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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열풍의 명암

 청주 해피몰 벽화
 청주 해피몰 벽화
ⓒ 눈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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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유행이다. 동네 골목뿐만 아니라 통영 동피랑부터 시작해서 부산 감천마을, 서울 이화동, 수원 행궁동까지 벽화 자체가 마을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은 벽화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지자체들은 그런 관광객들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사실 2000년대 초반 벽화마을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재개발, 재건축에 익숙해있던 우리 사회가 거의 처음으로 대안을 마련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음침해서 사람들이 잘 가지 않던 지역을 알록달록 원색의 벽화로 물들이는 것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고 도전이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벽화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멀리 통영, 부산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으며, 벽화마을에서 찍은 인증샷을 SNS에 공유했다. 재개발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선택했던 벽화마을이 오히려 그 지역 명소로서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눈썰미 김진오 대표
 눈썰미 김진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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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같은 벽화마을이 마냥 벽화 시장에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벽화마을의 경우 10년이 지난 요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주민들이 관광객들의 소음 때문에 일상을 영위하지 못하고, 어떤 원주민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쫓기기도 한다. 몇 해 전 서울 이화동의 날개벽화가 주민들에 의해 지워진 것은 이와 같은 갈등의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근 10년 간 지자체들의 경쟁적인 벽화마을 조성은 벽화 시장을 교란시켰다. 너도 나도 벽화를 만들자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검증되지도 않은, 갓 졸업한 이들이 벽화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벽화의 질은 물론 단가 또한 떨어졌다. 벽화의 과부하로 인해 벽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벽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이들이 적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면서 다시금 벽화가 재조명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벽화마을처럼 대단위 사업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한 분야로서 벽화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기자가 지난달 28일에 만난, 벽화를 그리는 예비사회적기업 눈썰미의 김진오 대표 역시 벽화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강조했다.

벽화가 주는 기쁨

 삼성테크윈 실내 복도 벽화
 삼성테크윈 실내 복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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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벽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2년에 무작정 사업자를 냈어요. 같이 하는 친구들이 모두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재미없고 형식적이어서 고민하고 있다가 선생님께서 너희들끼리 벽화 그리는 사업을 하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처음에는 실내 인테리어 벽화 쪽만 생각했었어요.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발로 뛰어다니면서 가게, 카페, 어린이집 등을 전단지 들고 쫓아다녔죠."

- 벽화가 매력적이었나 봐요?
"네. 매력적이었어요. 전 원래 춤을 췄었거든요. 어렸을 때 하다가 그만 두고. 다시 대학 다니다가 춤을 너무 추고 싶어서 학교 그만두고 전문가 과정 들어갔었지만 결국 다쳐서 접었죠. 그러다가 우연찮게 벽화를 그리게 됐는데 꿈을 이룬 기분이었어요. 어쨌든 예체능 쪽으로 뭔가를 하는 거니까. 치유의 과정이었죠."

- 그런데 왜 갑자기 사회적기업을 하게 됐죠?
"인테리어 벽화를 계속 하다가 다들 진부해지기 시작했거든요. 카페 등에 그리니까 보는 사람들도 한정되어 있고, 감흥이 없잖아요. 사람들이 커피 마시지 그림을 보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1만원, 2만원 깎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인데 장사꾼처럼. 그래서 고민을 하는데 우연히 사회적기업 월메이드를 만나 사회적기업 이야기를 들었어요.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 사회적기업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지금은 경쟁 사회잖아요. 남의 것을 뺏어야지만 가질 수 있는 사회. 그런데 사회적경제는 나누는 것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미션도 이야기하고. 뭔가 사회문제를 해결도 하고, 그것으로 이익 구조도 만들 수 있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또 관련된 사람들도 선한 것 같고."

 강동구 도시재생 길동 벽화
 강동구 도시재생 길동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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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기업으로서 벽화로 무엇을 하는 거죠?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는 벽화 시장이 넓지 않았는데 벽화마을이 뜨면서 벽화시장이 막 과부하 됐어요. 그러면서 갓 졸업한 이들이 진입하면서 벽화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단가도 완전히 내려가고. 덕분에 벽화사업이 시들해져가고. 그래서 아예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어요. 낙후된 지역에, 정말 필요한 곳에 가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고, 그 지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자. 그게 저희 소셜미션이에요."

- 사회적기업가로서 어떤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한 번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랑 같이 그림을 그렸는데, 아이들이 벽화 프로젝트를 통해서 좋아하고 뿌듯해 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기뻤어요. 꿈이 꺾여 있던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림에 자기 이름을 써주니까 잃어버린 꿈을,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더라고요. 또 한 번은 종합복지센터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벽화를 그렸는데, 우리가 보호를 받아야 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우리도 남한테 도움을 주는 어떤 활동을 하겠다고 하셔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뿌듯해 하시면서."

도시재생과 벽화

 천호3동 바라봄골목길 벽화
 천호3동 바라봄골목길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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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 하면 사람들은 역시나 통영 동피랑 등을 떠올리는데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는 동피랑 가서 실망했어요. 어떤 하나의 주제가 없이, 여기저기 겨울왕국이나 그려져 있고. 부산 감천마을은 지역에 맞는 특색이 있었는데 동피랑 벽화들은 연관성이 없었어요. 그냥 소문이 나 있고 이미 유명하니까 의무적으로 사람들이 가는 게 아닌지. 동피랑이 벽화로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사례로서 상징성이 있으니까."

- 벽화가 도시재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도시재생은 빛을 잃어가는 지역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에요. 그런 면에서 벽화가 도움이 되죠. 저는 소통하는 예술을 하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행복하고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벽화를 그릴 때도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소통하면 좋겠고, 그 행복함을 지역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그러면 결국 그 지역을 재생시키지 않을까요?"

- 실제로 벽화를 그리면서 그 지역이 좀 더 살기 좋아지던가요?
"네.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니까 모임을 자주 가졌어요. 모여서 시안도 서로 상의하고, 스토리도 짜고. 주민들의 스토리를 듣고 그것을 벽화에다 그리기도 하고. 그렇게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분위기가 형성되더라고요. 뭐랄까.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에 있어서 벽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천호3동 바라봄골목길 벽화
 천호3동 바라봄골목길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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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의 어려움

- 벽화를 그리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벽화를 그리려면 무엇보다 사업의 연속성이 필요해요. 벽화이기 때문에 영구적일 수 없거든요. 지워지고 떨어지고. 그래서 벽화를 오랫동안 보전시키고 발전시키려면 시스템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하죠. 대부분 기업의 CSR사업이나 행정의 요구이다 보니 지속성이 좀 떨어져요."

- 그렇게 프로젝트로 벽화만 하다보면 수익에 한계도 있을 듯 한데요?
"그래서 저희도 벽화와 오브제를 같이 시공하려고 하고 있고, 도시재생과 결부시킨 캐릭터 사업도 하려고 해요. 매출구조를 다변화시키려고. 그런데 공공디자인을 하려다 보니 제약이 너무 많아요.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데 행정에서는 안전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저희도 벽화를 그리는 작가인데 시안이 몇 번 다시 돌아오면 자괴감을 느끼죠."

- 저도 지금까지 깜빡하고 있었네요. 눈썰미가 단순히 벽화 그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작가들의 회사라는 것을. 작가로서 가지는 책임감 같은 게 있나요?
"있죠. 무엇보다 저희가 고집을 부리는 것은 벽화의 퀄리티예요. 사실은 벽화사업이 많아지면서 그냥 대충하고 끝내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저희도 고민을 했지만, 작가가 원하는 만큼 벽화가 나올 때까지 그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작은 돈을 받더라도 퀄리티는 확실히 해요. 작가로서 작품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지으려는 거죠. 덕분에 저희가 일반 벽화보다 견적이 싸지 않아요. 싸게 해달라고 하면 안 한다고 해요. 그냥 싼 데서 하시라고. 그래서 저희는 엄청 꼼꼼하게 다 뒤져보고, 비싼 벽화 인테리어 업체 많이 겪어본 사람들이 찾아와요. 작가로서 이 부분은 꼭 지키고 싶네요."

- 마지막으로 벽화를 잘 그리는 비법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벽화는 쉽지 않아요.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라도 어려워요. 벽면과 환경과 색감과 이런 것들을 다 보고 전체를 꿸 수 있는 구도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가치관이예요. 내가 그린 벽화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있어야 진정한 벽화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암사시장 전통시장 바닥 벽화
 암사시장 전통시장 바닥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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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는 오늘도 열심히 벽화를 그리고 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벽화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도시재생에 있어서 벽화가 커다란 역할을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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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