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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스트>의 한 장면.
 영화 <토스트>의 한 장면.
ⓒ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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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 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누가 나쁜 일을 하더라도, 당신에게 토스트를 만들어 준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껍질을 지나 그 아래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따뜻하고 짭잘한 버터 맛이 함께 느껴지죠."

영국의 유명 요리 칼럼니스트이자 요리사인 나이젤 슬레이터의 유년시절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 토스트, 그리고 그걸 영화화한 <토스트>가 있다. 1960년대 영국의 보수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맛에 관한 이야기. 소설에서는 조금 더 음식 자체의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은 상당량 생략되고 서사의 큰 줄기를 따라간다.

음식 칼럼니스트의 특별하지 않은 유년

음식 칼럼니스트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의 미식세계는 척박했다.

"저는 나이젤이에요, 아홉살이구요. 야채라고는 통조림에 든 것 밖에 못 먹어봤죠."

그의 어머니는 돼지고기는 천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생치즈 대신 가공 슬라이스 치즈만 산다. 고기든 야채든 대부분의 음식은 깡통에 든 것을 그대로 데워 접시에 담아내는 것들이다. 이건 그의 집이 가난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부유한 편이다. 1960년대 영국의 식생활은 가공음식의 천국이었다. 60년대의 미국사람에게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누군지 물으면 "우리 엄마"라고 대답하지만 영국사람에게 물어본다면? "우리 엄마를 뺀 누구나"라고 하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 나이젤의 엄마는 천성적으로 요리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이젤의 어린 시절 추억에는 유독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의 이야기가 많다. 하긴 모름지기 어린아이들이란 엄마가 해 준 음식보다도 과자, 초콜릿에 더 집착하는 법이다.

말토덱스트린, 변성 녹말, 경화유, 유청 분말, 유화제, 겔화제, 우유단백질, 식용색소, 향미료, 소금, 감미료, 인공착색료와 방부제 무첨가.

우유 290ml에 엔젤 딜라이트 한 봉지를 다 넣고 1분 30초 동안 거품기로 섞어주기. 이걸로 우리 엄마도 최신식 디저트를 만들 수 있었다.

"버터스카치 맛 엔젤 딜라이트는 그야말로 마법이었다. 5분 동안 서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루와 우유가 결합되어 크림처럼 보드라운 디저트로 변하는 광경이 보이는 마법, 입안에 넣으면 맛이 더욱 진해지는 마법. 그릇에 담았을 때는 양이 아주 적어 보이는데 입안에서는 양이 너무 많다 싶었던 마법. 왜인지는 몰라도 설탕 맛과 비누 맛이 동시에 났던 마법." - 책 <토스트> 에서 발췌
우리로 치면 물을 풀면 젤리가 되는 가루라고 해야 할까. 책에는 이런 식으로 온갖 가공식품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많으니 1960년대 영국 가공음식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도록 하자. 구글에 'Nostalgic English food and sweets'으로 검색해봐도 재미있는 과자와 초콜릿이 잔뜩 나온다. 소설에 묘사된 엔젤 딜라이트는 아직도 판매중이다.

어쨌거나, 음식 솜씨가 없는 엄마라고 해도 몇 가지는 괜찮게 하는 것이 있다. 특히 누가 해도 맛 없을 수 없는 토스트가 그렇다. 요리 솜씨가 없는 엄마가 가장 자주 해 주는 것은 토스트이지만 가끔은 함께 케이크도 만든다. 이런 환경에서도 유난히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던 나이젤은 부모님 몰래 요리책을 들춰보며 그 속의 음식사진에 황홀해하고 식료품점에 가는 것을 놀이공원 가는 양 한다.

"나는 온 가족이 퍼시 솔트 식품점에 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무엇보다 그 곳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 훈제 베이컨과 원통형 체다 치즈 냄새, 여름에는 토마토 냄새, 겨울에는 햄 냄새." - 책 <토스트> 에서 발췌

보수적이고 답답한 환경에서 자라는 그에게 처음 한 줄기 바람을 느끼게 해준 것은 정원사로 일하던 자유로운 청년 조쉬다. 깡통 채소만 먹던 나이젤에게 텃밭에서 막 캐낸 생래디쉬를 건네고 비 맞으며 뛰어 노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엄마가 못 먹게 하는 돼지고기 파이를 건네기도 한다.

'어린 시절 맛'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어린 시절 먹던 맛의 기준과 음식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영역을 벗어나 다른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더 넓은 세계를 알게 된다는 것. 때문에 그걸 즐기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이젤의 부모는 정반대다. 보수적이고 융통성이 없다. 나이젤이 볼로네이즈소스 통조림을 사 스파게티를 만들어 내놓지만 둘 다 질색을 한다. 정원사 조쉬도 탐탁지 않게 여겨 자른다.

태어나길 미식가 혹은 탐미가로 태어난 나이젤에겐 척박하기만 한 어린시절에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온다. 엄마가 불치병에 걸린 것. 엄마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예감한 나이젤은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미리 민스파이를 만들자고 조른다.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정찬의 후식으로 민스파이를 먹는 전통이 있고 나이젤은 크리스마스 때만 먹을 수 있는 엄마의 민스파이를 좋아했다. 엄마도 자신의 앞날을 예감하고 병상에서 일어나 같이 파이 반죽을 만들지만 속 재료가 없어 채 완성하지 못한다. 그리고 엄마는 눈을 감는다.

냉동실에 남아 있는 엄마의 파이 반죽을 앞에 두고 아빠와 나이젤은 토스트를 먹는다. 엄마가 떠나자 아빠가 줄기차게 해주는 음식은 토스트뿐이다. 몇 달 만에 아빠가 새로운 요리에 –그래봤자 깡통을 데워서 접시에 옮기는 것 뿐이다.- 도전하지만 도저히 먹지 못할 음식이 나온다. 못 먹겠다며 거부하는 나이젤에게 아빠는 폭력을 쓴다. 울면서 집을 나와 친구에게 뛰어간 나이젤은 아빠와의 관계가 힘들다며 호소한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면 그의 배를 채워야 돼."

9살 짜리 남자아이의 꽤나 귀여운 조언이다.

그 말을 따르기로 한 나이젤은 용돈을 털어 아빠가 좋아하는 훈제 대구를 사 요리하고 아빠는 맛있게 먹으며 사이가 좋아지는 듯하지만... 정작 아빠의 배를 채워 마음을 사로 잡는 복병은 따로 있다. 집안일을 도와주러 오는 가정부 포터 부인. 인조직물로 된 옷을 입고 음악을 틀어 놓고 담배를 피운 채 청소를 하는 그녀, 하이힐에 스타킹을 신는 도발적인 유부녀. 나이젤은 자신의 엄마 자리를 그녀가 빼앗는 것 같아서, 천박한 그녀를 아빠가 좋아할 리 없다고 부정하지만 그래도 그가 인정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녀의 요리실력.

"포터 아줌마가 괜찮은 사과파이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었죠. 그건 감탄할 만한 맛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음식을 먹는 것에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죠."

아빠는 결국 포터부인을 집안에 들인다. 엄마를 그녀로 대체하지 말라는 나이젤의 부탁에도 아빠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나이젤."

새로운 집에서 새 엄마와 함께하는 생활, 그녀는 온갖 요리를 해주지만 나이젤과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는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나이젤, 방과 후 특별 수업시간에 남자아이들은 목공술을 여자아이들은 가정학을 선택하지만 그는 주위의 비웃음에도 가정학을 선택한다. 그리고 새엄마와의 경쟁이 시작된다. 새엄마에게 요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자꾸 디저트나 요리를 만들어 아빠에게 건네는 나이젤이 눈엣가시다. 어느 날, 나이젤은 수업에서 트라이플을 가져와 자신있게 아빠에게 건네지만 이미 아빠는 새엄마의 레몬 머랭 파이를 배부르게 먹고 난 후였다.

"이건 네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레몬 머랭일 거야. 아니 이 세상 누가 먹어도 가장 맛있는 레몬 머랭이지. 내가 너라면 이쯤에서 포기할 거야 아들."
"여기에 무엇을 넣었길래 이렇게 부드러운 거죠?"
"네가 이걸 만들길 원한다면 직접 알아내."

나이젤은 요리책을 뒤지고 새엄마가 레몬 머랭 파이 만드는 것을 훔쳐보기도 하며 몇 번의 시도 끝에 레몬 머랭 파이를 만들어냈다. 물론 그렇다고 아버지가 새엄마를 쫓아내고 온전히 그의 것이 될 리는 없다. 나이젤은 16살, 그렇게나 원하는 요리를 하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의 주방에서 마주친 주인 아들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가 '진짜' 야채에 올리브유를 뿌려 샐러드를 만드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인 할머니를 둔 발레리노다.

"너는 언제부터 요리를 좋아했어?"
"그냥 자연스럽게 원래부터 그랬어요. 어떻게 발레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나는 스스로 발레를 좋아하기로 합의한 것 뿐이야. 그래야 독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니 나이젤?"
"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넌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어. 너가 용기를 내어 무언가를 과감히 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사랑도 아닌, 발레리노와의 짧고 강렬한 해프닝은 끝난다. 그가 떠날 때 그 역시 아빠처럼 말한다.

"다 괜찮아질 거야 나이젤."

그리고 나이젤은 답답하기만 했던 집에서 나온다. 아버지는 갑자기 죽었고 새엄마만 남은 집에 더 이상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그는 요리가 하고 싶다. 그는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인 사보이 레스토랑에 취직한다.

"몇 살이라고? 17?"
"저 레몬 머랭 파이는 정말 잘 만들어요."

정신없는 식당의 주방에 투입된 어린 나이젤에게 셰프는 말한다.

"괜찮아질 거야, 정말 다 괜찮아질 거야."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영화는 음식을 좋아했던 어린 아이, 한 소년의 성장담을 담고 있지만 나는 음식 칼럼니스트인 나이젤 슬라이터가 자신의 어린시절 먹었던 음식 자체에 대해 쓰고 싶었던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꽤나 재미있다. 나이젤 슬레이터에게는 레몬 머랭 파이가 그렇지만, 나는 어린시절 엄마가 양푼 한 가득 만들어주던 슈크림이 그렇다. 여기에 대해서는 언제나 즐겁게 십 분이고 이십 분이고 떠들 수 있다. 어린 시절 음식만큼 기억에 깊이 각인 되는 것도, 또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 만큼 재미있는 일도 드물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에는 냄새가 없다. 누군가를 어루만져 주는 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게 있다면, 따뜻한 브레드 앤 버터 푸딩의 냄새와 소리와 같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 <토스트> 에서 발췌

추억의 맛만 소중하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지만,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게다가 음식의 냄새와 맛은 무언가를 추억하게 하고 위로하게 한다. 그러니까 이 기사를 위해 레몬 머랭 파이를 만들었던 오늘을, 분명히 언제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짜릿하게 신 레몬커드와 놀랍도록 부드러운 머랭이 만나 잊을 수 없는 레몬 머랭 파이를 앞에 두고 이야기해보자. 당신의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가?

[씨네밥상 레시피] 레몬 머랭 파이

 영화 <토스트> 속 레몬 머랭 파이
 영화 <토스트> 속 레몬 머랭 파이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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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머랭 파이의 미덕은 무엇보다 혀를 찌르듯 짜릿한 신맛과 부드럽고 달콤한 머랭의 극닥적인 대비에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찌르듯이 신 레몬커드가 들어간 레몬머랭파이를 쉽게 만날 수 없다. 그러니 귀찮아도 만들어보자.

레몬은 되도록이면 신선하고 즙이 많은 걸 고르는 것이 좋다. 내가 사용한 레시피에는 레몬커드에 진한 맛을 더하기 위해 오렌지 과즙도 더하였고 머랭은 프렌치머랭 기법으로 만들었지만 구우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전분을 살짝 넣어 더 견고하게 하였다. 전분 대신 크림타르타르가 있다면 사용해도 좋다.

타르트도우는 다이제스티브에 버터를 넣어 반죽하는 비스켓도우로 레시피를 대체해도 좋다. 레몬커드도 두툼하게, 머랭도 두툼하게 올리면 더 보기 좋다. 사진에서는 지름 235mm의 타르트팬을 사용해 조금 납작하게 되었는데 이보다 작은 195mm 정도의 타르트 팬을 사용하면 두툼하게 나올 재료 분량이다. 위에 올라가는 머랭의 모양은 각자의 센스를 발휘해 보자.

재료분량 : 195(윗지름)mmx 20mm(높이) 타르트팬이나 파이팬 1개 분량
파이도우 :  중력분 175g, 차가운 버터 100g, 달걀 노른자 1개분, 슈가파우더·차가운물 1작은술씩
레몬커드필링 : 레몬 3개, 오렌지 1개, 설탕 100g, 옥수수전분 2작은술, 버터 85g, 달걀노른자 3개분, 달걀 1개
머랭 : 달걀 흰자 4개분(실온에 둔 상태), 설탕 200g, 옥수수전분 1작은술

1. 파이도우에 들어갈 버터는 차가운 상태로 작게 깍둑썰기한다. 버터를 포함한 모든 재료를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반죽한다. 푸드프로세서가 없다면 한데 섞어 손 반죽한다. 푸드프로세서건 손반죽이건 중요한 건 너무 많이 반죽하지 않도록 하는 것. 차가운 버터가 다 녹아 밀가루랑 섞여 버리고 글루텐이 형성되면서 바삭한 식감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날가루가 보이지 않고 표면이 매끈해지게 한 덩어리가 될 정도면 충분하다.

차가운 버터를 손 반죽 하기는 어려운 편인데 나의 경우엔 블렌더에 모든 재료를 넣고 한 번 갈아서 부슬부슬한 소보로 상태로 만든 뒤 볼에 옮겨 담고 반죽한다. 이러면 푸드프로세서가 없어도 간편하게 바삭한 파이도우를 만들 수 있다.

2. 바닥에 덧밀가루를 뿌리고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어 타르트팬 위에 얹는다. 모양을 잡으려 눌러가며 타르트지 모양으로 반죽을 붙인다. 반죽이 갈라지면 손으로 꾹꾹 눌러 다시 이어 붙이면 된다. 포크로 반죽 밑바닥을 찔러가며 구멍을 낸다. 팬 채 호일이나 위생봉투로 덮어 냉장고에 넣고 최소 30분에서 하룻밤 숙성한다.

3. 레몬 껍질은 깨끗이 씻는다. 그레이터나 강판에 껍질을 갈아 제스트를 만든다. 반 갈라 즙을 낸다. 레몬스퀴저를 사용하면 편하지만 없다면 포크로 속을 긁어 짜듯 하면 즙이 잘 나온다. 오렌지도 즙을 낸다.

4. 소스팬이나 작은 냄비에 레몬즙과 오렌지즙, 레몬 제스트, 설탕, 옥수수전분을 넣어 약한 불에서 계속 저어가며 뭉근히 끓인다. 점도가 생기고 기포가 올라오면 불을 끄고 버터를 넣어 고루 섞는다. 버터가 섞여 매끈해지면 달걀 노른자와 달걀을 넣고 재빨리 섞는다. 달걀이 익혀 뭉치지 않도록 재빨리 섞어야 한다. 고루 섞이면 다시 불을 키고 저어가며 끓인다. 점도가 되지고 방울이 터지듯 기포가 터지면 불을 끈다.

5. 파이반죽을 꺼내 쿠킹호일로 덮어 팬째 180℃로 예열된 오븐에 넣어 15분간 굽는다. 쿠킹호일로 덮기 전에 반죽 위에 마른콩을 한두 컵 부어 구우면 좋다. 이렇게 하면 도우가 위로 솟는 걸 방지하는 누름돌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15분이 지나면 호일을 벗기고 다시 7~8분, 도우가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구워진 반죽을 꺼내 한 김 식힌다.

6. 달걀흰자를 볼에 담고 거품기로 머랭을 친다. 머랭이 반 정도 올라오면 설탕을 여섯일곱 번으로 나눠 가며 넣어 단단하게 머랭을 친다. 설탕을 세 번 정도 넣었을 때 전분도 넣는다. 바닐라익스트랙이 있다면 살짝 넣어도 좋다. 머랭 표면에서 윤기가 돌고 거품기를 들어 올렸을 때 뾰족한 새부리 모양이 나면 완성된 것이다.

7. 식은 레몬커드를 다시 불에 올려 잘 저어가며 다시 한 번 따뜻하게 데운다. 5의 파이도우에 레몬커드를 고루 붓고 그 위에 6의 완성된 머랭을 보기 좋게 올린다. 머랭을 올릴 때에는 수저나 베이킹용 깍지 등 어느 것을 사용해도 상관 없지만 파이의 가장자리부터 둘러가며 시작해 가운데에서 끝내야 모양내기가 좋다.

8. 머랭을 올린 파이를 오븐에 넣고 5~10분간 더 굽는다. 머랭의 색이 보기 좋게 노릇해질 정도면 된다.

9. 구운 파이를 꺼내 한 김 식힌다. 레몬커드가 단단히 굳으려면 상온에서 1, 2시간은 굳혀야 한다. 책에서는 따뜻한 파이를 바로 먹어 언제나 레몬커드가 잘 익은 노른자처럼 줄줄흘러 더 좋았다고 하니 이런 스타일로 먹고 싶다면 따뜻할 때 먹어도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음식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푸드라이터.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에세이부터 영화, 레시피북까지 모든 것을 즐긴다. 영화를 보다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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