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선거벽보가 공개됐다. 각 당은 이 선거벽보를 19일까지 중앙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벽보는 중앙선관위에 의해 22일까지 정해진 곳에 첩부된다.

한 장의 종이, 하지만 중요한 메시지 전달 통로

선거벽보는 후보자들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선거기간 동안 전국 어디서나 유권자와 상시 대면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들의 선거벽보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메시지와 차별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인 만큼, 후보자들은 선거벽보 제작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 주요 후보 5명의 벽보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기호1번 - 중후함, 안정감 돋보여

먼저 문재인 후보. 기호 1번의 '1'자를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행렬 밖으로 불쑥 솟아있다. 1자에 흰색 테두리를 두르고 진청색으로 굵은 음영처리까지 했다. 여론조사와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색깔은 노란색. '노무현의 풍선'과 '세월호 리본'이 연상되는 컬러다.

17일 공개된 선거벽보
▲ 기호 1번 문재인 17일 공개된 선거벽보
ⓒ 각 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후보 이름에는 굵고 각진 세체가 사용됐다. 횡과 종의 길이가 같은 정사각형의 안정된 구도다. 옷의 컬러도 서체의 안정감과 상통하는 것을 선택했다. 짙은 색의 양복에 회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 넥타이를 착용했다. 염색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많아 보인다. 중후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벽보 앞에 서 있는 유권자와 눈을 마주치려는 듯 정면을 응시하며 웃고 있다. 눈높이의 소통을 강조해 친밀한 느낌을 끌어내는 의도일 것이다. 살짝 벌어진 입의 높이에 맞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 '나라답게'라는 표현에서 적폐청산과 개혁 의지가 엿보인다. 또 중도보수층을 의식해 '든든한'이란 형용사를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호2번 - 보수본산임을 강조

홍준표 후보의 벽보엔 다소 거친 서체의 문구가 세로로 자리 잡고 있다.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 다분히 보수층을 겨냥한 슬로건이다. 왜 세로쓰기를 했을까. 무너진 보수층을 의식해서 그랬을까.

17일 공개된 선거벽보
▲ 기호2번 홍준표 17일 공개된 선거벽보
ⓒ 각 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당의 로고와 넥타이만 붉은색이 아니다. 문구과 '기호2번'의 '2'자도 붉은색이다. 과거 새누리당을 연상케 하는 컬러다. 비록 당명은 바뀌었지만, 자신이 '보수본당'의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당당한 서민대통령.' 홍 후보 이름 위에 얹혀있는 수식어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소속됐던 정당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싶었는지 '당당한'이라는 표현을 맨 앞에 배치시켰다. 박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짓을 했지만, 자신은 그 당과는 달리 당당하다고 주장하고 싶었나 보다. 말쑥하게 빗어 넘긴 까만 머리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차이가 느껴진다.

기호 3번- '파격'... 먹힐까?

안철수 후보의 선거벽보는 파격적이다. 유세 장면 사진을 그대로 오려내 사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완성 같다는 느낌도 든다. 머리 위에 기호와 이름이 크게 그려져 있다. 마치 역도선수가 '3안철수'라는 바벨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 같기도 하다.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느껴진다. 그런데 안 후보의 기호 '3'은 문재인 후보의 '1'과 같은 색인 노란색이다. '노란색'이 심벌컬러인 지지층을 의식해서 일까? 한때 두 후보는 '노란색 지지층'을 공유하기도 했다.

'파격' 선보인 안철수 후보 선거벽보
▲ 기호3번 안철수 '파격' 선보인 안철수 후보 선거벽보
ⓒ 각 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번쩍 쳐든 두 팔의 왼쪽 주먹에 '3자'가 걸려 있다. 이것을 두고 팔 모양을 'V'로 읽으면 안 후보가 개발한 'V3백신'을 연상하게 만든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깨에 두른 띠엔 '국민이 이긴다'라는 글이 들어있다. "내가 당선이 돼야 국민이 이기는 게 된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안 후보의 파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안 후보의 주된 지지층은 50대 이상의 중·장년 보수층이다. 이들이 과연 이 '파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까?

기호 4번 - 이미지 차별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유승민 후보의 슬로건이다. '보수의 새희망'임을 자처하는 자신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유권자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메시지다. '희망'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하늘색 톤을 기본 컬러로 삼았다. 양복 상의를 입지 않았다. 와이셔츠 차림이다. 자신을 '열심히 일하는 능력 있는 사람'으로 봐 달라는 이미지 차별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17일 선보인 선거벽보
▲ 기호4번 유승민 17일 선보인 선거벽보
ⓒ 각 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기호 5번 -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일관성 강조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기호 '5'와 후보 이름을 같은 컬러로 일치시켰다. 재킷에 달린 노란색 '세월호 리본'과도 색깔이 통일돼 있다. 일관성 있는 진보정치인 이미지를 견고하게 내보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7일 공개된 선거벽보
▲ 기호5번 심상정 17일 공개된 선거벽보
ⓒ 각 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노동이 당당한 나라.' 심 후보가 내건 슬로건이다. 자유한국당 홍 후보도 '당당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 형용사가 꾸며주는 명사는 다르다. 홍 후보는 당당해야 할 것이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반면, 심 후보는 '나라'라고 했다. 홍 후보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심 후보는 '나라'라는 공동체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심 후보의 또 다른 슬로건은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 반면 홍 후보는 '바꾸다'가 아닌 '지키다'라는 동사를 강조했다. 이념성향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다섯 후보들의 선거벽보에서 읽어낼 수 있는 메시지를 한 단어로 함축하면 무엇이 될까. 문 후보는 '안정', 홍 후보는 '보수', 안 후보는 '승리', 유 후보는 '능력', 심 후보는 '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태그:#선거벽보, #5.9대선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