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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바로 셰르파입니다. 등반안내자인 셰르파는 에베레스트가 자리한 쿰부 계곡 주위에 사는 고산족을 의미합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 턱밑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도 텐징 노르가이라는 셰르파였습니다.

텐징은 "셰르파에겐 2~3개의 폐가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리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산악인들도 고산병으로 사망하는 마당에 셰르파들은 산소통도 없이 무거운 짐을 진 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죠.

3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이들에 대한 연구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수면보다 수천 미터 높은 곳에서는 사람이 살기가 어렵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산소양이 적어지고 유해한 자외선이 더 많이 방출됩니다. 계절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완전히 달라져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티베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200미터 고원에서 살아갑니다. 인구도 점차 늘어나 거의 500만 명에 달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높은 고도에 적응해 살아가는지 알기 위해 이들의 게놈(유전체) 샘플을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변형된 유전자가 체질량지수(BMI)를 높게 만들고 체내 엽산 생산을 촉진해 고산지대에서 살아갈 있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네팔의 셰르파를 포함해 티베트 고원에 사는 사람들이 해수면에 비해 40퍼센트나 낮은 산소량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높은 고도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필요한 산소 양을 최대한 전달합니다. 그런데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 너무 많아지면 혈액 순환이 어렵고 혈전이 많이 생겨 뇌졸중과 심장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에 비해 티베트인들은 헤모글로빈을 증가시키는 대신, 생화학적인 방법으로 산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티베트인이 어떻게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헤모글로빈을 줄이고 산소 사용률을 높이는 데 관여하는 두 유전자인 EPAS1과 ELGN1 때문일 거라고 추측해왔습니다. 호주 퀸스랜드 대학과 중국 윈저우 의과대학의 연구팀은 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티베트인 3008명의 게놈(유전체)과 비 티베트인 7287명의 게놈을 비교했습니다.

연구팀은 티베트인에게서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전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선택이든 우연에 의해서든, 인구 전체에 퍼질 수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예상대로 EPAS1과 ELGN1이 가장 강력한 후보자로 등장했습니다. 이외에도 일곱 가지 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먼저, ADH7 유전자는 체중과 체질량지수를 높여 신체가 극단적인 고원 환경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MTHFR 유전자는 임신과 출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타민 엽산의 생산을 향상시켜 영양소가 결핍되지 않도록 합니다. 엽산은 높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파괴되는 특성이 있어, 많은 양의 엽산을 생산해 이를 보충하는 것입니다.

또한 HLA-DQB1은 면역체계에 아주 중요한 단백질을 조절하는 유전자 계열입니다. 영양실조와 같은 극한의 생존 조건 속에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나머지 4가지 유전자의 역할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높은 고도에 적응하기 위한 변이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생명의 능력이 놀랍습니다.


태그:#사이언스, #고산병, #셰르파, #에베레스트, #히마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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