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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통일위원회 회원이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핵무기 재배치 반대, 대북한 선제공격 검토 중단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미대사관앞 "사드반대! 핵무기 재배치 반대! 대북 선제공격 반대!"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통일위원회 회원이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핵무기 재배치 반대, 대북한 선제공격 검토 중단 촉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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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쓸리면서 안보 문제가 대선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사드 문제에 대한 기존 야권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사드 찬성론을 내세우면서 사드 반대 당론 변경을 요구했고 이에 당 지도부는 당론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던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입장에도 비록 뉘앙스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약간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를 찬반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배치 연기와 국회 동의'를 주장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세 악화에 의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4월 1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에 관한 기사는 다음과 같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협상장에 나오면 배치를 보류할 수 있고, 북핵이 완전 폐기되면 배치가 필요 없게 된다'면서도 '핵 개발 계속 시 배치 강행'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11일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문재인 후보의 입장은 기존 주장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상황 악화에 의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그의 언급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찬성론에 기우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이것을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언은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에 의해서 전보다는 보수 친화적인 맥락에서 이해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가 대선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보수 진영 후보들은 이 문제를 대선 쟁점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언론도 안보 문제와 함께 사드 문제에 대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입장을 보도하면서 '안보는 보수'라는 기존 프레임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사드 배치' 문제가 정치 담론 차원에서 적용되고 통용되는 방식에 대해서 분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왜냐하면, 지금 사드 찬성, 반대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 그래서 사안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그에 따른 논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찬성론과 사드 반대론, 알고 보면 4가지?

현재 사드 찬성론자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당위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흔히 말하는 안보보수, 냉전 보수론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기존 보수 정당 그리고 보수 세력 일반이 이런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사드 배치가 당위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판단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경우다. 여기에는 현재의 안철수 후보가 해당된다. 안 후보의 입장을 보면 사드 자체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미 양국 사이에 합의된 이상 사드 배치는 약속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사드 반대론자도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당위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사드 배치가 잘못되었다고 보는 경우다. 그래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이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정의당과 민주당 내의 이재명 시장, 국민의당의 정동영 의원 등이 대표적으로 이와 같은 입장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당위적으로는 잘못되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보는 경우다. 이 입장은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사드 배치로 귀결된 지난 보수 정권의 대북정책 및 한반도 외교를 비판하면서 '안보는 보수' 이데올로기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강조한다. 그리고 '햇볕정책'을 중요시하며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의 한반도 외교 전략을 지지한다.

이와 같은 원칙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 입장은 사드 배치가 한미 양국의 합의에 의해서 결정되었다는 점, 사드가 북핵·미사일 문제 등과 결부된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여 철회 자체에 올인하는 것은 무리라고 인식한다. 현실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이 입장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정치세력과 정치지도자는 없다. 그나마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이 여기에 친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두 입장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이슈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사드 반대론의 두 번째 유형은 보수 세력의 '안보는 보수' 프레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보수 세력에 대한 프레임 대결을 마다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략적 모호성은 그와 같은 기조와 맞물려 있다. 이것은 지난 9년 동안 뉴라이트 세력의 종북 공세에 따른 트라우마와 의식의 무력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입장은 찬성론의 두 번째 경우와 접근법에 있어 비슷한 면도 있다. 그런데 두 입장은 사드 문제를 정치 담론화하는 데에 있어서 다른 프레임을 적용하기 때문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드 반대론 속에 현실론을 조화시켜야 했다

지금 사드 찬성론과 반대론이 담론화되는 맥락을 보면 사드 찬성론에는 '사드 배치가 옳다'는 프레임이 반영되어 있다. 이것은 '사드 찬성' 담론이 보수 세력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드 찬성' 담론에는 지난 보수 세력의 대북 정책, 한반도 외교 전략의 오류에 대한 인식이 빠져 있다.

사드 반대론자들이 사드 찬성론에 대해서 크게 비판하는 이유 중의 바로 하나가 이것이다. 사드 반대론자들은 지난 보수 정권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진 햇볕정책을 부정하여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사드 배치는 지난 보수 정권 정책 실패의 비극적 결과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반대론자들은 사드 반대 담론을 통해서 사드 배치로 자신들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보수 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수 세력의 대북정책·한반도 외교 전략의 실패를 강조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햇볕정책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등장한다. 사드 배치로까지 이어진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사드 배치가 한미 정부 간의 합의라는 사실은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최대 동맹인 미국과의 합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정치는 시민운동과 사안에 접근하는 원칙과 방식에 있어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햇볕정책의 기조를 지지하는 세력은 처음부터 이런 원칙과 전략하에서 사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 즉 정치 담론 공간에서 보수 세력에 의해 사드 찬성론이 맥락화되는 것을 감안하여 '사드 반대'의 원칙을 내세우고 논쟁을 했어야 했다. 그다음에 사드 배치의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여 탄력적인 대응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초기에 민주당은 '사드 찬성론'의 문제점에 대해 원칙 있는 대응을 주저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초기에 선명한 반대론을 제시했던 국민의당의 경우 그 이후의 모습을 보면 원칙과 현실에 대한 조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변경했다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견제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것은 문제가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김대중의 대응 전략에서 배워야

그렇게 보면 사드 문제에 대한 두 당의 태도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해도 모두 아쉬운 측면이 존재한다. 다만 여기에서 현실론을 근거로 사드 찬성론으로 프레임 변경을 시도하는 국민의당에 대한 아쉬움이 좀 더 크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했듯이 보수 세력이 '사드 찬성' 담론을 제기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의 현실적 불가피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것을 '사드 찬성'이라는 담론으로 제시하면 곤란하다.

정치는 '현실적 여건'을 따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의미'다. 의미와 현실적 여건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빠져있다면 그것은 정치담론으로서 완전하지 못하다. 이것은 사드 담론에서도 확인된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사드 찬성' 프레임으로 접근하거나 혹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유로 담론 영역에서 뒤로 빠져 있다면, 보수 세력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후보는 현재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집권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두 후보 모두 대북화해협력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면 이것을 정치담론으로 제기할 때에도 그에 맞는 원칙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가지 예를 들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김대중은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었다. 그 당시 보수 세력이 '퍼주기' 담론을 통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었다.

그 때 김대중은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라고 하면서 보수 세력의 프레임 공세에 대응한 적이 있었다. 김대중이 정계 은퇴를 한 상황이어서 이 담론 대응이 더 크게 확장되지 못했었지만 매우 탁월한 대응이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이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안보는 보수'와 같은 뉴라이트 이데올로기가 진보 세력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분석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태그:#김대중, #문재인, #안철수,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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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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