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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정원이) 그걸(일심회 사건) 수사하려고 하니까 2006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불러 그만둬라 해서 그만뒀는데. 이걸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미국 정부에 보고했다. 이게 '위키리크스'에 폭로되어 있다. 그때 (문 후보가) 비서실장을 하면서 국정원장이 7개 그룹을 수사하려 하는데, 관련자들이 386 운동권에 문 후보 진영 사람이 워낙 많아서 수사 못하게 했다는데 해명하라."

문재인 "사실이 아니며 참여정부는 검찰 수사에 관여하거나 통제한 적 없다." (홍: "국정원 수사다. 김승규 원장은 이걸로 국정원장에서 쫓겨났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사실로 나와 있다.") "그야말로 가짜뉴스 같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19대 대통령 후보 1차 TV 토론에서 10여 년 전 이른바 '일심회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다. 홍 후보는 지난 2006년 10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심회 사건을 수사하던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를 그만두게 했고, 국정원 수사 대상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영 386세대 운동권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수사를 못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홍준표 후보 말은 사실일까?

일심회 사건 때문에 김승규 국정원장 쫓겨났다? 양쪽 주장 함께 실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홍준표-문재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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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1년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서 공개한 미국 외교 문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2006년 11월 1일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작성해 보고한 '한국, 새로운 국정원장 임명'이라는 제목의 외교 문서에서 '김승규 전 원장 사임을 둘러싼 의문'을 언급했다.(위키리크스 한국어 번역본 전문 보기)

버시바우 대사는 당시 노 대통령이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을 내정한 사실을 보고하면서, "김승규 전 원장은 주목할 만한 간첩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으며, 몇몇 사람들은 그의 사임이 부분적으로 그 간첩 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2006년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386세대 운동권' 일부가 당원 명단 등이 담긴 정보를 북한 조선노동당에 넘겼다는 간첩죄 혐의를 수사했다. 법원은 이들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했지만 일심회 자체는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봤다.      

이 보고서는 일심회 사건와 김승규 원장 사임에 대한 '비판자들'의 주장 뿐 아니라, 당시 여야 입장과 언론 보도 내용을 함께 실었다. 

버시바우는 "비판자들은 김만복 승진을,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조사 초기 단계에 있던 간첩사건을 덮으려는 노력의 증거로 지적"하나 "현재 언론 보도는, 대통령이 간첩사건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처음으로 접한 5월에 이미 그 수사를 인정하고 지지했음을 들어, (간첩단 사건) 덮기란 인식에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10월 25일 내부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김승규 사임을 요구했다"는 몇몇 비판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사임은 결정적으로 청와대 영향력 하에서 이뤄졌다"고 언급한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 여러 인사와 민노당 권영길 의원 보좌관은 "국정원장 교체는 예견된 일이며, 최근의 간첩사건이나 청와대 내 불만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당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일심회 사건 수사 때문에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 사임을 요구했다는 일부 비판자들 주장을 전하고 있을 뿐이며, 이를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판자들 주장과 배치되는 당시 언론 보도와 여당 쪽 주장도 함께 실어 균형을 맞췄다.

문재인이 일심회 사건 수사 반대? 김승규 전 원장도 부인

하지만 해당 문서에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국정원 수사 대상에 자기쪽 386세대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수사를 못하게 했다는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더구나 당시 문 후보는 2006년 5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하다 그만둔 상태였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건 2007년 3월이었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일심회 사건을 수사하다 사퇴한 시점은 2006년 10월이다.

심지어 김승규 전 원장도 지난 2012년 5월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 위키리크스 문건 내용 관련 "수사 도중 청와대로부터 '수사를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언질이 많이 왔다. 청와대 참모 대부분이 반대했다"면서도 "그러나 문재인 전 실장은 아니다. 그분은 합리적인데다, 법률가이다. 어떻게 수사를 반대할 수 있겠나"라고 문 후보 개입설을 일축했다.

당시 국정원 수사 대상에 청와대 인사가 일부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법원은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006년 11월 27일 당시 일심회 사건 관련자 문건에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이름이 수차례 언급돼 있어 공안당국에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지만, 지난 2008년 6월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 보도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는 지난 2007년 12월 27일 당시 국정원, 검찰 문건을 토대로 이같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동아일보>가 박 전 비서관에게 2000만 원을 손해배상하고 정정 보도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고, <동아일보>는 정정보도문을 냈다.

홍준표 후보가 제시한 위키리크스 문건만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심회 사건 때문에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그만두게 했고, 문 후보가 자기 진영 386 인사들이 수사 대상에 다수 포함돼 있어 수사를 못 하게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홍준표 후보 주장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대선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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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심회사건, #문재인,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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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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