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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해 세월호가 인양된 현장을 둘러본 뒤 노란리본을 달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노란리본에 '진실을 끝까지 인양하겠습니다! 미수습자들이 반드시 가족 품에 돌아가기를! 문재인' 이라고 적었다.
▲ "반드시 가족 품에..." 노란리본 다는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해 세월호가 인양된 현장을 둘러본 뒤 노란리본을 달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노란리본에 '진실을 끝까지 인양하겠습니다! 미수습자들이 반드시 가족 품에 돌아가기를! 문재인' 이라고 적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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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18일 의병의 심정으로, 판사직을 던지고 노무현 후보 캠프에 합류할 당시와 상황이 너무나 비슷하다. 절박한 마음으로 촛불의 뜻을 새겨야 할 때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지켜주십시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캠프 특보단 총괄부단장을 맡았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5일 오후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 진영의 엄살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그의 말처럼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진영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일 후보로 선출된 뒤 컨벤션 효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맹추격당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선이 끝났지만, 선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이전투구'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3일 오후 3시 경선에서 뛴 본부장들을 상대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①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했는데 '나무'만 봤다

'문재인 대세론'을 흔드는 신호탄은 민주당 경선이 끝난 3일 오후에 울렸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43.6%)가 문 후보(34.6%)를 9% 격차로 앞서는 내일신문-디오피니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문 후보 측은 조사방식의 문제점을 들어 선관위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러나 4일(조앤씨엔아이)과 5일(엠브레인), 6일(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양자대결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거푸 발표되면서 문 후보 측의 항의는 힘을 잃게 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사퇴하는 것을 전제로 한 3자, 4자 구도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자구도에서 지난주까지 20%에 미치지 못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30%대까지 급등했는데, 문 후보는 30% 후반에서 40% 초반에 머물며 '컨벤션 효과'(전당대회나 경선행사에서 승리한 대선후보나 해당 정당의 지지율이 이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현상)를 좀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언주 의원 입당식에서 이 의원에게 전달할 환영 꽃다발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 꽃다발 든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언주 의원 입당식에서 이 의원에게 전달할 환영 꽃다발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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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의 63.1%와 14.4%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의 43.3%와 30.3%가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각각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보수·중도 성향이 많았던 안희정 지지층의 안철수로의 수직 이동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진보 성향의 이재명 지지층을 많이 흡수하지 못한 것은 문 후보 측의 메시지 전략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까지만 해도 문재인 캠프는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 "문재인 대세론은 끄덕없다"며 양자구도 여론조사를 비판하는 쪽에 기울었는데, 이러한 기류는 5일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친문 성향의 한 의원은 "양자구도의 불합리성·불가능성이라는 '나무'에 집착한 나머지 안철수 후보가 보수층을 흡수해서 치고 올라오는 추이라는 '숲'을 놓친 것 같다"며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않겠다고 하거나 차라리 대응하지 않는 게 맞았다. 캠프 공보라인이 대세론에 취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② 출발부터 삐걱거린 선대위, 자리다툼?

더불어민주당은 경선 다음날(4일) 추미애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한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발표했지만 인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발표된 공보단 명단에는 안희정 캠프의 강훈식·박수현 대변인이 포함됐지만, 김병욱·제윤경 의원 등 이재명 캠프 대변인들의 이름이 빠지는 등 인선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졌다.

6일 오전에는 "안희정 캠프에 몸담았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주말 문재인 비서실의 양정철 부실장을 만난 뒤 메시지 총괄 역할을 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지만, 윤 전 대변인은 건강 문제를 들어 이를 부인했다.

후보 비서실장과 상황실장, 총괄본부장 등 선대위에서 힘을 쓸 수 있는 핵심조직 자리를 놓고도 당과 캠프 사이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추 대표와 문 후보 모두 예민한 인사 얘기를 먼저 꺼내지 못하고 '탐색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문재인 캠프 측은 "문 후보와 안희정, 이재명, 최성의 4자 회동이 열리는 8일까지는 선대위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입장이지만, 6일 이언주 의원의 탈당에 이어 일부 중진의원들의 추가 탈당 얘기가 나오고 있다.

③ 네거티브 대응 방향 놓고도 캠프 내부 '설왕설래'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문재인 후보를 상대할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논란의 경우 사태 초기에는 '가짜 뉴스'를 단속하겠다던 중앙선관위가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자 아들을 채용한 고용정보원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문재인 캠프의 진성준 전략부본부장은 귀걸이와 점퍼를 착용한 아들의 취업지원서 사진에 대해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 그렇게들 한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반박했는데, 국민의당은 이를 받아 "청년들의 분노가 두렵지도 않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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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가 경선 마지막 날 방송사 연쇄 인터뷰 중에 '문자폭탄 사건'에 대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가 다음날 사과한 것도 반대파들의 입길에 올랐다.

비문재인 성향의 한 의원은 "신속한 사과로 당내 동요를 진정시킨 것은 높이 평가한다. 다만, 남들의 고통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식은 유감스럽다. 후보의 그런 말 때문에 '속으로는 문자폭탄을 즐기고 있다'는 의구심이 싹트는 것"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상황을 보다 못한 일부 본부장들의 문제 제기에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6일 오후 캠프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대세에는 큰 지장 없으니 호들갑 떨지 말자"는 낙관론과 "정권교체가 절박하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조속히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현실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캠프의 한 본부장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1 대 1 맞짱토론'을 우리가 받지 못할 게 뭐냐? 경선과 본선은 프레임 자체가 다른 만큼 보다 공세적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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