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초 2사 1루 넥센 윤석민이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초 2사 1루 넥센 윤석민이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어느새 4연패 수렁에 빠졌다. 개막 이후 8경기에서 3승 5패,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하기엔 다소 초라한 성적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4.97로 8위까지 처졌고 팀 타율은 .225(2할2푼5리)로 9위에 머물러 있다. 투타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다.

보우덴이 아직 합류하지 못한 선발진은 장원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에이스' 니퍼트마저 7일 넥센전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유희관과 고원준 역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줘 팬들의 실망감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대로라면 올시즌 두산의 행보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화와의 개막 3연전에서 2승 1패, kt와의 2연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넥센과의 주말 3연전을 통해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선발진과 계투진은 총체적 난국이었고 살아날 듯 말 듯하던 타선의 집중력은 실망스러웠다.

두산 선수단 지금의 분위기, 지켜만 봐도 될까.

▲ 두산 선수단 지금의 분위기, 지켜만 봐도 될까. ⓒ 유준상


주축 타자들의 부진, 단순히 '사이클' 때문일까

타자들이 언제나 공을 잘 때릴 수 없다. '사이클'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2할도 채 되지 않은 타율이라면 '사이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현재 팀 내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김재환(.303) 딱 한 명밖에 없으며 김재호(.269), 에반스(.267), 민병헌(.265), 허경민(.227) 총 네 명의 타자가 2할대의 타율을 기록중이다. 오재원, 오재일, 박건우 등 나머지 타자들의 타율은 1할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타격에 사이클이 있다면 타격이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두산 타선에서 '사이클'을 부진의 이유로 이야기할 수 있는 타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몇 명 없다. 또한 타격 부진 이외에도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 역시 현저하게 떨어졌다.

두산에서만 6명의 야수가 WBC에 출전했다. 대회 이후의 후유증도 김태형 감독이 어느 정도 감안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프로'이기 때문에 부진에 대한 원인을 후유증으로만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이런 부분도 선수들이 극복하고 대처해야 한다.

팬들이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지난해 보여주지 않았던 무기력함이 시즌 초반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은 상대 투수의 변화구에 힘없이 방망이가 돌아가는 장면을 보기 위해 야구장에 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경기에 집중하고 타격감이 좋지 않을수록 더욱 더 신중해져야 한다. 성급함은 득이 될 게 없다.

'총체적 난국' 마운드는 대체 어찌해야 할까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초 두산 선발 고원준이 강판 당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초 두산 선발 고원준이 강판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선의 부진은 사이클 때문이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마운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직 합류하지 못한 보우덴도 이번주 KIA와의 주중 3연전 합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선발 투수는 장원준 딱 한 명이다.

개막전에서 호투를 펼친 니퍼트는 7일 넥센전에서 4.2이닝 7피안타 3사사구 6실점 5자책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원래 넥센전에서 약했지만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넥센 타선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완전히 살아난 넥센 타선은 이후 두 경기에서도 두산 마운드를 맹폭하며 시리즈 스윕을 가져갈 수 있었다.

계투진은 엉망진창이다. 필승조로 나오는 것처럼 보였던 김명신과 김성배는 팀이 리드를 당하고 있을 때도 마운드에 올랐고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이용찬의 제구는 불안했다. 마무리 이현승을 제외하곤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5.22로 8위, 불펜 평균자책점은 4.71로 6위를 마크하고 있다. 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kt나 LG를 보더라도 타선보다 마운드의 힘으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불과 1년 전의 두산 역시 '판타스틱4'가 있었기에 21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

'아직 기회는 있다' 4월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현재 두산의 순위는 공동 5위, 최근 경기력에 비하면 낮은 순위는 아니다. 10개 구단의 전력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4월 한 달을 각 팀들이 어떻게 보내느냐가 올시즌 판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치가 될 수 있다. 두산 역시 남은 4월을 잘 보낸다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주 주중 3연전에서는 홈으로 KIA를 불러들이고 주말에는 마산 원정길에 올라 NC와의 3연전을 치른다. 그 이후엔 삼성, SK, 넥센, 롯데를 차례로 만나 4월 일정을 소화한다. 삼성을 제외하면 어느 한 팀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차라리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 두산팬들의 마음이다.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불안하게 시즌을 출발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의 위기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디펜딩 챔피언'의 역습은 언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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