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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원도 춘천 명동에서 각각 열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유세를 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서 강원도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난 24일 강원도 원주와 춘천 재래시장에서 시간차를 두고 유세전을 펼쳤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강원권 민심을 잡겠다는 두 후보의 의도가 엿보였다. 현재 홍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이번 대선 우파는 나 하나"·"내가 보수의 새 희망"이라 외치며 서로 자신을 '진정한 보수 후보'라고 주장하는 상황. 두 후보의 유세를 바라보는 강원도민들의 표정을 통해 민심의 향방을 살펴봤다.

강원도가 지역구 국회의원 8석 중 단 한 석(송기헌 민주당 의원·원주을)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구여권(자유한국당·바른정당) 출신일 만큼 보수 우세 표밭으로 분류돼온 지역이다.

그런데 이날 춘천 중앙시장의 경우 홍 후보 측은 약 120여 명, 유 후보측은 약 70여 명의 시민이 유세를 지켜봤다. 그마저도 각각 절반에 해당하는 60여 명(홍)·30여 명(유)은 유니폼을 입은 당 선거운동원들이었다. 한 주변 상인은 "(지난 20일)문재인 후보가 방문했을 땐 이번보다 서너배는 많이 사람이 몰려 골목까지 들어올 정도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홍·유 유세에도 문·안 얘기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5일 오후 강원도 춘천 명동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민심의 안테나는 정작 다른 데에 있었다. 이날 유세 경쟁을 펼친 홍·유 후보보다 주변 시민들에게 오히려 더 많이 회자된 이름은 여론조사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였던 것. 홍·유 두 후보에 대한 질문에 "글쎄 잘 모르겠다", "나쁘지 않은데 별 관심 없다"고 대답한 시민들도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한 질문에는 최근 안보관이나 네거티브 논란을 설명하며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60대 이상 노년층의 안보관 관련 '반문' 정서가 가장 뚜렷해 보였다. 문 후보 얘기를 꺼내자마자 당장 "문재인은 안 돼"란 반응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원주시 자유시장의 한 상가 경비원(60대)은 "여기(원주) 분위기는 대개 '문재인은 아니다'이다"라며 "방송에서 보면 뭔가 속이려는 게 많은 것 같고 말 바꾸기를 너무 자주 한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이름이 거론되자 주변에서는 "빨갱이", "밥맛 없는 사람" 같은 거친 표현도 나왔다. 한 어르신은 "당선되면 북한부터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역성을 내기도 했다.

춘천 중앙시장 주변 음식점을 운영 중인 권아무개씨는 이에 "아무래도 이쪽 시장 주변에는 노년층이 많다. 이분들 대부분이 민주당과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강원도는 오래 전부터 군사접경지역이란 이유로 소외돼있어 특히 그런 것(안보관)에 확고한 후보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또 "내 아들은 문 후보(지지)더라. 이쪽도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본인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한 춘천 출신 대학생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선 문 후보가 확실히 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문 후보에 대해선 다소 격한 반응이 많았다면 안철수 후보에겐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평들이 오갔다. "이미 지난 대선(2012년) 때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며 안 후보 지지 이유를 밝힌 원주 시장 옷 가게 주인 현아무개씨(60대)는 "장사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지금 겪는 안 후보의 곤란(부인 김미경 교수 1+1특혜 채용 의혹 등 네거티브)은 문 후보에 비해 금방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현씨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 있던 홍·유 후보는 왜 사퇴 안 하는 것이냐"며 "그래야 안 후보가 (당선)될 텐데"라고 말했다. 민심은 이미 최근 후보 연대·단일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추세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홍은 '돼지 흥분제' 논란에, 유는 '사표 방지 심리'에 발목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4일 오후 강원도 춘천 명동을 방문해 유세를 펼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강원도 춘천 명동을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보수 표밭 강원권에서도 문·안 두 후보에게 주요 화제거리를 내주고 만 형국이지만 이날 홍 후보는 '안보'를 강조한 메시지로, 유 후보는 친근한 '스킨쉽' 유세로 각각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강원도"라면서 "강력한 정권으로 북을 제압하겠다"고 밝혀 지지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홍 후보의 춘천 유세 현장에서 배포 받은 태극기를 흔들던 한 30대 남성은 "홍 후보는 보수의 아이콘"이라며 "안보관에 있어서 가장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홍 후보의 '돼지 흥분제' 논란은 강원 민심에서도 타격이 큰 모양새였다. 춘천 명동길 에서 장을 보던 한 중년 여성 유권자는 "원래는 사람 좋게 봤는데 그게 제정신이냐"며 "왜 사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건어물 가게 주인 여성은 "TV(토론)로 봤는데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짓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홍 후보의 단점으로 유독 해당 논란을 꼽는 시민이 많아, 타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를 요구했던 지난 23일 선거관리위원회 TV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가늠케 한다.

홍 후보가 시민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유세 연설에 집중했다면 유 후보는 직접 시장 주변 가게에 일일이 들어가 상인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유 후보는 춘천 연설 도중 예기치 않게 한 할머니가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끊자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후보의 연설을 본 한 60대 남성은 "나는 진보 지지자이지만 유 후보가 나쁜 보수는 아닌 것 같다. 홍 후보가 해로운 보수라면 (유 후보는)있어도 괜찮은 보수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처럼 3~4%대의 지지율 답보 상태를 돌파하고 있지 못한 유 후보는 낮은 인지도와 사표 방지 심리에 발목을 잡혔다. 춘천 시장의 한 상인은 "유 후보는 능력 있고 똑똑해 보이긴 한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어차피 찍어도 안 되니까 차라리 3번(안 후보) 찍는 게 낫다"고 전했다.

'박' 찍은 사람들이 느끼는 정치 환멸, 그리고 부동층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도 유독 많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을 찍었다가 실망했다는 유권자들이 그 중 눈에 띠었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밝힌 한 춘천 시민은 "우리는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이다. 어쩌다 (박 전 대통령이)그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지만 어째든 정치는 다 기득권들 밥그릇 싸움이더라"며 "아직 눈에 드는 후보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춘천 중앙시장의 한 이불집 점주는 "홍·유 후보 유세에 나오는 이들처럼 마음을 확실히 정한 사람은 소수이지 않냐"며 "대다수 사람들은 아직 관찰 중인 것 같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확실히 누가 대통령 되든 우리들만 열심히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역시 5년 전 박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이 시민은 그러면서도 "지금도 (대통령)없는데도 잘 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 뽑아서 (나라를)잘 이끌어가길 바라는 게 우리들 마음"이라고 했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 강원의 민심을 얻을 것이다.

태그:#강원도,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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