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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3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가 열렸다. 미수습자 이름표가 붙은 노란풍선을 선두로 해서 참사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풍선 304개 가 무대로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풍선 행진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풍선이 무대로 향하는 동안 대형스크린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불려지고 있다. ⓒ 권우성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풍선을 들고 행진한 한 시민이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 마지막 순서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풍선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2신 : 15일 오후 10시]
세월호 3주기 전야제, 유족과 생존자 등의 편지로 채워져

"짧은 순간이지만 니가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주년 문화제. 세월호 유가족 박보나씨는 희생자인 동생(박성호군)에게 쓴 편지를 담담하게 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지만"을 읽는 순간 올라오는 감정은 차마 감추지 못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자를 그리워하는 3년간의 간절함이 찰나의 순간에 묻어났다. '짧은 순간'이란 문구를 읽던 그 '짧은 순간'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촛불시민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지난 3년은 박씨에겐 흐릿해져가는 동생의 기억을 잡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기도 했다.

'성호누나' 박보나씨의 편지글 낭독 세월호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가 3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 권우성
"너를 못 본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어. 21살이 된 너는 얼마나 더 멋있어졌을까. 사실 누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차를 타다가도 너를 봐. 머리에 염색한 너를. 멋진 옷을 입은 너를. 여자친구 손을 잡고 걷는 너를 봐. 네 얼굴 목소리가 흐릿해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너의 기억을 잃으면 너를 정말 영영 잃을 것 같아서 애쓰고 있어"

박씨는 3년이란 시간에 있었던 일을 하늘에 있는 동생에게 전했다. 3년간 세월호 선체가 올라왔고, 촛불이 불타올랐고, 사고 당일 7시간이나 자리를 비웠던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무엇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 벽을 마주하고 힘들었는데 너희를 기억하며 촛불을 드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 촛불이 기적을 만들었어. 얼마 전엔 네가 타고 갔던 배가 3년만에 뭍으로 올라왔어. 그 배에서 너와 친구들 선생님이 잘 다녀왔다고 웃으면서 인사해주면 좋았을텐데 9명 미수습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분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박씨는 다시 만날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만나게 되면 헤어지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박씨의 편지는 그렇게 끝났다.

"짧은 순간이지만 니가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어. 우리 다시 만나면 영원히 함께 하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보나 누나가."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씨, 3년간 악몽에서 못 벗어나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씨는 사고 당일은 악몽이었다. 그 악몽이 떠오르는 3년간 그는 약을 먹으면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3년 전 오늘 인천항에서 세월호에 승선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재잘거림 여행에 대한 기다림과 설레임은 다음날 아침 비명과 절망으로 이어졌습니다. 한동안 삶을 찾아가기 위해 일도 하고 악으로 버텼습니다. 그날의 악몽과 고통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을 먹으며 버텼습니다"

그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지우지 않고 있다. 국정농단 등 적폐 세력이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참사 생존자의 편지글 낭독 세월호참사 생존자 김성묵씨가 참사 3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기억문화제>에서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 권우성
"여전히 국정농단 관련자들과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득권 만행은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 어떤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탄핵만을 외친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대한민국, 죽임을 당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실앞에 평등한 국민 그 밑에 그들을 세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아픔 같이 하면, 내가 아플 때 손잡아줄 누군가가 있단다"

촛불시민인 박영숙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는 유가족은 아니지만,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모욕도 당해야 했다.

"너무 창피했어. 더 힘든 미래를 물려줄 수 없었고, 엄마는 달라져야 했어. 거리로 나갔고 세월호 진상을 밝혀내자고. 어떤 노력을 할 거냐고 우리의 권리를 위임받은 그들에게 묻고 물어서 확인하고 싶었어. 유가족도 아닌데 얼마 받고 나왔냐고, 돈 받고 끝날 일을 니 새끼 밥은 주고 나왔냐고 험한 말을 들어야 했다."

박씨가 겪은 모욕의 시간은 결국 변화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탄핵됐고,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박씨는 그나마 딸에게 면이 서게 됐다.

"3년 세월 동안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변하기 시작했어. 희망이 생겼고,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단다. 어찌 보면 싸움은 이제 시작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엄마는 믿게 됐어. 힘들고 긴 시간이 지나도 진실은 꼭 밝혀지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하면 내가 아플 때 손잡아준 누군가가 옆에 있을 거라는 걸. 엄마도 너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두고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이라는 주제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기억문화제. 문화제는 세월호 유족인 박보나씨와 세월호 생존자인 김성묵씨, 촛불시민인 최영숙씨의 편지로 채워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카프 묶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권우성
이날 문화제를 시작하며 연대발언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겼다"라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겨울 촛불은 불의한 것을 불태웠고, 세월호가 아직도 다른 이름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사람이 만든 시스템은 사람다움을 잃어버릴 때 재앙이 돼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란 국민의 집이고 이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면서 "미궁에 빠져 있는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고, 우리가 반드시 이 세상을 바꾸겠다"라고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약속했다. 

대형화면에 세월호참사 영상이 나오자 시민들이 숨 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촛불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기억... 다짐... 행동 세월호참사 3주기를 하루앞둔 1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검은 복장을 한 시민들이 노란리본이 새겨진 검은 천을 들고 '기억다짐행동'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1신 : 15일 오후 7시 30분]
22번째 촛불 켜졌다 "세월호 인양됐다, 참사 진실도 인양하라"

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둔 주말, 광장에는 다시 촛불이 켜졌고, 시민들은 세월호의 인양뿐 아니라 참사 관련 진실의 인양, 책임자 처벌과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제22차 범국민행동의날 촛불집회가 열렸다. 퇴진행동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검찰 적폐 청산,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등을 주장했다.   

첫 번째 기조발언에 나선 박래군 퇴진행동적폐특위위원장은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혜와 사면은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첫날부터 이틀간 수용거실이 아니라 교도관이 머무는 당직실에서 취침한 일을 거론하면서 "서울구치소는 아직도 박근혜를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박근혜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일 뿐 어떤 특혜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은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던 그 누구도 수사하지 않았고, 스스로 적폐청산 세력이라는 것을 자백하고 있다"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도입해 반드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가 인양됐는데 해수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나 걱정된다. 적폐 세력들이 선체 조사와 관련해 딴짓 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석환 백남기투쟁본부 사무국장은 "광우병 촛불집회 때의 명박산성,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막았던 물대포 등 경찰과 정권은 광화문광장을 성역화해 틀어막았다"면서 "경찰은 현행 집시법과 직무집행법에 근거해 광장을 막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촛불시민들도 강제 해산 대상이 된다"라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집시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통해 집회와 시위 자유는 더 보장되고 강화돼야 한다"면서 "시민 힘으로 광장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즉각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SK브로드밴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김수복 희망연대노조 조합원은 "대선후보들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하겠다고 하는데, 그냥 놔둬도 2020년까지 1만원이 된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즉각 실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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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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