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빠는 딸> 관련 이미지.

영화 <아빠는 딸> 관련 이미지. ⓒ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제는 하나의 장르물이라 해도 좋을 만큼 바디 스위치 영화(영혼이 서로 뒤바뀌는 설정)의 사례는 많다. 성별, 나이 등 차이가 분명한 기준이 뒤바뀐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판타지이며, 욕망을 자극하는 만큼 매력적인 소재긴 하다.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아빠는 딸>은 그 전형성에 기댄 작품이다. 사춘기를 맞이한 학생과 그를 딸로 두고 있는 아빠가 서로 반목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영혼이 뒤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이 각자의 일상을 7일간 직접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평범한 줄거리다. 일본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작품. 5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아빠는 딸>이 언론에 선 공개됐다.

의외의 조합

배우 윤제문이 원상태라는 이름의 직장인으로, 신예 정소민이 원도연이라는 이름의 고등학생으로 호흡을 맞췄다. 조합만으로는 사실 예상밖이다. 이미지와 출연 비율로 치면 악역내지 주조연으로 주로 활동했던 윤제문이 모처럼 전면에 섰다. 드라마 <마음의 소리>(2016) 등으로 주가를 올린 정소민 역시 상업영화로는 거의 처음으로 높은 비중의 캐릭터를 떠안았다. 전형적 영화 안에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점에서 일단 관객의 호기심을 건드릴 법하다.

경력으로 치면 베테랑인 윤제문의 안정감과 더불어 정소민의 활약이 꽤 돋보였다. 여고생과 아빠의 역할을 소화해야 했던 정소민은 "처음엔 중년 아저씨의 몸의 형태나 행동 양식을 많이 관찰하는 등 외적으로 접근했다가 어느 순간 막히는 게 있었다"며 "만년 과정이자 집에서 무시 받는 가장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감독님과 많이 대화했다"며 나름 노력한 지점을 언급했다.

"제가 겪어왔던 시간을 연기하는 것보다 겪어보지 않은 시간을 연기하는 게 훨씬 어렵더라고요. 도연은 제가 겪어본 여고생 시절이었고, 원상태는 제가 모르는 삶이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각만 많아졌어요. 어느 순간 아이들이 소꿉놀이 하듯 그냥 믿고 그 역할에 빠지려고 했습니다." (정소민)

 영화 <아빠는 딸> 관련 이미지.

영화 <아빠는 딸> 관련 이미지. ⓒ 메가박스 플러스엠


역할에 대한 진중한 해석에서 알 수 있듯 영화에서 정소민은 자칫 지루하고 신파적으로 느껴질 이야기에 활력을 충분히 불어넣는 데 기여한다. 중년 가장을 표현하기 위해 과장된 몸동작과 발성보단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발성으로 나름 재치 있게 비트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즉흥적으로 하는 장면이 여럿 들어갔다"고 윤제문이 말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코미디 요소 역시 영화에 꽤 비중 있게 실렸다. 부녀 갈등의 축적과 해소 과정에서 주변 캐릭터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런 코믹한 장면은 <아빠는 딸>이 자랑해도 될 만한 미덕 중 하나다.

예상의 범위

이상 언급한 부분을 제외하면 <아빠는 딸>의 흐름과 각종 사건은 관객들 입장에선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에 있다. 유학파로 이번 작품이 상업영화 데뷔작이라는 김형협 감독의 패기가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작품으로) 코미디가 굉장히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데뷔작으로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는데요. 얼마나 쉽고 의도한대로 다가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온 가족이 다 봤으면 하는 마음에 전 연령층을 염두에 뒀습니다." (김형협 감독)

일정 금액 이상이 투자되고 대중을 대상으로 한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물론 보편성은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독창성' 면에선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게 요즘 한국영화다. 특히나 늘어가는 신인감독의 데뷔 사례에도 각자 만의 독창성과 고유성은 점점 사라져가는 게 아쉬운 때다. <아빠는 딸>을 통해 그런 신선함을 충족시키긴 어려웠다.

이밖에 MBC 예능 프로 <무한도전>을 통해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박명수, 충무로가 사랑하는 감초 김인권,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정수 등이 영화 곳곳에 나오는 만큼 팬들의 입장에선 반가울 법하다.

'아빠는딸'의 변신! 김형협 감독과 배우 허가윤, 도희, 정소민, 강기영, 이미도, 윤제문이 8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아빠는딸>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빠는딸>은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윤제문 분)와 여고생 딸 원도연(장소민 분)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으며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코미디 영화다. 4월 13일 개봉.

▲ '아빠는딸'의 변신! 영화 <아빠는 딸>의 주역. 김형협 감독과 배우 허가윤, 도희, 정소민, 강기영, 이미도, 윤제문의 모습(왼쪽부터). ⓒ 이정민


한 줄 평 : 충분히 웃기면 끝? 여전히 신선함이 고프다
평 점 : ★★☆(2.5/5)

영화 <아빠는 딸> 관련 정보
연출 : 김형협 감독
출연 : 윤제문, 정소민, 이일화, 신구, 이미도, 강기영, 박혁권, 허가윤, 도희
제작 : 영화사 김치
배급 : 메가박스 플러스엠
러닝타임 : 115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7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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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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