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워낙 많아 공식 별명마저 '김별명'인 김태균이 KBO리그 출루 기록을 다시 썼다.

한화 이글스의 간판타자 김태균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64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김태균은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가 2001년과 2006년에 걸쳐 작성했던 63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넘어서 KBO리그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물론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김태균이 앞으로 6경기만 더 출루 행진을 이어간다면 1994년 오릭스에서 활약하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가 세운 일본 기록(69경기)까지 제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1949년 고 테드 윌리엄스가 세운 84경기다. 그야말로 출루에 있어서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계속 쌓고 있는 셈이다.

3할20홈런80타점에도 부진하다 욕 먹는 사나이

빙그레 이글스의 전설 장종훈이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성공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면 한화 이글스의 전설 자리를 예약해 둔 김태균은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물론 두 선수 모두 대단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화 연고지의 야구 명문 천안북일고 출신의 김태균은 2001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해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큰 위기 없이 꽃길을 걸어왔다.

김태균은 루키 시즌이던 2001년 88경기에 출전해 타율 .335 20홈런 54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캐넌히터' 김재현(은퇴) 정도를 제외하면 그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보인 거포형 고졸신인은 찾아보기 힘들다('국민타자' 이승엽조차 루키 시즌엔 타율 .285 13홈런에 그쳤다). 김태균은 이듬해 2년 차 징크스를 겪기도 했지만 2003년 31홈런을 쳤고 2004년과 2005년에는 2년 연속 100타점을 돌파했다.

2005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에 140개 이상의 안타,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김태균은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돼 일찌감치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젊은 선수들의 최대 고민인 군문제를 프로입단 6년 만에 가볍게 해결한 것이다. 2008년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르고 2009년까지 한화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던 김태균은 2009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에 입단했다.

김태균의 지바롯데 시절을 그의 유일한 흑역사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지만 2010년에는 21홈런92타점을 기록했고 올스타전에도 출전했으며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으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퇴단하면서 국내외 야구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잠깐이었지만 독설을 잘하는 어느 개그맨의 이름이 김태균의 새 별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복귀 후 김태균의 활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김태균은 2012년 한화에 복귀하자마자 타격왕을 차지했고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미쳐 날뛰던 2015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출루율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작년 시즌엔 .365의 타율과 136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본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작년까지 KBO리그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 본의 아니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역시 김태균은 김태균이었다.

kt전 4안타 폭발하며 호세 기록 가뿐히 넘어선 '김출루'

김태균은 작년 8월7일 NC다이노스전부터 조용히 또 하나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었다. 바로 연속경기 출루 기록이었다. 사실 통산 출루율에서도 이미 '타격의 달인'이라 불리던 고 장효조(.427) 감독을 제치고 역대 1위에 올라있는 김태균의 출루행진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기록이 해를 넘기고 2001년 '괴물 모드'의 펠릭스 호세가 기록한 63경기에 접근하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김태균은 지난 18일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60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며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박종호가 세웠던 토종 최다 연속경기 출루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리고 21일 kt와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63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며 호세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기록과 타이를 만들었다.

사실 21일 경기는 올 시즌 너클볼을 주무기로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하던 kt의 외국인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가 등판하는 날이라 김태균의 기록 달성에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태균은 2회 선두타자로 나와 피어밴드를 상대로 큼지막한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호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태균은 이날 4번의 타석에서 3안타 3타점을 몰아쳤다.

22일 경기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하는 3년 차 좌완 정성곤을 상대한 김태균은 1회 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태균은 대기록 달성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애타게 만들지 않았다. 김태균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익 선상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내며 64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달성했다. 기록을 달성한 김태균은 헬맷을 벗고 관중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작성했음에도 대스타답게 진중한 표정을 유지했다.

김태균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송광민을 불러들이는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고 본인도 최진행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5-9로 뒤진 7회 3번째 타석에서도 좌측 펜스를 때리는 적시타를 작렬했다(펜스를 때리고도 번번이 단타에 그치는 것도 김태균답다). 김태균은 이날 5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시즌 성적도 타율 .385 출루율 .488로 올라갔다.

하지만 김태균의 4안타 대활약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난타전 끝에 kt에세 9-11로 패했다. 언제나 그랬듯 김태균 한 사람의 힘 만으로는 한화를 강 팀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김태균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자신의 출루 기록과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을 바꾸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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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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