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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을 위해 함정수사 등을 벌였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 육군의 함정수사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을 위해 함정수사 등을 벌였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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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육군 중앙수사단(아래 수사팀)이 동성애자 색출을 위해 함정수사를 벌이고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7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사건 공개 이후 국민적 지탄을 받은 육군본부가 수사를 중단함은 물론, 관련자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을 기대했으나 도리어 피해자들을 더욱 탄압하는 형국에 접어들었다"며 "입수한 증거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를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중앙수사단 소속 홍아무개 수사관이 G중사를 수사하면서, G중사에게 게이 데이팅 앱에 접속해 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라고 시켰다.

이에 H중위가 응답하자, 홍 수사관은 H중위의 사진을 요구, 소속 부대와 부대 위치, 군인과의 성관계 등을 H중위에게 묻도록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언제 한 번 볼 수 있나요?"라며 "ㅂㄱ(번개의 줄임말로 일회성 즉석만남을 통한 성관계를 뜻함)는 안 하시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해, 성관계를 유도한 함정수사라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군인권센터가 육군이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제시한 증거 사진이다.
▲ 군인권센터가 육군이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제시한 증거. 군인권센터가 육군이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제시한 증거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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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군인권센터는 G중사가 게이 데이팅 앱을 통해 H중위에게 연락을 취해 '번개' 등의 이야기를 나눈 스크린샷과 그렇게 얻은 H중위의 얼굴 사진을 G중사가 김아무개 수사관에게 보낸 사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대화에서 H중위는 '군인과는 성관계하지 않는다'며 만남을 피했지만, 수사관은 G중사를 통해 '해 본 적 없느냐'고 군형법 위반 혐의를 캐물었다. 군인권센터의 주장대로라면 명백한 함정수사다. 

수사관이 "인권위 같은데 연락했냐?" 추궁

또 군인권센터는 수사팀이 피해자를 회유·협박하고 피해자가 방어권 행사를 하고 외부 기관에 진정을 넣는 것을 방해하는 등 수사 과정상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관련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홍아무개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한 수사 대상자에게 "너 어디 인권위 같은데 연락한 거 있냐"며 추궁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처럼 피해자가 인권위에 연락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는 행위는 '진정을 허가하지 않거나 방해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7조에 저촉된다.

또 홍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수사대상자에게 "네가 알고 있는 XX의 성향은 뭐야?"라고 질문하는 내용도 있다. 이에 대해 임태훈 소장은 "여기서의 성향은 성적 취향이 아니라 성행위시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거다"라면서 "이 수사를 합법적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다. 군의 인권의식이 바닥인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인권센터는 수사과정에서 '아웃팅'(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 정체성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벌어졌다고도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수사팀은 E중위와 L중사와의 성관계 사실을 추궁하는 과정에, 휴대폰을 이미 수사팀에 제출한 L중사와 E중사를 대질시키기 위해 L중사의 지휘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통화 중 L중사의 피의사실을 이야기해 사건과 무관한 휴대폰 주인인 지휘관이 L중사가 동성애자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임태훈 소장은 "E중사 휴대폰에 영상 통화 기록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군인권센터의 1차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육군본부는 "관련수사는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한 가운데 법적 절차를 준수해 진행되고 있다"며 "동성애 장병에 대해서도 타인에 의한 '아웃팅' 제한 및 차별 금지 등을 통해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군인권센터가 제시한 증거들은 육군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들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수사팀에 속한 홍아무개, 윤아무개, 최아무개, 김아무개 등 5명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태그:#군인권센터, #동성애, #색출, #장준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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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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