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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안철수-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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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략은 '4:1 구도 벗어나기'였다.

지난 19일 KBS 주최 토론회에서 난타를 당했던 문 후보는 23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는 답변 기회를 넘기거나, 모든 후보들의 질문을 모아 한 번에 답하는 등 분산 전략을 폈다.

앞서 토론회와 이날 토론회의 자유토론 규정은 모두 9분 총량제였다. 9분 총량제는 모든 후보에게 질문과 답변시간을 합쳐 9분이 주어지는 토론 방식이다.

앞서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자신에게 집중된 질문 때문에, 다른 후보에 비해 질문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관련기사 : 토론 방식 바꿨더니 문재인만 '난타' 당했다). 후보 한 명, 한 명과 설전을 벌여야 했던 문 후보는 토론 도중 "(계속) 이러면 다른 분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재인, 발언권 넘기고 한 번에 답하고

이날 문 후보는 한 명, 한 명의 질문에 답하기보다, 발언 기회를 의도적으로 분배하며 자신의 발언 기회를 늘렸다. 토론 초반, '송민순 회고록'을 주제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토론을 벌이던 문 후보가 답변 기회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넘긴 것이 대표적 예다.

문 후보는 유 후보가 "문 후보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사퇴할 용의가 있나. 당장 국회 정보위나 운영위를 열어 대선 전에 자료를 보자고 말할 용의가 있나"라고 묻자 심 후보 쪽으로 손짓을 하며 발언권을 넘겼다. 문 후보가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장면이었지만, 한편으론 토론 도중 각 후보가 자신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주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아니었다.

이어 심 후보가 색깔론을 주제로 유 후보를 공격하면서, 문 후보는 유 후보의 결함을 들춰냄과 동시에 발언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문 후보는 자신이 발언권을 얻었을 때,  후보별 질문에 짤막하게 답변하며 설전이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유 후보는 토론 태도를 바꿔야 한다. 질문하고 그에 대해 답이 있었으면 그것으로 정리하고 그래도 또 팩트 확인이 필요하면 끝난 뒤에 하면 된다. (중략) 홍 후보 질문에는 제가 대답할 가치가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 640만불 관련해 당시 가족이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있지만 노 대통령이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 (중략) 안 후보는 남북관계의 악화가 역대 정부에 다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야말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대전환시킨 정부다. (중략) 심 후보도 말씀하셨는데, (송민순 회고록 관련해) 명료하게 밝힐 수 있지만 당시 고도의 외교관계를 자서전에 기술한 것 자체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이렇게 시간을 안배한 문 후보는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그러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건가", "지금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 중국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외교적 설득 카드가 있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기억에 남은 안철수의 두 단어, 갑철수와 MB아바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준비하고 있다.
▲ TV토론 준비하는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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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를 지적하며 문 후보를 공략하려 했으나, 결국 '갑철수'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라는 말만 남겨버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했을 때, 코끼리만 기억에 남는 효과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관련기사 : 안철수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아바타'입니까?"). 먼저 안 후보는 이른바 '민주당 네거티브 문건'에 나온 내용을 거론하며 "제가 갑철수냐, 안철수냐"라고 문 후보에게 물었다.

안 후보의 질문에 문 후보는 "무슨 말씀인가"라고 답했고, 안 후보는 재차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문 후보는 "그래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이게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이다. 이걸 보면 조직적으로 국민 세금을 가지고 네거티브 비방을 한 증거가 다 있다. 이걸 지역위원장들에게 배포한 것이다"라며 "카이스트 교수(안 후보의 아내 김미경씨)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것이 특혜인가. 아니면 권력 실세 아들(문 후보의 아들 문준용씨)이 5급 직원으로 채용된 게 특혜인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 후보는 "저는 이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라며 "교문위, 환노위를 열어 투명하게 검증받는 게 옳다고 본다. 이 자리에서 상임위를 열자고 약속해 주겠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발언은 곧바로 사회자로부터 제지당했다. 사회자는 "거듭 말씀드린다. 이 자리는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자리다. 대북, 외교안보 정책을 검증하는 자리니 이 점에 유념하면서 토론해달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 후보는 "제가 MB아바타가 아니라고 확인해주는 건가"라고 문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며 상대방의 인증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아니면, 아니라고 해명을 하라. 저 문재인을 걸고 넘어지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라"라고 반박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안 후보, 문 후보 토론하는 것 보니 초등학생 감정싸움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안 후보는 이날 홍 후보와 블랙리스트 관련 설전을 벌이다,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관련기사 : 안철수 얼굴 일그러뜨린 홍준표의 '블랙리스트론')

토론장 떠나며 다섯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야기 나누는 유승민-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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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토론을 사죄로 시작하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관련기사 : 심상정 "성폭력 공모 홍준표와 토론 안 해" 유승민 "강간 미수 공범이다"). 심 후보는 토론 시작과 동시에 '성폭력 모의' 논란을 거론하며 홍 후보와의 토론을 거부했고, 유 후보와 안 후보도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와 토론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 후보는 '문재인의 거짓말', '안철수의 말바꾸기' 등의 내용을 담은 손팻말까지 준비했으나 큰 효과를 내진 못했다. 다만 홍 후보는 "무장평화 정책", "국정원 강화", "공수처 불필요", "친북정권", "우파 후보" 등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발언을 통해 집토끼 결집에 집중했다.

유 후보는 지난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안보를 강조했다. 지지율 열세가 계속되면서, 일단 합리적 보수 프레임을 통한 중도표보다, 보수표 결집에 초점을 둔 모양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문 후보와 안 후보로부터 "색깔론, 안보장사 그만하라"는 역공을 당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평양대사" 발언에도 집착하다가 안 후보로부터 "정말 실망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심 후보는 색깔론을 정책 토론으로 뒤엎으며 이번 토론회에서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 초반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설전이 계속되자, 심 후보는 "안보장사", "북한이 없었다면 보수는 어떻게 선거를 치렀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평생 후회할 일"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는 유 후보를 향해 사병 복지 및 군복무 기간 문제를 거론하며, 토론의 방향을 정책 쪽으로 이끌었다.

한편 후보 대부분이 토론 직후 전한 소회는 '아쉬움'이었다. 문 후보는 토론장을 빠져 나오며 취재진과 만나 "조금 더 품격 있는, 수준 높은 토론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 후보는 "토론의 질 자체가 대통령 후보자 토론답지 않았다"면서 "조그마한 저급한 문제를 가지고 서로 물고 뜯고 욕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 후보와 유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견지한 홍 후보의 자격을 되짚었다. 심 후보는 "입에 담기도 뭐한 성폭행 공모 혐의에 (홍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 또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이에 "12년 전 국민들에게 다 고백한 사건이다. 다 고백을 하고 난 뒤에 이제 와서 시비를 거는 것을 보니 내가 좀 뜨긴 뜨나 보다"라며 자신을 향한 공세를 '견제'로 해석했다. 그는 이어 "친구가 성범죄를 시도한 것을 내가 조금 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형편없이 (공세를) 몰았다"고 상대 주자들의 비판을 깎아 내렸다.

안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에도 문 후보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자녀 관련 논란을 주제로 상임위원회를 열자는 자신의 제안에 문 후보가 답변하지 않은 것에 "남은 기간 그냥 뭉개고 가겠다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정말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아니라고 본다. 숨길 게 많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의 송민순 회고록 관련 논란을 끝까지 도마에 올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보관하는 서류가 있으면 빨리 내놓으면 좋겠다"면서 "문 후보의 말은 충분히 (남은 기간동안) 검증할 수 있다. 국가 기밀 열람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자신이 토론 중간에도 지적한 색깔론 문제를 다시 꺼냈다. 그는 "선거 때마다 과거 일들을 재탕, 삼탕하면서 정치 공세하고 색깔론을 부추기니 국민들이 얼마나 염증이 나겠나"라면서 "실망할 국민들을 생각하니 오금이 저릴 판이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심 후보는 이어 "그런 (색깔론) 토론을 자제하고 이제 정책과 그 이행에 대해 책임있게 토론하는 대선 토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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