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두가 '소통'을 강조하지만, 모두가 '불통'이라고 토로합니다. 이 간극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집에서, 직장에서 겪은 세대 간 소통 차이를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차이를 살펴보면 답은 저절로 나올 테니까요. [편집자말]
"가족 같은~"

대한민국의 흔한 직장 상사들은 이 수식어를 좋아한다. 주로 직장 동료 사이가 끈끈하고 상하 소통이 잘되어 언제든지 뭉칠 수 있는 회사의 주역이 본인임을 자랑할 때 쓴다. 가족 같은 회사,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그건 그분들의 개인적인 위안이자 이상 세계일 뿐이다.

직장은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버는 곳이지, 결코 가족이 될 수는 없다. 회식을 자주 한다고 소통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상사들이 부하 직원에게 '오빠 혹은 형'처럼 자상하게 대한다고 해서 가족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부하직원들과 원만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상사만의 착각이 아닐까.

어느 회사나 소통을 위한 행위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회의는 말할 것도 없고 업무지시, 개인면담, 중간보고, 구두보고, 전화보고, 서면보고, 전자결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밥은 물론 간식에 커피까지 같이 먹는다.

이것으로도 부족한지 정기적으로 체육대회에 수련회에, 소통전문 유명강사까지 초빙하여 워크숍까지 연다. 이렇게 소통을 많이 하는데, 왜 항상 직장에서는 상하 소통이 안 된다고 토로하는 걸까? 직장 내 불통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 세 가지 장면에 힌트가 있다.

[장면 하나] "모든 소통은 회식에서" vs. "모든 불통은 회식에서"

직장 내 소통의 적으로 꼽히는 회식 자리.
 직장 내 소통의 적으로 꼽히는 회식 자리.
ⓒ flikr.com

관련사진보기


"오늘 회식 메뉴는 무엇으로 할까요?"
"물론 1차는 쏘삼(소주+삼겹살)에 2차는 치맥(치킨+맥주)하고 노래방까지 가야지~"

오늘은 우리 부서 회식이다. 곧 어둠이 내리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딱 정해진 수순을 밟을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지만, 승진, 입사, 생일 등을 축하하는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1차는 가열차게 먹고 2차는 노래방 가서 신나게 놀고 3차는 근처에서 치맥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의 기쁜 순간이나 힘든 순간에 늘 우리와 함께한 회식이라지만, 김 부장과의 회식은 1차(술집)-2차(노래방)-3차(입가심 호프)까지 가면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기고 만다. 오늘따라 너무 힘들다는 김 부장의 푸념 한 마디가 떨어지면 부하 직원들은 그보다 더 힘들어도 대열에서 이탈하기 쉽지 않다. 근무시간만큼의 노동력이 필요한 이 코스는, 김 부장 밑으로 어떠한 열외도 없다. 여직원들을 특별히 배려해 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애써 모른 척할 뿐이다.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소통의 자리가 아니라 단순히 '술을 먹기 위한' 자리가 될 때 회식은 어느새 달갑지 않은 업무의 연장이 되고 만다. 그러니 부하직원은 언제나 단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때문에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 이건 회식이 아니라 '술 버티기 경연대회' 참가자나 다름없다. 혹시라도 말없이 귀가했다가는 어김없이 이런 소리를 듣는다.

"많이 컸네? 이제 대놓고 상사 무시하냐?"

- 김 부장 생각: 회식은 엄연한 업무의 연장이다. 각박한 회사생활에 여유를 주는 활력소다. 우리 때는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는데 요즘 직원들은 멘탈이 너무 약하다. 누구는 좋아서 회식 하나? 요즘은 가뜩이나 피곤한데 회식자리에서 부하직원들 때문에 더 피곤하다. 또, 단합하는 날이니 끝까지 남아있으라고 한다고 누가 남아있긴 하나? 열심히 일한 후 동료들과 어울려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는 것 또한 삶의 기쁨인데... 소통은 다 회식자리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 이 대리 생각: 회식은 각박한 회사생활에 여유를 주는 활력소라는 데 토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과유불급(무엇이든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함)이다.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직원들의 주량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부하 직원들도 회식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회식 문화는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 받거나 원샷, 파도타기를 강요하고 음주·가무를 강요하는 회식이 결코 아니다. 이래서 월급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의 대가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직장의 불통은 모두 회식자리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딱 맞다.

[장면 둘] "딴짓하니까 야근하지" vs. "죽도록 일하다 잠깐 딴짓했다"

가족 같은 회사?
 가족 같은 회사?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며칠 전 드라마에서 본 여름 신상을 구경하느라 직장에서는 정말이지 딱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지나가던 김 부장에게 포착됐다. 소리없이 내 곁을 스친 김 부장, 이때 내 모니터의 바탕이 '사업 보고서' '주간업무계획' 등의 제목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인터넷 창을 닫거나 최소화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사태였다. 아, 이를 어쩐다. 모니터 보안 필름이 이토록 그리워지기는 또 처음이다. 내 모니터를 보고 차라리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갈 것이지.

다 봐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는 김 부장. 이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나는 김 부장의 뇌리에 온종일 인터넷 쇼핑에만 업무시간을 할애한 파렴치한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뒤끝 작렬' 김 부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자니,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온종일 일하다가 잠깐 화장실 한 번 다녀왔는데 김 부장이 그랬단다.

"왜 이 대리는 항상 자리에 없어?"

- 김 부장 생각:
오늘 제대로 걸렸다. 이런 마인드로 일하고 있으니 회사가 발전이 없는 거다. 항상 딴짓할 궁리하고 있으니 업무 집중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조직의 업무 효율이 낮아지니 회사에도 본인에게도 마이너스다. 일이 많다고 야근한다며 투덜대는 것이 괜한 게 아니었다. 저렇게 일을 하니 비효율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일은 설렁설렁하면서 온갖 요령은 다 부리는 부하들은 반드시 인사고과에서 차별을 둘 생각이다.

- 이 대리 생각: 한번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출근해서 단 1분 1초도 딴짓을 안 하는 직장인이 있는가? 과도한 노동시간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 잠깐 인터넷 쇼핑몰 접속한 게 무슨 그렇게 큰 죄인가. 업무 태만이라며 날 감시의 대상으로 치부한다는 자체가 억울하다. 애초에 '꼰대'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으니 말이 안 통한다. 항상 가족같이 생각하라면서 나중에 뒤통수치는 김 부장 때문에 힘들다.

[장면 셋] "카톡 청첩장이라니..." vs.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 

카톡으로 청첩장 보내는 부하 직원. 참 찜찜했다.
 카톡으로 청첩장 보내는 부하 직원. 참 찜찜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김 부장은 같은 부서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로 부하직원들을 대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 부장의 태도가 어느 순간 급변했다. 김 부장의 모친상에 얼굴도 비치지도 않고 부의금만 3만 원을 보낸 박 대리. 이후 김 부장이 박 대리를 대하는 태도는 아주 싸늘해졌다. 김 부장은 박 대리의 한 달 생활비가 100만 원도 안 된다면 모르지만 이건 아니라고 여겼다.

가자니 부담되고, 안 가자니 눈치가 보이는 직장구성원의 경조사. 소신껏 하리라 다짐했건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물론 참석하지 않아도 될 경조사란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경조사도 없다. 말 그대로 기쁨이나 슬픔을 나누는 일이다. '상호부조'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직장 내 구성원의 경조사가 '상호부담'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상하소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오늘은 김 부장의 카카오톡으로 청첩장 하나가 도착했다. 그것도 단체로 초대하여 청첩장만 달랑 보낸 것이었다. 같은 회사 건물에 있지만, 일주일에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영업부 이 대리였다. 크게 친하지도 않은 그럭저럭 아는 관계지만, 그렇다고 청첩장을 주고받을 만한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 대리는 곧 결혼하니 축하해달라며 단순하게 보낸 것이었지만, 김 부장은 막상 받으니 청첩장을 받아서 찜찜, 메시지로 받아서 더 찜찜, 이래저래 찜찜하단다.

- 김 부장 생각: 얼굴도 자주 못 볼 정도로 안 친한데, 이런 경우는 상당히 예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당황스러웠다고 표현하면 거짓말이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다못해 사전에 청첩장이 부족해서 모바일로 보낸다고 사정이라도 이야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큰일 치르려면 한 명이라도 더 초대하려는 노력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보내니 황당하다. 청첩장이 축의금 수거 절차도 아니고, 이러다가 곧 계좌번호까지 카톡으로 보낼 기세다.

- 이 대리 생각: 요즘은 모든 게 모바일 중심으로 진화한 만큼, 우리의 행동도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바일 청첩장은 바쁜 직장인에게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주소 불러달라고 해서 청첩장 보내는 것보다 모바일로 보내는 것이 훨씬 전달력이 빠르다. 또 결혼당사자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나눌 수도 있고 교통편 안내에 축하 메시지 발송기능까지 있다. 부장이 회의 공지를 카카오톡으로 하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 또 전화로도 연락할 생각이었다. 카카오톡 청첩장으로 예의를 따지는 사고방식은 정말 아니지 않나.

말처럼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Horrible Bosses)>의 한 장면.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Horrible Bosses)>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관련사진보기


사전적인 의미로 '소통(疏通)'이란 '막히지 아니하고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손짓·몸짓·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 서로 통하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전문가가 아닌 바에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사람의 성격과 욕구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 종류나 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요즘 세대 간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만 보아도 소통의 의지는 있다는 말인데, 항상 방법이 문제다. 오죽하면 대통령도 국민과의 소통이 안 된다고 할까. 소통의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직장에서는 우선 기성세대인 상사들이 신세대에게 갖는 보편적인 고정관념과 신세대의 자유분방한 사고가 충돌할 때 꼬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사가 먼저 권위부터 내려놓아야 일차적으로 가능해지는 수평적 의사소통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늘 팀장은 '고생하는 팀원들의 고충과 생각을 다 이해한다'고 해놓고선 한밤중 단체 카톡방에 업무 지시만 달랑 남긴다. 부하 입장에서는 뭐라고 답하기 어려운 분명한 일방통행이다. 이래놓고 소통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상사가 애써 권위를 먼저 내려놓는다 해도 부하직원이 이를 외면한다면 역시 소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소통은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틀릴 수 있다. 나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시작하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일부분만 보고 다 안다고 말하면 큰 오판이다. 그러니 상사나 부하 모두 결코 다 안다고 공언하지 말라. 그것은 상대방을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다.

<왜 회사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승진할까?>의 저자 제프리 제임스는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내 정치와 다각화된 인간관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란 없다. 따라서 만병통치 관리 스타일도 없다. 부하 직원 각자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설명하자.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잘 맞는 관리 스타일이 무엇인지 부하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묻고 귀담아듣자. 부하 직원에게 '1순위로 중요한 일'을 여러 개 맡기는 것은 어느 업무가 중요한지 결정하는 책임마저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부하 직원에게 화를 내거나 감정을 건드리는 신랄한 말을 퍼부으면 부하 직원의 마음속에는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남고 곪아 결국 상사를 혐오하게 된다. 상사라 해서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부하직원을 샌드백 삼아 화풀이하지는 말아야 한다. 부하 직원은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고 남에게 화와 짜증을 쏟아붓는 상사를 경멸하는 법이다. 반대로 위기가 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상사를 마음속 깊이 우러러보게 된다.

똑똑한 상사는 프로젝트 실무를 담당하는 부하 직원이 초기부터 참여해야만 더욱 성공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무실에 들어앉자 혼자서 결정지은 다음 난데없이 지시사항만 잔뜩 들고 나타나는 상사가 내린 결정은 독단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비록 최종 결정이 마음이 들지 않는 경우라도 부하 직원은 상사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거쳤던 과정과 판단의 근거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혹시 당신의 상사는 다음 중 어떤 유형인가?

1. 기분파
2. 독설형 
3. 얌체형 
4. 사오정 
5. 꼰대형 
6. 우유부단형  
7. 기타(오빠, 형, 아재 등)

당신이 부하직원이라면 아마 7번 항목을 빼고는 6개 항목 중 하나를 선택했으리라. 그런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상사 입장이 되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상사 입장에서 보는 부하 직원의 유형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할 때 자기부터 내려놓아야 직원들을 잘 챙길 수 있고, 그래야만 가족 같은 상하관계가 만들어진다.

청첩장을 달랑 카톡으로 보내도 아무 일 없는, 정말 소통이 잘되는 직장을 꿈꾸는가. 그건 스스로 노력이 최우선이다. 인내력과 배려에서는 기성세대인 상사가, 솔직함에서는 신세대인 부하가 더 탁월하다는 면을 참작하고 서로를 배려할 때 어느새 그 차이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태그:#소통, #세대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