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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 핵심인 '비선설세' 최순실(오른쪽)과 조카 장시호가 1월 17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강요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했다.
▲ 한 법정에 선 최순실과 조카 장시호 국정농단 사태 핵심인 '비선설세' 최순실(오른쪽)과 조카 장시호가 1월 17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강요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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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증언이 24일 법정에서 쏟아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뇌물사건 4차 공판에는 조카 장시호씨가 증인으로 나와 "이모가 (박근혜 자택)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다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돈이 정확히 누구 소유인지는 모르지만, 최씨가 돈을 찾아서 자신의 딸 정유라 승마선수를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자신에게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4일 장씨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실에서 최씨를 만났다. 최씨는 검사에게 '목이 마르다'며 여러 번 물을 요구했고, 검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몰래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장씨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삼성동 2층방, 돈, 방 과장, 유연이(정유라의 바꾼 이름), OO(정유라 아들)' 등이 적혀있었다.

박근혜 집에 돈 숨긴 최순실

검사 : "검사가 다시 물을 뜨러가자 피고인(최순실)이 증인(장시호)에게 '잘 들어, 2층방에 돈이 있고 열쇠는 방 과장한테 있으니 유연이(최씨 딸 정유라, 승마선수)와 OO(정유라 아들)는 그 돈 갖고 키워라, 삼성동 경비가 널 모르니 이모 심부름 왔다고 하면 문 열어줄 거야'라고 한 것 기억나는가?"

장시호 : "네, 기억난다. 저도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 돈이 있다는 건지, 사무실이 삼성동이라 거기에 있다는 건지 정확히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삼성동 사저로 알고 있다. 제가 가본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일 때 출입기자들을 초대한 적 있다. 그때 가서 식사준비하고 기자분들에게 서빙했다. 대학교 2~3학년 때였다. 이모가 불렀다."

검사는 이어 "그 돈이 누구 것이라고 생각했냐"고 물었다. 장씨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최근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집을 처분하고 내곡동에 새로 거처를 마련했는데, 거기에 최씨가 말한 돈이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자신이 자백을 해서 금방 나갈 수 있다는 검사의 말에 최씨가 "금방 나가면 그걸(돈)로 유연이랑 OO를...(돌봐달라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집에 최씨가 돈을 보관해 뒀다는 장씨의 말은 '두 사람은 밀접한 관계'라는 특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장씨는 이밖에도 그들이 얼마나 밀접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들을 이어갔다.

1월 2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시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법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유라씨를 추적하던 1인 미디어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가 인터뷰 사진을 제공했다.
▲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 1월 2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시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 딸 정유라씨가 법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유라씨를 추적하던 1인 미디어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기자가 인터뷰 사진을 제공했다.
ⓒ 길바닥저널리스트 박훈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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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최씨는 딸 정유라 선수가 임신을 하자 남자친구 신아무개씨와 떼어놓을 방법을 고심하다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장씨는 "이모가 신아무개를 군대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된다'고 하자 통화를 끊고 '(박근혜) 이사장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했다"며 "이모가 속상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두 사람의 통화를 자주 목격했고, 최씨는 목욕 중에도 박 전 대통령 전화는 챙겼다고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곳을 알아보기도 했다. 장씨는 "2015년 여름, 이모가 '한남동 유엔빌리지는 살기 어떠냐'고 물어서 '어떤 용도냐'고 하자 '아유, 그 양반이 살 것'이라고 했다"며 "'그 양반'은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또 "박아무개로부터 이모에게 줄 서류를 받았는데 거기엔 유엔빌리지 외에 여러 가지 집의 주소, 지도 등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장씨는 박 전 대통령이 같은 해 최씨에게 전화로 중동 순방 때 쓸 콘센트를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2004년 2월 21일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자신의 제안이었다고 했다. 장씨는 "당시 SNS가 없었기 때문에 이모가 박 전 대통령을 홍보할 방법을 연구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조카들이 아이디어를 냈다"며 "그걸 실행했다고 안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박 전 대통령이 해외순방이나 명절 때 선물을 받으면 최씨에게 줬고, 일부는 자신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선물들을 보관할 집을 알아본 적도 있다.

"이사장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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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최씨는 가족들에게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씨는 "2016년 10월 26일 이모가 대통령과 안봉근 비서관, 윤전추 행정관 번호를 주며 '이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곧 (번호를) 바꿀 텐데 전화해서 내 조카라 하고 이모가 죽을 것 같다'고 말하랬다"고 했다. 장씨가 난색을 표하자 최씨는 장씨 어머니, 언니 순득씨에게 부탁하라고 시켰다.

최순득씨는 처음엔 장씨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나 거듭된 설득에 결국 박 전 대통령과 통화했고, 딸에게 '그 양반이 얼른 들어오라고, 당신이 다 해결해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이 말을 최순실씨에게 전했고, 당시 독일에 있던 최씨는 곧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본 다음 10월 30일 귀국했다.

최씨의 집사 변호사가 소개한 변호인은 장씨에게 '함구령'을 조언했다. 장씨는 "박아무개 변호사는 어떤 것도 말하지 말라고 했고, 제가 2차 조사부터 진술했더니 검찰 조사에 입회도 안하고 접견도 안했다"고 했다. 그러다 박 변호사는 12월 5일 장씨를 찾아와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말라"며 출석하면 사임하겠다고 했다. 장씨는 "이모 얘기를 못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후 변호인을 바꾼 장씨는 그와 상의해 특검에 최씨의 또 다른 태블릿PC를 제출했다. 장씨는 "JTBC 보도 후 최씨가 자신의 아파트로 가서 컴퓨터와 태블릿PC를 처리하라고 했다"며 "컴퓨터는 놔두고 태블릿PC는 가져와 아들에게 줬는데, 변호사와 상의해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밖에도 주요 증거와 증언들로 특검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장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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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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