 맥주 캔을 집어던지는 등의 행동을 한 팬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수원은 삶의 일부였다. 그랬던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플레이하는 수원 선수들이 '야유'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수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이며, 많은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구단이다. 수원의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팬들은 늘 선수들과 함께한다. 개인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고, 유니폼과 다양한 물품을 구매하며 구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런 팬들이 있기에 수원 구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원이 단순히 투자가 줄어서,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이름값이 떨어져서 부진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염기훈과 조원희, 이용래 등 신체적인 능력은 과거보다 못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몫은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김민우와 고승범, 장호익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도 많다.

이제는 팬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막말과 오물을 투척하는 팬들보다 똑같은 문제를 매 시즌 안고 가는 수원에 지쳐 등 돌리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빅버드'를 찾았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팬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수원은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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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가와사키 프론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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