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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혹은 눈꼬리가 아래로 내려간 순한 인상을 지닌 사람을 보면, '역시 사람은 선한 인상이 최고지!' 하고 생각한다.

"은지 씨, 좀 더 자주 웃으면 어떨까?"

며칠 전 같은 부서의 부장님과 개별 면담을 가졌다. 업무 문제가 있어서 하게 된 면담은 아니었지만, 평소 생각하던 것이 있었던지 부장님이 내게 자주 웃으면 어떻겠느냐며 운을 뗐다.

윗분들(상사)이 보시기에 "내 애티튜드가 괜찮은 편"이라며, 사내활동도 더 다양하게 하고, 남자 직원들과도 친해지라고 조언했다. 부서 옮기고 나서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게 눈에 보여 보기 좋다면서 좀 더 자주 웃으라는 말과 함께였다.

부장님은 영업부 내에서 총무이자, 어머니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분이라 조언을 가볍게 듣고 넘길 수가 없었다. 사무실에서 지원 업무를 주로 하는 나와 달리 외근도 하고, 영업사원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은 분이라서 회사 내 영향력도 크다.

내가 아무리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더라도 바깥에서 영업하는 영업사원들과는 차이도 많이 나고 어설픈 부분도 많을 텐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편, '어떻게 더 많이 밝아지고, 더 많이 웃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태어날 때부터 '웃는 상'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어도 표정이 웃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의 타고난 웃는 상이 아닌 다음에야 웃는 표정을 짓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전직이 경찰이셨던 아버지를 닮아서 눈이 각지고 쌍꺼풀 없는 얼굴이다. 무표정하게 가만히 있으면 주변에서 화났냐는 말을 듣는다. 혹은,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조금 웃어서는 티도 안 나는 얼굴이라 열심히 크게 웃어야 하는데 그 조절이 어렵다. 여럿이 단체로 사진 찍을 때면 한 발 물러서서 눈에 안 띄는 곳을 찾아 자리를 이동한다. 어쩌다 크게 웃은 날이면 광대뼈가 유독 도드라져 보여 웃는 해골바가지 같은 얼굴이 돼버리고는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밝고 예쁘게 잘 웃는 사람을 만나면 쉽게 호감을 느낀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한 번은 회사 사람 중에 성격도 좋고 잘 웃는 주임님 한 명에게 감탄해서 어떻게 그렇게 성격이 좋으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주임님이 자기 원래 성격은 내성적이고 조용한데 그게 싫어서 고친 거라고 말했다.

대학교를 미국에서 나왔는데 유학시절 본인의 성격 때문에 외국인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 노력해서 고쳤단다. 나는 그 주임님이 나면서부터 밝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바뀐 성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어서 나도 그 주임님을 떠올리며 가능하면 열심히 웃으며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나 전화 받을 때, 인사할 때 가급적 크고 밝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니 얼굴에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은 눈가와 입가에 경련이 일기도 했다. 그래도 '요즘 표정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노력한 보람을 느껴서 더 열심히 미소 지었다.

그렇게 노력한 상태이자 결과물인데. 부장님은 거기에 '더 밝게, 더 자주 웃으면 어떻겠느냐'고 추가 주문을 했다. 밝아졌다는 칭찬이 무색하게 기운이 빠졌다.

이미 노력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면, 왜인지 그냥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옛 속담이 떠오른다. 나는 아마 뱁새 다리 대신 얼굴이 찢어지지 않을까? 오늘따라 웃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태그:#웃기, #웃는상, #성격바꾸기, #호감,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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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낯선 일반인입니다. 낯익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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