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파죽의 6연승(1무 포함)을 달리며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3개를 비롯해 10안타를 몰아치며 6-3으로 승리했다.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슈퍼 백업' 지석훈은 8회 장필준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냈고 재비어 스크럭스는 8회 동점 홈런으로 홈런 공동 2위 그룹(6개)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역전타를 친 지석훈을 불러들이며 팀에 쐐기 점수를 안긴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발목을 다친 주전 3루수 박석민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이 선수는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을 때려내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아직은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서서히 야구팬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NC의 내야수 도태훈이 그 주인공이다.

데뷔 첫 선발 출전 경기서 헤드샷 당한 비운의 루키

부산에서 태어난 도태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였던 손민한(은퇴)을 보며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부산고 1학년때부터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도태훈은 후배 정현(kt 위즈)이 입학하면서 3루로 자리를 옮겼고 부산고의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자로서 2010년 청룡기 4강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동기 이민호가 NC의 특별 지명, 그리고 3억 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한 것과 달리 도태훈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동의대로 진학했다. 도태훈은 대학에서의 4년 동안 내야 여러 포지션을 돌며 기량을 쌓았지만 대학 졸업반 때도 도태훈을 호명하는 구단은 나오지 않았다. 두 번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신 도태훈은 2016년 육성선수로 NC에 입단했다.

NC입단 후 퓨처스리그에서 괜찮은 기량을 선보인 도태훈은 정식선수로 등록돼 2016년5월1일 드디어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역시 난다 긴다 하는 스타 선수들이 모인 1군 무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도태훈은 4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삼진2개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20일도 채 되지 않았던 첫 1군 나들이를 마치고 다시 고양으로 올라갔다(NC의 연고지는 경남 통합 창원시지만 퓨처스팀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도태훈은 8월6일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부상으로 다시 1군 무대에 호출됐다. 그리고 다음날인 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드디어 생애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8번 유격수로 출전한 도태훈은 3회초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윤규진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다. 도태훈은 박민우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까지 올리며 감격적인 데뷔 첫 안타와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도태훈은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한화 불펜투수 권혁이 던진 시속 144km짜리 빠른 공에 머리를 강타당했다. 곧바로 퇴장선언을 당한 권혁도 후배의 상태가 걱정스러워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었다. 몇 분 간 그라운드에 누워있던 도태훈은 스스로 일어나 구급차에 탔고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도태훈의 생애 첫 선발 출전 경기는 그렇게 2016 시즌 마지막 1군 경기가 되고 말았다.

선배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주전 도약해 맹활약

NC는 입대 전 대주자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하던 이상호가 상무에서 전역하면서 내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작년 시즌 가능성을 보였던 도태훈도 시범경기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11경기에서 타율 .190에 그치며 그리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2루수 박민우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도태훈은 운 좋게 고양이 아닌 창원에서 시즌을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태훈이 다시 고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태훈은 3경기에서 대수비로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개막 엔트리 포함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5일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 사이 NC는 주전 3루수 박석민이 발목 통증으로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조평호마저 10경기에서 단 2안타(타율 .105)를 때려내는데 그치며 3루 자리에 다시 공백이 생겼다.

결국 도태훈은 4월15일 다시 1군의 호출을 받았고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21일 삼성전에서 3루수로 첫 선발 출전했다. 5회 볼넷으로 출루했다가 이종욱의 적시타 때 시즌 첫 득점에 성공한 도태훈은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권오준을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며 데뷔 첫 장타를, 22일 경기에서는 2안타 2타점으로 데뷔 첫 타점을 신고했다(신인이나 마찬가지인 도태훈은 날마다 데뷔 첫 기록들이 쏟아진다).

앞선 두 경기에서 좋은 감을 이어가던 도태훈은 23일 경기에서 부산고 4번 타자 출신다운 배팅 파워를 뽐냈다. 앞선 세 번의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도태훈은 8회 4번째 타석에서 삼성의 불펜 투수 장필준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4-3의 불안한 한 점차 리드를 3점으로 벌려주는 영양가 높은 홈런이었다. 5회 동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아직은 1군 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도태훈은 고교 시절 인터뷰에서 "내 라이벌은 신일고 하주석(한화)"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하주석과 아직 신인티를 벗지 못한 도태훈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도태훈의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훗날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도태훈의 깜짝 활약이 내야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NC가 6연승의 상승세를 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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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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