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고척돔 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고척돔 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월 초 보도된 프로야구 응원가 관련 기사는 야구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저작인격권(동일성 유지권)' 침해 문제로 인해 팬들이 즐겨 부르던 프로야구 응원가를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수 구단이 기존 응원가를 유지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코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와중에, 넥센 히어로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응원가 27곡 중 1곡을 제외한 26곡 모두를 교체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고척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3연전에서는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첫 경기를 치른 이후, 넥센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내 팬 게시판에는 새로 공개된 응원가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26개의 응원가가 모두 교체되면서 히어로즈 창단 이후 쌓여온 팬들의 추억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체된 응원가 대부분이 적절하지 않은 선곡이나 편곡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개막전 이후 폭주한 넥센 히어로즈 팬들의 항의

 개막전 이후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게시판에 폭주한 넥센팬들의 항의 게시물 (출처: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개막전 이후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게시판에 폭주한 넥센팬들의 항의 게시물 (출처: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넥센 히어로즈


지난해 여름 이후 저작인격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12월부터 본격적 논의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곡을 제외한 모든 응원가를 교체하는 행보에 대다수 팬들이 분노한 것이다. 특히 안드레아 보첼리의 '멜로드라마'를 개사한 팀 응원가 '승리를 위한 함성'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팬들은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3일자 기사에 '시간이 촉박하여 응원가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라는 구단 담당자의 발언이 보도되자 팬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넥센과 달리 대부분 구단은 협상을 통해 기존 응원가를 유지하고자 노력했고, 실제로 대다수 기존 응원가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승리를 위한 함성'과 동일한 원곡을 사용한 LG 트윈스의 '민족의 아리아'는 개막 3연전 동안 사용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히어로즈 구단이 기존 응원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한 것인지에 대한 팬들의 의문이 이어지게 되었다.

전임 대표이사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팬들의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존 응원가마저 전면 교체하자 '시즌권 환불 운동'이나 '무관중 운동'을 진행하자는 공격적인 발언마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모든 스포츠는 팬과 스토리를 자양분 삼아 발전한다. '오 필승 코리아'를 들으면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가 떠오르듯, 구단 및 선수의 응원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하나의 그릇과도 같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타 구단이 비용을 들이고 지루한 협상을 통해서라도 기존 응원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평소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자기일 마냥 걱정해온 넥센 히어로즈의 다수 팬들로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는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된다. 더구나 넥센 히어로즈는 타 팀에 비해 모기업의 영향력이 적은 구단이다. 그렇기에 팬들의 열정적인 애정이 없다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연간 몇 억원을 아끼려다 구단의 존속 기반을 잃게 될 수 있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예의를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넥센 히어로즈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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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원문: 곽동호 객원필진 /감수: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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