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 이상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이 확정됐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과 러시아전 이후 경질설이 대두됐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 이용수 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선언했고 이 체제는 이번 최종예선 마지막까지 이어갈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되지 않고 유임됐다. 경질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용수 위원장은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유임을 결정한 것이다. '최후통첩'이다. 이용수 위원장도 현 상황에 대해 '비상사태'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슈틸리케 감독을 평가하겠다는 의미를 내비쳤다.

나는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찬성했다. 나도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이 맘에 들지 않다. 경질을 찬성하는 사람의 생각과 동일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은 반대한다. 지금 반대한다고 해서 이렇다 할 감독을 선임하기 애매하다. 시간적으로 말이다. 다음 카타르전까지 고작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유력한 후보로 신태용 현 U-20 감독이 언급됐으나, FIFA U-20 월드컵도 얼마 남지 않았고 본인도 A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다.

현 시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통해 한국 축구의 현실을 고찰하고자 한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가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 축구의 현주소에 대해 상식축구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 경질과 선임, 악순환의 고리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두고 과거 한국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았던 감독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국은 수차례 국가 대표 감독이 바뀌었다. 핵심적인 이유는 '성적' 때문이었다. 성적이 좋지 않아 국민에게 질타와 비난을 받고 스스로 사임하거나 경질 당했다. 그래서 월드컵 진출을 위한 지역 예선과 월드컵 본선 무대를 지휘하는 감독이 달랐다. 다시 말해, 4년 동안 온전히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급하게 월드컵을 준비하고 마쳤다.

만약 이번에도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면 또다시 4년 동안 A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가 없어질 뻔 했다. 아직도 불안하긴 하다. 이용수 위원장은 기술위원장이 됐을 때, 4년 동안 대표팀 감독을 맡을 사람을 찾노라고 말했다. 그래서 데려온 사람이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용수 위원장도 이런 악순환을 끊고 싶은 욕심이 있는 모양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왔을 때 급한 감이 없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A대표팀 감독 대행을 맡았고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 아시안컵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임했다. 급하게 왔지만 한국을 결승까지 끌고 올라갔다. 당시에도 감독 경력이 좋지 못했고 아시안컵 경기력에도 의문이 들어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끝내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러고 나서 완전히 평가가 달라졌다. '갓틸리케'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온데 간데 사라져버렸다.

의문이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다고 해서 나아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분명히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다른 감독을 데려와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또  새로운 감독을 급하게 데려올 것이고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고작 1년 남았다. 혹 급하게 왔지만 성적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게 과연 긍정적이냐는 것이다. 언제까지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감독을 선임하고 대표팀 축구 경기를 볼 것인가. 답답하더라도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감독 경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슈틸리케 감독을 잔류시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이러다가 진짜 아무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번 논란 이후 슈틸리케 감독도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더욱 더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리더십에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징징거리는 인터뷰 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대표팀의 정신을 확 잡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 겸손해지고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서 그동안 문제점을 브리핑하고 기자들의 무제한 질의도 받고 응답하고 "노력하겠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나타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처럼 하지 말고 말이다.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 이상훈


# 한국엔 유능한 감독이 없단 말인가?

또 하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신태용 감독의 U-20 대표팀 부임이다. 떡하니 수석코치 잘하고 있는 사람을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U-20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물론 신태용 감독이 2016 런던 올림픽 감독도 맡은 적이 있다. 기술위원회는 신태용 감독을 연령별 감독 경력을 통해 성장시키려고 하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표팀의 수석코치이기 때문에 끝까지 슈틸리케 감독과 같이 가야 한다.

세계적인 명장은 항상 수석코치와 함께 팀을 옮긴다. 물론 클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보통은 러닝메이트처럼 같이 움직인다. 바이에른 뮌헨의 안첼로티 감독은 현 스완지시티 감독인 클레멘트와 오랜 기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2009년 첼시에서 처음으로 같이 일했고 클레멘트는 2010년 안첼로티의 수석코치로 승격했다. 이어 2012-13 시즌 PSG에서 안첼로티와 클레멘트가 함께 일했고 2013-14, 2014-15 레알 마드리드에서, 2016-17 클레멘트가 스완지로 가기 전까지 함께 한 사이다. 황선홍 감독과 강철 수석코치도 2011년 포항에서 만나 FC서울로 같이 둥지를 옮겼다. 그만큼 감독과 수석코치의 호흡이 중요하다.

얼마나 한국 연령별 대표팀을 맡을 인재가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에 많은 감독들이 있는데 하필 신태용 감독이냐는 것이다. 안익수 감독이 그간 U-19 대표팀을 맡아 U-20 월드컵을 준비했지만 AFC U-19 챔피언십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경질 당했다. 급하게 정정용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했지만 정작 정정용 감독이 아닌 신태용 감독이 U-20 대표팀을 맡게 됐다. 기술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정정용 감독은 급히 U-19 대표팀직을 맡아 수원 컨티넨탈컵 우승컵을 차지했다. 성적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정식 감독이 되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큰 대회 경험 부족이라고 한다. 역시 대한민국은 '스펙 사회'가 분명하다. 한국 축구 감독에 대안이 없는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 이상훈


# 높아진 기대감, 낮아진 축구 문화

우리는 2002년,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일궈냈다. 48년 만에 첫 승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첫 4강 진출이라는 쾌거도 달성했다. 기적 그 자체였다. 그 이후 우리는 3번의 월드컵을 치렀다. 2006년엔 월드컵 첫 원정 승, 2010년엔 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의 기록을 썼다. 점차 발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본선 무대에서 예선 탈락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강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2002년에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따냈다. 48년이다. 월드컵 4강 진출 후 우리는 축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고 그에 따라 한국 축구도 발전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만 발전했지 그 외에는 제자리걸음이다. 우리의 문화적 인식, 정신적인 부분이 변화되지 않았다.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니 그에 따라 우리의 기대감만 높아졌다. 그래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대로 선수, 감독 할 것 없이 온갖 모욕적인 비난을 한다.

박지성, 이영표가 EPL에 진출해 좋은 선수로 성장했다. 이들 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해외 유명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지금 기성용, 손흥민, 구자철 등 많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물론 이들이 잘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진출 사례 때문에 우리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아졌다.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있기에 우리는 월등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못 박는다. 해외 진출이 한국 축구계 전체에 주는 역효과다.

한국 축구는 기술적으로 강해졌다. 전체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이다. 과거 약하다고 평가 받던 나라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 축구가 평준화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감독의 성적이 어떠하든 무작정 비난할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찰해야 한다. 많은 비난은 오히려 선수단과 감독에게 부담만 더하는 셈이다. 오히려 협회에서 더 많은 지원과 지지를 해줘야 한다.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줘야 한다. 분명히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더 심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가 바뀌는 일은 축구협회와 우리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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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한국축구연구원', 'Fanther'에도 중복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슈틸리케 이용수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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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이식으로 상식을 뒤엎다라는 모토와 함께 상식축구라는 이름으로 축구 칼럼을 게시하고 있는 대학생 이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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