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신임 창원 LG 감독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승호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현주엽 신임 창원 LG 감독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승호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에 또 한 명의 슈퍼스타 출신 감독이 등장했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24일 잠실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슈퍼파워' 현주엽 MBC스포츠플러스 농구 해설위원을 구단 제7대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LG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8위에 그치며 2년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6년간 LG를 이끌어온 김진 전 감독과는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결별을 선택했다.

LG의 현주엽 신임감독 선임은 모험을 넘어 파격에 가깝다. 현주엽 감독은 2009년 LG에서 현역을 은퇴한 이후 농구계에서는 별다른 지도자 경험 없이 방송 해설위원으로만 활동해왔다. 코치 경험 없이 곧장 프로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허재 전 전주 kcc 감독(현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며, 75년생인 현주엽 감독은 조동현 부산 kt 감독에 이어 KBL에서  두 번째로 젊은 감독이다.

스타플레이어 현주엽, 그에게 없었던 '우승'

현주엽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휘문고-고려대를 졸업하고 1998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SK에 지명되어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골드뱅크, KTF(이상 현 kt)-LG 등을 거쳤다. 대학교 1학년때인 1994년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꺾고 20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는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의 현주엽은 '포인트 포워드'의 원조로 꼽힌다. 195cm로 빅맨으로서는 크지 않은 신장이지만 특유의 파워와 다재다능한 농구센스를 바탕으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방면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낸 선수였다. 지금도 한국농구에 현주엽과 같은 유형의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는 다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터프하면서도 호쾌한 플레이스타일로 남성팬들이 유독 많았던 선수이기도 했으며 전성기에는 덩크 컨테스트에서 샤킬 오닐처럼 백보드를 부수는 괴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 매직 히포, 포인트포워드, 슈퍼파워에 이르기까지 동시대를 풍미한 여러 농구대잔치 세대 스타들 중에서도 유독 다양한 별칭이 많았던 선수이기도하다. 특히 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로서 휘문고 1년 선배이자 라이벌 연세대의 에이스였던 서장훈(현 예능인)과 형성했던 라이벌 구도는 당시 최고의 빅매치로 꼽혔다. 

하지만 농구에 관한 모든 재능을 다 갖춘 듯했던 현주엽에게도 없는 것이 딱  두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우승복과 건강이었다. 현주엽은 프로무대에서는 정작 정규리그-챔프전 포함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심지어 결승진출 경험조차 없다. 라이벌 서장훈을 비롯하여 농구대잔치 시대를 풍미한 또래 세대들이 모두 한번 이상씩 정상을 맛본 것과 비교하여 유독 불운한 선수였다. 심지어 현주엽은 프로 출범전까지 국내 최고의 농구 대회로 꼽혔던 농구대잔치 시절에도 우승-결승진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선수생활을 마칠 즈음에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주엽은 1999년 당시 선두를 달리던 SK에서 골드뱅크로 시즌중에 전격 트레이드된 이후 선수생활내내 강팀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프로 진출 이후 고질적인 잔부상에 시달리며 전성기가 일찍 내리막에 접어든 것도 커리어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선수생활 말년을 보낸 LG에서는 잦은 부상으로 팀에 기여하지 못했고 결국 거듭된 재활에 지쳐 34세의 나이에 일찍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현주엽은 은퇴 이후 한동안 농구계를 떠나있었으나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등 순탄하지 않은 행보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2014년부터는 TV 농구중계 해설을 통하여 농구계에 복귀했고 이후 <무한도전>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하여 한동안 '방송인'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쌓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주엽 감독을 영입한 LG 역시 공통점은 창단 이후 아직까지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LG는 2013-14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한 차례 차지한 것이 최고성적이고 챔프전에서는 두 번 올랐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특히 전통적으로 단기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며 '업셋의 단골 희생양' '6강 전문팀'같은 달갑지않은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어쩌면 '우승에 가장 굶주린 팀'이 정작 '우승과 가장 인연이 없는 초보 감독'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현주엽, 어떤 모습 보일까?

LG는 비록 올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종규, 김시래, 조성민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소 보유하고 있어서 전력상으로는 상위권으로 꼽힌다. 올시즌의 실패 요인으로 꼽히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관리, 외국인 선수 구성문제만 보강하면 당장 다음 시즌에라도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의 홈구장인 창원은 '농구의 도시'로 꼽힐만큼 홈팬들의 성원이 가장 뜨거운 곳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베일에 가려있는 현주엽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주엽 감독은 TV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리바운드>(길거리 3대 3농구), <버저버터>(연예인 농구대회)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도자로서의 스타일을 살짝 보여준바 있다.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프로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기본기와 체력을 강조하고 때로는 선수들에게 직설적인 표현도 서슴치않던 모습에서 '프로 감독' 현주엽의 성향을 어느 정도 짐작케한다.

현주엽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우직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영리한 두뇌플레이에 능했고 상대전의 기싸움이나 심리전을 능글맞게 즐기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하지만 현역 시절은 현역 시절이고, 과연 전문적인 코치 경험도 없는 젊은 감독으로서 프로 감독직을 잘 수행할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큰 것도 사실이다.

최근 프로농구는 감독들의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는 추세이며 농구대잔치와 프로화 1세대 출신들이 어느덧 하나둘식 지도자로서 성공가도를 밟아나가고 있다. 허재 감독은 KCC에서 역대 최초로 선수와 감독 출신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상민 감독은 올해 삼성을 8년만의 챔프전으로 이끌기도 했다.

한국농구의 스타 계보를 잇는 현주엽 감독이 이러한 스타 출신 지도자들의 성공 사례에 동참할수 있을지 다음 시즌의 행보가 기다려진다. 현역 시절 못다한 무관의 아쉬움을 지도자로서 만회할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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