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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법정 출석하는 최지성 삼성 전 미래전략실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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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최고책임자, 그리고 뇌물사건의 공범 최지성 전 실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관련 문제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은 그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하는데 총수 비호를 위한 전형적인 총대메기"라고 말했다. 박주성 검사는 "다른 경우와 달리 이 사건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과 단독면담 등을 8번에 걸쳐 직접 범행을 지시하고 보고했기 때문"이라며 "최 전 실장 진술에서도 명백히 인정된다"고 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삼성 1인자의 충정

지난 1월 7일 특검 조사에서 최 전 실장은 ▲ 이 부회장과 2014년 9월 15일 때 '승마협회 회장사를 인수, 올림픽에 대비해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을 도와달라'는 박 전 대통령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고 ▲ 2015년 7월 25일 두 번째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당한 뒤 최순실씨 딸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을 지원하라고 승인했으며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기부도 허락했다고 인정했다. 또 대통령 독재 전후로 이 부회장과 회의한 적도 있다고 했다.

최 전 실장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의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한 2차 독대 직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내가 왜 대통령에게 야단맞아야 하냐'며 박상진 전 사장을 질책했는데 그렇게 당황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사장 등의 보고를 받은 최 전 실장은 그제서야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고 지원을 추진했다. 그는 2014년 4월 '공주승마의혹'이나 그해말 '정윤회 문건유출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미 정유라 선수를 알지 않았냐는 특검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했다.

2016년 2월 15일 이재용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세 번째로 만났다. 독대를 앞두고 이 부회장을 만난 최 전 실장은 "좋은 말 사줬고 선수 훈련비도 대줬다, 충분히 문제 없게 해뒀으니 (대통령) 야단 안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지원 금액이나 정유라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보고를 받은 이재용 표정이 좀 석연찮은 느낌은 있었지만 '알았습니다'만 했고, 다른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이 도대체 왜 박 전 대통령의 '레이저빔 눈빛'을 받았는지 끝까지 몰랐을까? 최 전 실장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사 때 "대통령이 굳이 정유라 선수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 부회장에게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면 좋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2015년 8월 보고를 받고 최씨 모녀 지원 규모나 방식을 결정했는데 이 부회장에게 말하지 않은 까닭을 묻자 "나중에 문제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지만, 책임은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국정농단 의혹 보도가 나온 뒤인 2016년 10월 정 선수 지원 중단을 보고할 때에야 이 부회장이 알았고, 당황한 기색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최 전 실장이 총대를 멨지만, 여러 정황 등을 볼 때 이 부회장이 처음부터 최씨 모녀 지원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박주성 검사는 한화, 한보, 오리온, 대상, 대우 등 총수들의 비리사건을 예로 들며 "이 사건들은 이 부회장처럼 직접 개입한 증거가 상대적으로 덜했는데도 모두 총수 책임이 인정됐다"며 "총수 지시 없이 그런 비정상적인 업무를 할 리 없다는 판례다, (재판부가) 이 관점에서 최 전 실장 조서를 살펴봐달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이번에도 특검이 자꾸 그의 진의를 왜곡한다고 맞섰다. 권순익 변호사는 "'이 부회장 등을 떠민 것 같다'는 말은 최 전 실장이 당시 이 부회장에게 (지원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를 앞두고 박 전 사장에게 "올림픽 준비가 중요하다"며 질책한 2015년 7월 23일 회의가 열린 이유는 "최 전 실장 스스로 판단해 전날 박 전 사장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의문 "문제된다고 생각했나"

서울법원종합청사(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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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이 부회장이 영재센터 지원에도 관여했다고 본다. 2016년 2월 15일 마지막 독대 후 박 전 대통령에게 영재센터 지원안이 담긴 서류봉투를 직접 받아와 자신에게 건넸다는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과 그와 똑같이 말한 최 전 실장 진술이 근거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최 전 실장이 기억나지 않아 장 전 차장 진술을 수용했다"고 했다. 특검은 최 전 실장이 서류봉투가 뜯겼는지 아닌지를 몰랐다고 재반박했다.

재판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 부회장에 정유라 선수 지원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책임은 제가 지고'라는 최 전 실장 진술에 의문을 표했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혹시 이 부회장의 형사문제가 될 수 있어서? 무슨 의미로 이해하면 되냐"며 "적어도 문제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했냐"고 물었다. 권 변호사는 "법적 문제를 생각한 게 아니라 사회적 비난이나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 경우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는 "2차 독대 직전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데 표정이 석연찮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냐"고도 질문했다. 권 변호사는 "만약 (최 전 실장이) 부하직원이었다면 이 부회장이 그 정도 보고에 만족하지 않았다"며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 멘토에 가까운 역할이라 이 부회장으로선 좀더 알고 싶어도 '내가 캐물어야 하나'해서 묻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거듭 이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이긴 해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최 전 실장이 경영 전반을 책임졌다고 강조했다.


태그:#이재용, #삼성, #뇌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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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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