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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승마장의 정유라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정유라 씨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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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 최순실씨의 삼성 뇌물 수수 공모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뇌물사건 2차 공판에 출석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대통령이 유독 승마만 챙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정책 등 여러 면에서) 승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다, 냉정히 말씀드리면 정책적 관심 대상밖"이라며 "정책담당자로서 대통령이 승마만 챙기는 이유를 아무도 몰라서 저희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승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두 사람이 최씨 딸 정유라 선수의 승마훈련 지원을 삼성에 요구했다며 뇌물죄 혐의를 적용했다. 물론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이상하게 느낄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이 승마에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는 두 사람의 공모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노 전 국장은 그 정황에 깊이 연관된 인물이었다.

박근혜-최순실의 연결고리, 승마

20년 넘게 문체부에서 체육정책을 담당해온 그는 함께 일하던 진재수 전 과장과 함께 박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찍혀 좌천당했다. 원인은 최씨 모녀였다. 2013년 7월 1월경 현직이던 노 전 국장은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진재수 과장을 시켜 박원오씨를 만나 승마협회 운영 관련 문제점을 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오랫동안 근무해왔지만 이런 지시는 처음이었다. 일단 노 전 국장은 일을 진행했다.

박씨를 만나고 온 진 과장은 "얘기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보고했다. 박씨가 정유라 선수 뒤를 봐주는데,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반대파를 솎아내려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노 전 국장은 이 내용들을 종합해 중립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박씨 주장을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그의 승마협회 공금 횡령 문제 등을 기재했다.

노 전 국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박씨 뒤에 정 선수의 아버지 정윤회씨가 있다고 짐작했을 뿐 최순실씨의 존재는 몰랐다. 이후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그는 박원오씨가 최씨 측근임을 알게 됐다. 11일에는 자신과 진재수 전 과장이 박 전 대통령 눈 밖에 난 이유가 박씨가 원하는 대로 보고서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전 국장은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다"며 "그 얘기를 청와대 직원 등에게서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어떤 보고서를 원했을까. 노 전 국장은 "당시로선 제가 판단을 못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정유라 선수 올림픽 준비를 위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시 박원오씨는 진재수 전 과장에게 승마협회 임원 7명의 정리를 요구했다. 노 전 국장은 특검에서 "최씨가 한국 승마계를 좌지우지하는 데에 걸림돌 되는 사람들을 제거, 딸의 앞길을 준비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도 "그래서 정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결과가 이어졌다"고 했다.

노 전 국장은 문체부가 승마협회 같은 경기단체에 개입하는 일 역시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별 단체는 대한체육회에서 관리하고 문체부는 중앙정부 정책 차원에서만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체육영재 육성과 승마문제 빠지지않고 언급"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 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딸 마장마술 경기 지켜보는 최순실과 정윤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 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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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승마관련 일은 문체부를 넘어선 청와대의 지대한 관심 사안이었다. 노 전 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체육 관련해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체육영재 조기 발굴 육성과 승마관련 문제"라고 했다. 또 승마협회 조사 후 2013년 7월 23일 유진룡 당시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체육단체 운영 비리 및 개선 방안>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토씨 하나 바꾸지 말고 다 읽어야 한다"며 보낸 자료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 보도 전부터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았다고도 증언했다. "2013년 8월 이후, 2014년에는 이미 공무원 사회에 피고인 소문이 자자했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최씨 변호인 오태희 변호사는 "최씨가 언론에 등장하기 전에 그가 대통령에게 인사 조치를 부탁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냐"고 물었다. 노 전 국장은 "그걸 증언하면 특정인들을 언급해야 한다"며 답변을 거부했지만, '들어봤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시간 가까이 노 전 국장의 진술을 듣던 최순실씨는 이번에도 직접 발언권을 얻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정유라 선수 기량 등은 행정 공무원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라는 노 전 국장의 말에도 자꾸 승마협회나 박원오씨 등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딸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국가대표로 뽑혔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했다. 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공주 승마'라고 터뜨리는 바람에 이 일이 문제됐다"며 "그쪽 수사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노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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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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