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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벚꽃이 지기 시작한 4월, '꽃만 피면 봄인가? 우리 권리가 꽃펴야 진짜 봄'을 외치는 청소노동자들이 있다. 최순실 예산은 6500억 원인데 청소노동자 임금 예산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립국악원 청소노동자, 매해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임금, 고용, 단협 승계 투쟁을 벌여야 하는 아주대 청소노동자, 책임이 필요할 때는 서로 떠넘기기 바쁜 원청과 용역업체가 노조 탄압에는 한 몸이 되어 움직인다는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40만에 이르는 청소노동자 대다수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들이 4월 22일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청소노동자의 봄'을 준비하며 작성한 글을 토대로 <오마이뉴스>에 '청소노동자의 혹독한 겨울, 그리고 봄' 연속 기고를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이전기사 : 최저임금 올랐으니 일하는 시간 30분 줄이자?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중

벚꽃노래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꼈다. 개화시기를 적어놓은 전국 벚꽃 지도도 찾아보고, 벚꽃 명소도 찾아보고, 어디 가지 않더라도 사무실 앞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올해의 봄을 느꼈다.

거리마다 만발하는 벚꽃을 보며 꽃놀이를 생각할 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꽃놀이 대신 파업을 선택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유)동양산업개발이라는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유)동양산업개발은 2016년도부터 교섭을 회피하고 합의안을 뒤엎는 등의 횡포를 저질렀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교섭을 회피한 결과 아직 2016년 교섭을 마무리 짓고 있지 못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는 식이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꽃놀이 대신 파업을 선택한 이유이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돌입 기자회견 모습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돌입 기자회견 모습
ⓒ 경북대병원청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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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양산업개발은 업체설명회에서 노조탄압을 하겠다는 걸 내세웠던 업체다. 파업주동자를 색출하고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을 버젓이 이야기했다. 이는 명백히도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조정법 위반일 뿐더러, 노동자들의 노동3권 또한 가로막는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또한 '노조활동 금지'와 같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도 어긋나는 내용이다. 하지만 원청인 경북대병원은 (유)동양산업개발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해고와 현장탄압에 시달려왔다. 노조 전임자였던 이계옥 분회장은 용역업체 계약일자부로 해고를 당했고 4개월간의 투쟁 끝에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주차관리노동자들 26명도 집단해고를 당했고 1년을 싸워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해고를 수시로 자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노조활동은 당연히 위축됐다.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용역업체에 대한 제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무조건 해고부터 시켜보고 나중에 부당해고 판결이 나면 복귀시키면 그만이었다. 해고당사자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용역업체에 대한 처벌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니 노동자들의 해고문제가 밥 먹듯 일어날 수밖에. 수없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까지 저질렀던 (유)동양산업개발은 별어려움 없이 2017년도에도 경북대병원과 계약을 체결했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이 병원을 살린다

병원에서 이들의 노동이 가지는 가치는 가볍지 않다. 하나만 상상 해봐도 쉽게 느낀다. 병원에서 배출되는 모든 쓰레기들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다면, 환자들은 어떻게 될까. 병동의 각 쓰레기통은 넘쳐날 거고 병동뿐 아니라 수술실의 적출물 또한 쌓인다. 어디보다도 깨끗해야할 병원에서 병균이 득실거릴 거고, 병원내 감염위험 또한 높아진다. 화장실이나 복도바닥에 물기가 제때 닦이지 않아 미끄럼사고가 발생한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은 결코 가볍지 않은데 한없이 가볍게 평가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찬밥을 먹고, 무시당하고, 쉽게 해고당하는 이유는 단 하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또 벌어졌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경북대병원은 직접고용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다. 하지만, 원청인 경북대병원은 계약서상의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한다.

더구나 상시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대체인력 노동자들은 원청이 직접고용 하는 상황은 웃프기까지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수년간 외쳐왔던 원청의 직접고용이라는 구호가 더 서글프게 들린다. 이계옥 분회장은 "대체인력만 직고용하지 말고 하청 청소노동자도 직고용해 달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경북대학교병원측은 한 언론을 통해 "청소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을 직접 채용했을 뿐 불법이 아니다"라고, 용역업체측은 "휴일과 병가에 대비한 고용이었다. 청소노동자의 파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 항의 시위 모습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 항의 시위 모습
ⓒ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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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그저 오지 않는다. 봄의 꽃들이 활짝 피어나 자기를 뽐낼 때까지는 나름의 고단한 과정이 있었으리라. 때가 왔을 때 누구보다 예쁘게 피어나기 위해서, 물을 먹고 햇볕을 쬐고 영양을 섭취하며 모진 찬바람을 견뎌왔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진짜 봄을 만들기 위해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섰다. 지난 파업에 49명의 조합원 중 41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현재는 다음 투쟁을 계획하며 일상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봄이 곧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에게 봄이 하루라도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입니다.



태그:#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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