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지난 2014년 9월 6일-12일 경기 이후 처음으로 로테이션 일정을 치르게 됐다 (2016시즌 1경기 후 DL/2017시즌 복귀).
상대 선발은 '염소의 저주'를 벗어나 최강의 팀으로 부상한 시카고 컵스. 투수에게 불리한 홈구장 쿠어스필드를 벗어난 다음 경기가 하필 최강의 팀을 상대하게 되어, 류현진의 초반 2경기 대진운은 좋지 않았던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다음 등판은 로키스와의 홈경기 예정).
운이 따르는 좋은 흐름을 깔끔히 매듭짓지 못했던 '1회'
▲ 리조의 홈런(좌)과 러셀의 홈런(우) 트래킹 ⓒ 정강민
류현진의 관건은 언제나처럼 1회였다. 그러나 오늘 14일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1회에 기어이 실점을 기록했다. 카일 슈와버 1번타자를 볼넷으로 내줬지만,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바운드볼을 잘 막은 포수 그랜달이 2루를 노리던 슈와버를 잡아내 운이 따르는 1회를 보냈다. 그러나 3번타자 앤서니 리조가 바깥쪽에 형성된 89.2마일의 패스트볼을 가볍게 당겨치며 담장 밖으로 공을 보냈다. 1회 흐름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실점을 내주고 마무리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1회 이후 등판상황 리뷰 2회에도 불안함이 이어졌다. 첫타자 콘트레라스는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알모라-헤이워드는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다행히 바에즈의 타구는 2루수 로건 포사이드의 점핑캐치로 도움을 받았고, 앤더슨을 1루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 피칭을 기록했다.
3회를 잘 넘긴 류현진이지만 타선이 3회 에르난데스의 선두타자 2루타 그리고 4회초 안타-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1,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4회 선두타자였던 4번타자 러셀에게 한가운데 88.6마일 패스트볼을 던졌고, 러셀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호쾌한 스윙과 배트플립을 선보였다. 두번째 피홈런을 허용했고, 이후 후속타자들은 땅볼 2개와 삼진을 곁들이며 막았다.
그러나 5회 8번타자 바에즈에게 안타와 대타 존 제이에게 몸맞는 공을 허용하며 주자를 모았다. 슈와버의 타구는 1루수 밴슬라이크의 글러브를 맞고 그라운드 방수포가 있는 쪽으로 튀어나갔고, 이틈에 발빠른 바에즈가 홈을 밟으며 3실점째를 내줬다.
이후 2016 MVP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삼진처리했지만, 앞서 홈런을 허용했던 리조에게 또 안타를 허용하며 존 제이가 홈을 밟았다. 이후 푸이그의 송구를 터너가 잡지 못하며 슈와버가 홈으로 파고들었지만, 홈에서 아웃을 당했다. 리조를 끝으로 류현진은 강판당했고, 후속 조쉬 필즈가 러셀을 뜬공처리하며 최종 4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4.2이닝 6피안타 5K 4실점 77구 ERA 7.72의 기록을 남기고 오늘 등판을 마친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이 3.86에서 5.79로 나빠졌다.
▶ 컵스 타선에게 '생소했던' 류현진, 이점이 되지 못했다
▲ 오른쪽 라인업은 2014년 8월 2일 경기에 류현진이 상대했던 컵스 라인업. 리조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하늘색은 커리어 내내 류현진이 상대해본 타자. ⓒ 정강민
오늘 라인업에서, 류현진이 마지막으로 컵스를 상대했던 2014년 8월 2일에 그를 상대했던 컵스 타자는 1루수 앤서니 리조뿐이었다. 상대전적이 6타수 1안타로 잘 막았었다. 리조 외에도오늘 선발라인업에서 류현진을 상대해본 선수는 우익수 제이슨 헤이워드뿐이었다(10타수 2안타(2루타 1) 3삼진).
일단 류현진을 상대해본 타자들은 좋은 감각을 과시했다. 리조는 선제홈런과 적시타로, 헤이워드는 첫타석 안타를 때려내는 등 공격의 선봉에 서서 활약했다. 대타로 나온 존 제이는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며 득점에도 성공했다. 리조를 앞서 6타수 1안타로 봉쇄했던 것을 생각하면 리조에게 2개 타점을 준 것은 상당히 뼈아팠다.
처음 상대했던 타자들은 타순이 2번 정도 돌아가자 적응을 해냈다. 볼넷과 적시타를 기록한 1번타자 슈와버와 두번째 피홈런을 안겨준 4번 에디슨 러셀이 공격에 선봉에 섰고, 6번 알모라(볼넷)와 8번 바에즈(안타/득점)도 류현진에게 출루를 뺏어냈다. 투수를 제외하면 크리스 브라이언트만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출루하지 못했다.
오늘 구속은 최고 91마일까지도 나왔지만, 대체로 88-89마일 사이에서 형성되었다. 특히 2회 이전까지는 90마일을 넘기는 공이 없었다. 문제의 5회에도 구속은 특별히 더 떨어지진 않았다.
▶ 또 왼손투수 앞에서 작아지는 다저스 타선... '신 류현진 도우미' 아직 보이지 않아지난 류현진의 등판경기에서 겨우 1득점에 묶이면서 1:2로 패하는 바람에-이후 팀동료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호투했다는 재평가(?)도 있었지만(커쇼 6이닝 4실점/마에다 5이닝 4실점)-아쉬운 패전을 안았다.
매치업도 안좋았지만 상대 선발투수 대진운도 안 따르는 중. 심지어 다음 경기 상대는 또 카일 프리랜드다. 상대 선발이 세 번 모두 좌투수라는 것과 다저스 타선이 좌투수에게 너무나 약하다는 최악의 조합이다. 키케 에르난데스만이 땅볼 1타점을 기록하며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 3경기째 '5회'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부상 복귀 전까지 합치면 4경기째다(가장 마지막 5이닝 이상 투구는 2014년 9월 6일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서 6⅔이닝). 5회 이후 계속해서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그 3경기의 5회 성적을 계산하면 아웃카운트 6개를 잡으면서 6실점에 평균자책점은 27.00에 이른다. 선발투수로서 퀄리티스타트라는 개념이 '호투의 기본'이라 알려져있다면, 5이닝 투구는 '최소한의 역할' 정도로 볼 수 있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훌리오 유리아스가 예상보다 빠른 페이스로 마이너리그 등판에 나서는 등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개인을 위해서라도 분발이 촉구된다.
▶ 총평부상 이후 이제 실질적인 복귀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초반 상대 매치업은 분명 좋지 않다. 지난 경기에서 나름대로 본인은 만족스러운 투구, 밝은 전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투구를 보여줬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볼카운트 싸움과 운용을 잘해내고, 그랜달의 프레이밍에서 이득을 보면서 이닝 당 1개의 삼진을 잡아내고는 있다.
하지만 컵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직도 부족하다. 투구수나 이닝소화력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 알렉스 우드도 선발에서 부진했지만, 카즈미어, 유리아스, 스트리플링은 언제든 선발을 노릴 수 있는 자원이다. 의외로 감독과 수뇌부의 인내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부상 이전의, 여러차례 위기설을 잠재운 저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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