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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오일장은 5,10일장이다. 지난 20일 열린 오일장의 주인공은 단연 봄나물이었다. 봄나물축제가 열리는 4월 말을 전후로 하여 25일, 30일엔 우리 산야에서 쑥쑥 올라온 자연산 봄나물이 지천일 것이다.
▲ 용문오일장 용문오일장은 5,10일장이다. 지난 20일 열린 오일장의 주인공은 단연 봄나물이었다. 봄나물축제가 열리는 4월 말을 전후로 하여 25일, 30일엔 우리 산야에서 쑥쑥 올라온 자연산 봄나물이 지천일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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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열리는 '오일장'의 주인공은 단연 '봄나물'일 것입니다.
이미 봄이 왔기에 오일장이 아니라도 봄나물 천지지만, 오일장에서 만나는 봄나물의 향은 한층 더 깊습니다. 향이 깊은 만큼, 아직도 우리 몸에 남아있는 저 겨울의 찌푸둥함 같은 것들을 다 달아나게 만들어 우리의 몸을 깨워줍니다.

요즘 가장 많이 나온 봄나물은 단연 참두릅이다. 서울 사람들은 작은 두릅을 즐겨 찾지만, 현지 분들은 좀 굵직한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너무 작아도 향이 없단다.
▲ 용문오일장 요즘 가장 많이 나온 봄나물은 단연 참두릅이다. 서울 사람들은 작은 두릅을 즐겨 찾지만, 현지 분들은 좀 굵직한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너무 작아도 향이 없단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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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용문오일장으로 다녀왔습니다.

이미 쑥은 쇴고(물론, 아직도 연한 것들이 나와있기는 합니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올라온 새순들이 등장했습니다. 단연 가장 인기가 있는 친구는 '참두릅'입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먹음직합니다.

참두릅과 개두릅(엄나무순), 참취, 도라지, 더덕, 달래, 망우초, 고들빼기, 달래순, 고사리, 돌나물, 미나리, 방풍, 참나물, 머위. 민들레싹....

엄나무순, 줄줄이 엮여있는 엄나무순에 들어간 손길에 비하면 싼 편이다. 엄나무는 개두릅이라고도 하는데, 참두릅보다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
▲ 봄나물 엄나무순, 줄줄이 엮여있는 엄나무순에 들어간 손길에 비하면 싼 편이다. 엄나무는 개두릅이라고도 하는데, 참두릅보다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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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봄나물이 장터에 가득 깔렸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봄나물 향기에 취할 것만 같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봄이 왔고, 벚꽃도 어느새 한창 때를 지나가고 있다는 것도 알았고, 봄이 서둘러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참두릅'같은 것들이 저렇게 실하게 자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마터면, 늦을 뻔 했습니다.

봄나물과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이 프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다. 하나의 설치 미술품을 보는 듯하다.
▲ 용문오일장 봄나물과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이 프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다. 하나의 설치 미술품을 보는 듯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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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질문을 하나 드릴 터이니 오른쪽 플라스틱 디섯 개의 바구니에 담긴 두릅을 자세히 보십시오.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큰 두릅을 사시겠습니까, 작은 두릅을 사시겠습니까?"

당연히 저는 '작은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어차피 무게가 같다면, 아직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것이 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아직은 사기 전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곳에 사시는 분들에게 전혀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물을 파는 아주머니, 봄나물 망우초가 보인다. 나물마다 해먹는 방법이 있다. 모르는 나물은 조리법을 반드시 알아보고 먹어야 한다.
▲ 용문오일장 나물을 파는 아주머니, 봄나물 망우초가 보인다. 나물마다 해먹는 방법이 있다. 모르는 나물은 조리법을 반드시 알아보고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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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게 좋은 거예요. 서울 분들은 작은 것을 많이 찾데요. 그런데 이곳 분들은 큰 걸 찾아요. 커도 질기지도 않지만, 커야 향이 좋거든요."

보들보들 연한 것만 선호하던 내게 '봄나물의 향'이라는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 말을 믿고, 나는 좀 큰 것으로 구입했다. 귀한 봄 나물, 고깃값과 비교해도 결코 싸지는 않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 몸에 훨씬 더 좋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봄 한 철, 요즘이 아니고서는 먹을 수 없으니 당연히 더 비쌀 수밖에.

봄나물과 촌된장, 촌막장은 잘 어울리는 조합니다. 아직도 몸이 온전히 깨어나지 못했다면, 봄나물로 잠든 몸을 깨워보자.
▲ 용문오일장 봄나물과 촌된장, 촌막장은 잘 어울리는 조합니다. 아직도 몸이 온전히 깨어나지 못했다면, 봄나물로 잠든 몸을 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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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을 맛나게 먹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지금 이 사진만으로 봄 요리 하나 하자면 이렇다.

나물을 삶아 숭덩숭덩 먹기 좋게 썰고 국수를 삶아 찬 물로 행군 후에 국수 위에 봄나물을 올려놓고, 촌막장을 적당량 넣어 비벼 먹으면 '봄나물촌막장비국수'가 탄생합니다. 저는 국수 대신 라면을 삶아서 같은 방법으로 해 먹었는데, 맛이 참으로 일품이었습니다.

고사리도 벌써 나왔다. 보통 실한 것이 아니다. 고사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나물이었는데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 용문오일장 고사리도 벌써 나왔다. 보통 실한 것이 아니다. 고사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나물이었는데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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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 넣어서 파는 것과 엮어서 파는 것의 양의 차이는 어떨까? 가지런하니 예쁘고,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가 있어서 나는 엮은 것으로 하나 샀다.
▲ 용문오일장 박스에 넣어서 파는 것과 엮어서 파는 것의 양의 차이는 어떨까? 가지런하니 예쁘고,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가 있어서 나는 엮은 것으로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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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머위, 참두릅, 달래순, 단오가 되기 전에 나오는 푸른 싹은 모두 먹어도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먹을 수 있으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특히,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은 독성이 있어서 절대로 식용으로 사용하면 안됩니다. 어떤 나물은 삶아서 오랫동안 우려두었다가 먹어야 하는데 망우초와 얼레지가 대표적인 것입니다.

머위 같이 쓴나물의 쓴맛이 싫은 분들은 삶아서 물에 담가 두었다가 드시면 좋습니다. 물론, 쓴맛을 좋아하시는 분은 생으로 드셔도 좋습니다. 쓴맛은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데 그만입니다.

더덕과 도라지, 싹이 나기 전에는 진액이 덜 나와서 손질하기가 좋다. 갓 나온 더덕순은 쌈으로 먹어도 좋다. 도라지와 더덕 등 뿌리 식물은 한껏 싹을 틔우기 위해서 온 몸에 정기를 가득 담아 두었을 것이다.
▲ 용문오일장 더덕과 도라지, 싹이 나기 전에는 진액이 덜 나와서 손질하기가 좋다. 갓 나온 더덕순은 쌈으로 먹어도 좋다. 도라지와 더덕 등 뿌리 식물은 한껏 싹을 틔우기 위해서 온 몸에 정기를 가득 담아 두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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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의 향기가 오일장을 가득 채웁니다.

더덕과 도라지 같은 뿌리식물은 이맘때 제 몸에 가장 많은 영양분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싹나기 전의 더덕은 진액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진액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증거는 향기가 더 좋다는 것으로 증명됩니다.

더덕은 재배하기가 쉽지 않을뿐 아니라 수확하기도 어려운 식물입니다. 게다가 작업의 효율성을 내세워서 중장비 같은 것을 동원하면 수확량의 반 정도는 상품성이 없습니다. 산삼을 다루듯 한 뿌리 한 뿌리 애써 가꾼 것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입니다. 껍질을 깔 때에는 씻어두었다가 약간 뿌리가 시든 감이 있을 때, 껍질을 벗기면 잘 벗겨집니다. 껍질을 벗긴 후에는 방망이로 잘 두드려서 양념장을 한 후에 구워드시면 됩니다. 삼겹살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으름덩굴의 연한 싹도 맛있는 봄나물이다. 으름의 향기가 진동을 한다. 으름이 향기가 진동한 후, 아카시아 꽃향기가 날리기 시작하면 봄나물도 서서히 쇠서 먹지 못한다. 봄이 가기 전에 봄나물로 몸을 깨워보자.
▲ 으름덩굴 으름덩굴의 연한 싹도 맛있는 봄나물이다. 으름의 향기가 진동을 한다. 으름이 향기가 진동한 후, 아카시아 꽃향기가 날리기 시작하면 봄나물도 서서히 쇠서 먹지 못한다. 봄이 가기 전에 봄나물로 몸을 깨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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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꽃이 한창입니다.

가을이면 한국산 바나나로 불리우는 열매가 열리죠. 씨앗이 많아서 과육을 먹기가 쉽지는 않지만, 영락없는 바나나맛입니다. 으름덩굴의 순은 부드러울 때 봄나물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으름꽃이 질 무렵이면, 아카시아 꽃 피는 5월이 옵니다.
그리고 으름꽃이 다 떨어질 즈음이면, 봄이라는 단어도 무색해 지고, 봄나물들도 쇠기 시작합니다. 자연에서 얻는 봄나물은 딱, 으름꽃이 피어있는 동안까지라고 봐야겠지요.

이제 곧 오름꽃이 집니다.
4월 말과 5월 초, 곳곳에서 봄나물 축제가 열립니다. 용문오일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4월 30일은 용문오일장이 서는 날이니, 봄나물이 더 많을 것입니다. 봄이 가고 있습니다. 봄이 가기 전에 봄나물로 우리의 몸을 깨우는 것은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영문오일장은 5, 10일 장입니다. 용문오일장은 용문역(경의중앙선) 바로 앞에 서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용이합니다. 용문산관광단지 내의 식당을 이용하시면 그곳에서 각 식당마다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됩니다.



태그:#용문오일장, #봄나물, #봄나물축제, #두릅, #으름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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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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