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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야말로 제2의 김대중입니다."

장면 하나. 24일 전남 목포 목포역광장을 찾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렇게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우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후보를 80%-90% 밀어줬지만, 우리에게 해준 것이 있는가"라며 호남 표심을 자극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안철수의 승리가 제2의 DJ의 길"이라는 박 대표의 주장을 언급하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호소했다.

장면 둘. 이날 강원도 춘천 유세에 나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홍준표가 되면 박근혜가 공정한 재판을 받고 무죄가 된다"고 역설했다. 다분히 강원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이날 유세에서 홍 후보는 지난 23일 TV토론을 함께 한 안철수 후보는 "초등학생",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진드기"로 비유했다.

그리고 장면 셋. 24일 저녁 바른정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에게 3자 원샷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5시간에 걸친 릴레이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누차 완주 의지를 밝혔던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의견과는 별개였다. 단일화 파트너로 거론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과는 별다른 교감도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주호영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

"좌파 패권세력" 집권 저지란 허울 뿐인 명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 '사퇴' 논의 의총 참석한 유승민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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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조기대선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현실적인 최후의 카드로 손꼽히는 '보수단일화' 움직임이 두둥실 떠올랐다. 바른정당이 내세운 기치는 "좌파 패권 세력" 집권 저지이지만, 속내는 결코 새롭지 않다.

'반기문'도 갔고, '황교안'도 갔다. 그렇게 보수 표심은 '박근혜'를 잃고 표류한 지 오래다. 안철수 후보의 '우클릭'은 호재였을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반문'과 '비문' 연대는 특히 종편이 그리도 애호했던 '여의도발' 단골 뉴스였다.

바른정당은 '3자 단일화'란 표현을 썼지만, 반대편에선 이를 '묻지마 보수단일화' 즉, '적폐연대'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제2의 김대중"과도 연대하고, "박근혜는 무죄"라고 주장하는 후보와도 연대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작금의 '3자 단일화'는 궁색하기 짝이없다.

더욱이 바른정당의 스탠스도 아직 애매모호하다. '일단 유승민 후보도 끝까지 간다, 그래도 단일화의 군불을 지펴야 하지 않겠느냐'로 요약가능하다. 거기에 '좌파 패권세력' 집권 저지란 색깔론과 다를 바 없는 명분이 새로 붙었을 뿐이다.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도 이러한 모호성을 재차 확인해줬다.  

"어차피 전략적 차원에서 저희들이 제시를 하는 거지 어제 저희들이 발표한 걸 보시면 유승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다만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것을 강구해 보겠다는 것이 저희들 발표된 내용이거든요."

'3자 단일화' 바라보는 제 각각 셈법

오늘(25일) 예정된 제4차 대선후보 TV토론회의 주된 토론 메뉴는 이 '3자 단일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 만큼 '1위 문재인'에 대한 견제가 심한데다, 그 3자에 해당하는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와 각 당의 표 셈법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25일 오전에 나온 입장만 봐도 천차만별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대위의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저희 당의 입장은 항상 명확하다"며 "정치인에 의한 인위적 연대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유승민 후보 역시 "돼지흥분제로 강간범죄 미수자가 대선후보로 등장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성평등을 할 수 있겠나"라며 홍준표  후보를 비판했다. 대선 완주와 관련해 달라진 게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반면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금 제가 결론을 바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하게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국민의당이 집권해도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해서 연대 세력과의 외연 확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과 통합정부를 대통령이 돼서 하겠다고 하기보단 대통령이 그것을 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돼야겠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통합정부를 위한 소위 연대 세력의 외연 확장, 또 그것을 개헌 세력과 같이 연결하는 이런 것도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홍준표 후보의 생각은 좀 달랐다. '3자 단일화'보다는 '보수 단일화'에 무게중심을 뒀다. 안철수 후보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 "이번 주 중에는 보수 대통합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남재준(무소속), 조원진(새누리당), 유승민(바른정당), 이렇게 해서 대통합하는 게 맞지 않느냐. 그렇게 하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표류하는 보수 부동층, '3자'들은 어떤 국민을 바라보는가 

여론조사 결과를 하나 보자.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동층 비율이 특히 60세 이상(26.5%), 대구·경북 지역(25.6%), '박근혜 투표층'(28.1%)에서 유독 높게 나타났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른바 전통적인 보수 표심이 표 줄 곳을 못 찾고 있다는 분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동층이야말로 '3자 단일화'의 주체로 거론되는 각 후보들이 탐을 내고 있는 투표층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바른정당의 '3자 단일화' 제안에 대해 "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 가능하다", "저희는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선거를 2주 앞둔 지금 판세는 '1강 2중 2약'으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양자구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과연 어떤 '국민'을 바라보고 있는가. 또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던 바른정당은 지금 어떤 국민을 바라보고 있는가.

이번 조기대선 국면을 촛불시민이, 오로지 국민들이 만들었다는 걸 잊은 정치인들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안보'와 '색깔론'에 올인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박근혜 표'를 모으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홍준표 후보도 마찬가지다.

왜 자신들이 현재의 위치에서 '대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지 다시 곱씹을 때다. 최소한의 원칙도 없고, 명분도 빈약한 오로지 '정치인들만을 위한 단일화'를 바랄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부디, 각 후보자들이 오늘 저녁 예정된 4차 TV토론에서 이 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시기를. '3자 단일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짜 '좌파 패권세력' 집권 저지를 위한 것인지 말이다.  


태그:#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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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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