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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된 날 오전에, 일당 5만 원 버는 알바를 찾았어요. 그런데 오후에 제가 기본소득에 당첨됐다는 전화받고, 바로 알바 안 하겠다고 했어요."

지난 3월 29일,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의 3차 수령자 추첨이 시작됐다. 142번 공이 추첨함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따뜻한 봄 날씨와 함께 대전보건대에 재학 중인 김가람씨가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됐다. 추첨 당일, 김가람씨 통장의 잔액이 51만 원으로 바뀌었다.

김가람씨가 50만원씩 6개월동안 기본소득을 지급받게됐다.
▲ 3차 기본소득 수령자 김가람씨 김가람씨가 50만원씩 6개월동안 기본소득을 지급받게됐다.
ⓒ 김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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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해주세요.
"대전보건대학교에서 치기공과에 재학 중인 24살 김가람입니다."

- 요즘 뭐하면서 지내시나요?
"군대를 제대하고 전공과 관련된 실습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돈을 많이 받는 일은 아니었는데, 100만 원 정도 벌었어요. 자유 시간에는 요리하고 운동하고 악기연습을 해요.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좋아서 연습한 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요즘은 친구랑 약속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빠요. 인터뷰가 끝나면 과제 하러 가야 돼요."

- 기본소득은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홍보물 보고 처음 들어봤어요.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기본소득이 말하는 게 맞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죠."

- 당첨자로 뽑혔을 땐 어떠셨어요?
"평소대로 학과 공부하고 있었는데, 당첨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솔직히 신청해놓고 잊어버렸었어요. 떨어진 줄 알았거든요. 종교가 있어서 요즘 5만 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50만 원이 생기니까 신기해요. 사실 당첨된 날 오전에 알바를 구했어요. 하루에 5만 원을 받는 일자리라 소개해준 분한테 하겠다고 대답했는데, 오후에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고 바로 안 하겠다고 했어요.

어제까지 통장에 만 원있었는데 기본소득이 입금되고 51만 원이 되니까 놀랐어요. 학교 지나가다보면 학교 앞에 먹을 게 많잖아요. 평소엔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지나가다가 '토스트 사 먹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있으니까 시선이 바뀌는 것 같아요. 돈 없으면 내가 계획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잖아요. 근데 삶이란 게 또 그렇지 않아서, 때론 아프기도 하고…. 돈이 없으면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해요."

- 당첨금은 어디에 쓰실 계획이세요?
"갑자기 큰돈이 생기니까 얼떨떨해요. 원래 돈을 잘 안 쓰는 타입이라 갑자기 월 50만 원까지는 안 쓸 것 같아서…. 제가 소원이 하나 있어요. 외국에 가는 거예요. 기본소득을 모아서 일본여행을 가볼까 아니면 다음 학기 생활비를 위해 모아둘까 고민 중이에요."

김가람씨가 본인의 당첨번호가 적힌 공을 들고있다.
▲ 3차 기본소득 수령자 김가람씨 김가람씨가 본인의 당첨번호가 적힌 공을 들고있다.
ⓒ 김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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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생활은 어때요?
"'공부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해'라는 생전 해보지 않았던 말을 요즘 하고 있어요. 군대를 다녀오니 1학년 때 배운 내용이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은데, 아르바이트하면 시간이 더 없어지니까…."

- 대학교 전공을 치기공으로 선택한건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아이러니하게 고등학교 때 성적은 좋았어요. 딱히 목표가 없어서 대학 안 가려고 하다가… 무슨 과인지도 모르고 진학했어요. 그래도 군대를 다녀오고 실제로 일해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인턴 근무도 하고요."

- 인턴 근무했다고 하셨잖아요. 일하는 환경은 어땠어요?
"좋은 편은 아니에요. 인턴 근무했던 회사가 성과제인데다 야근 수당이 없는 회사였어요. 만들다가 물건이 조그맣다보니 떨어뜨리면 쉽게 깨지고, 찾기도 어렵고….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야 돼요. 그때 주문이 밀리거나하면 새벽 세시에 퇴근해요. 그래도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적성에는 맞아요."

- 그렇게 실수해서 새벽 세시에 퇴근하는 게 빈번히 일어나는 일인가요?
"음, 주문이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과 사람들이 졸업하고나서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일의 특성상 야근을 거의 매일 하게 되는데, 야근 수당이 안 붙으니까요. 요즘은 월급제로 바뀌는 추세예요."

3차 기본소득 수령자 김가람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3차 기본소득 수령자 김가람씨 3차 기본소득 수령자 김가람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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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인턴이나 알바를 하면서 번 돈은 주로 어디에 쓰세요?
"자취를 하고 있어요. 숨만 쉬고 있어도 월세나 공과금이 나가서…. 가정형편상 금전적인 지원을 못받아요. 그래서 장학금 받은 돈으로 5개월 정도의 월세를 내고 남은 돈을 분할해서 생활비로 쓰고 있어요. 한달에 10만 원 정도를 생활비로 써요. 2월부터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돈을 많이쓰는 타입이 아니라 큰 불편함은 없었는데 살다보니까 샴푸같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살 돈이 없을 때 되게 서러웠어요."

- 10만 원으로 한달을 어떻게 살고 계세요? 소비 생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학교에 아침 8시에 가서 밤 9시에 집에 와요. 지출의 대부분이 식비예요. 그래서 대부분 집에서 해먹어요. 요리해놓은 찌개를 삼일동안 먹어요. 그게 별 일은 아닌데 서러울 때도 많았어요. 고향을 갔는데, 엄마가 뭐먹고 싶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된장찌개 먹고싶다고 얘기하고 엄마가 김, 김치, 찌개 이렇게 세 가지를 식탁에 올려주셨는데 반찬이 너무 많아보이는 거예요. 그때 서럽더라고요. 먹을 걸 마음대로 못 먹으니까.
그리고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로 지출할 일이 많이 생긴적도 있어요. 그때마다 이전에 모아놓은 돈에서 조금씩 빼서 써요. 모아놓은 거 다 엄마 드리고 필요할 때마다 몇만 원씩만 달라고 했어요."

- 대부분 학생들은 수업끝나고 다같이 식당에 가서 사먹지 않아요? 그럼 가람씨만 식사를 할 때 집에 가는 거예요?
"사먹는 애들도 있는데, 저와 친한 친구들은 각자 집에서 먹어요.  그래서 식사시간만 되면 다 흩어져요. 집에서 요리할 때 비용을 계산해보면, 한번 요리 할 때 3~4천 원 이렇게 써요. 그걸로 3일 내내 먹어요. 매주 한 번씩 선교단체 모임에 가는데 거기서는 밥을 해주세요. 그때 식비는 2천 원이라 부담없이 내고 있어요. 한달이면 8천 원이니까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라…. 밥 한끼를 밖에서 사먹으려면 5~6천 원은 들잖아요."

- 우리 프로젝트는 단기적이지만, 만약 평생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돈을 떠나서 지금 하고 있는 치기공 일은 평생 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니까. 음, 평생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시선이 달라질 것 같아요. 먹고 싶은 걸 사먹기도 하고, 돈 걱정 없이 아파보기도 하고. 일본여행 가볼까 계획하기도 하고..."

기계는 점점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좋은 직장'이라고 부르던 곳들이 곧 '사라질 직장'으로 변하고 있다. 숨만 쉬어도 얇아지는 지갑과 먹고 싶은 것도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일상을 산다. 평범하지만, 평범해서는 안 될 대학생의 일상이다. 과연 6개월 동안 지급 될 50만 원의 돈이 김가람씨의 일상에 어떤 시선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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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띄어쓰기프로젝트, #기본소득, #기본소득프로젝트, #대전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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