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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가에 배치돼 있다. 2017.4.3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가에 배치돼 있다. 2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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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십장생!!! (*몇몇 어르신들께는 건강의 대명사. 참 정정하셔)"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들이 그야말로 맹활약(?) 중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정권교체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드높은 작금의 시대 분위기가 불편한 걸까, 탄핵정국과 박근혜씨의 파면, 그리고 구속수감 때문에 좌불안석이 된 걸까. 

전두환씨의 회고록 출간 소식이 전해진 3일 오후 가수 이승환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글을 적었다. 그는 "5·18은 '폭동' 외에 표현할 말 없다"는 회고록의 주장을 전한 <연합뉴스>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의 일침도 따끔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말로 4.3 때는 제주도민을 죽였고 4.19 때는 경무대 앞에서 학생들을 죽였고. 5.18 때는 광주 시민을 죽였다. 자서전에 또다시 이런 소리를 쓰는 자가 있으니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다."

황현산 평론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씨에 대해 위와 같이 일침을 가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때는 어쩔 수 없다'던 투로 일관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안하무인과 같은 행적들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선두엔 3일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한 전두환씨가 있다. 

'수괴' 전두환씨가 씻김굿이라니...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4월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연희동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 투표하는 전두환 부부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4월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연희동제1투표소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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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2월 평화적 정권 이양 후 대통령직에서 퇴임했다. 이후 백담사 유폐, 청문회 출석, 재산 몰수, 재판 및 수감 등 험난한 풍파에 맞서면서도 일체의 변명 없이 30년 가까운 인고의 세월을 보내왔다."

공개된 회고록 속 저자 소개의 말미다. "험난한 풍파"와 "인고의 세월"이란다. 30년 동안 일체의 변명이 없었다는 표현은 또 어떠한가. 공개된 문장 또한 구구절절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억지 주장과 궤변들이란 평가다. 고인이 된 5.18 희생자와 유족들의 억장이 무너질 일을 전씨가 또 해냈다.

회고록 서문에서 전씨는 "나의 대통령 취임은 상황의 산물이고 시대의 요청이었다"며 "나 개인으로 보면 사적인 권력 의지의 성취가 아닌 운명적 선택이었다"고 적었다. 유독 '시대'나 '운명'을 강조한다. 황현산 교수의 말마따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와 딱 들어맞는다. 앞서 회고록을 출간한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 역시 자신들이 "5·18 사태의 억울한 피해자"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씨는 "5·18 사태는 폭동"으로 규정했고, 끝까지 "내란"이라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0·26 사태 이후 김대중씨는 불법적인 민중혁명을 기도했다"며 "국기문란자로 사법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술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나게 된 계기가 5·17 비상 계엄시 '김대중 검거'였고, 그로 인해 호남인들이 유독 반발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일간베스트' 사용자들이나 일부 강성 '친박'들이 환호할 역사왜곡이다.

자신이 광주사태의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었다고 주장한 전두환씨. 그러나 회고록이 물의를 빚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엄군 발포 명령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전씨의 주장에 대한 반박 증거가 제시됐다. 4일 <한겨레>에 따르면, 1980년 5월 광주항쟁 당시 전두환씨가 자위권 발동(발포) 등 무력 진압에 직접 관여했다는 군 내부 기록이 나온 것이다. 

<한겨레>는 1980년 5월 작성된 육군 제2군사령부(영호남·충청지역 관할)의 '광주권 충정 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 문건을 공개했다. 이 내용을 보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 자위권 발동을 결정한 국방부 회의와 관련해 손 글씨(수기)로 "장관, 총장, 군사령관, 합수본부장, 수경사령관, 특전사령관, 육사교장(차)"이라고 돼 있다.

기무사가 보관하다 국방부 과거사위원회에 제출됐던 이 문건엔 '전(全) 각하(閣下): 난동 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고 명시돼 있다. 전두환씨가 발포 명령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만하다. 이와 관련, 1987년 광주 청문회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3일 자신의 SNS에 "실탄 장전한 총으로 무장한 공수부대를 광주에 보낸 것 자체가 발포명령이자 살인행위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좌파가 되면 4대강 시비? MB, 떨고 있나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왼쪽)가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7.4.3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왼쪽)가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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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도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훨씬 좋다. 좌파가 되면 4대강 시비를 또 할 테니까."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직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기자들에게 전한 소감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식수 정책' 발표 자리에서도 "4대강 보를 막아 유속이 줄어 녹조가 생겼다는 말은 발생 원인을 모르고 무지의 소치"라며 4대강 사업을 두둔한 바 있다. 반면, 영남권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 당 대선주자들에게 "4대강의 보 개방·철거를 공약하라"고 촉구했다. 

풀이하자면, 홍 지사 역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녹조 등 4대강의 부작용은 물론 4대강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과 비리 청문회 등이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홍 지사는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이날 홍 지사는 이 전 대통령을 "형님"이라 부르며 우애를 과시했고, 이 전 대통령 역시 "보수 우파가 힘을 합쳐 단결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출간으로 치면 전두환씨보다 2년이나 선배인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최근 언론의 입길에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4대강 뿐만 아니다. 지난달 27일 'BBK 김경준'씨가 만기출소하면서 'BBK 사건'에 대한 의혹이 다시금 재점화될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미국에 도착한 전 BBK 투자자문 김경준 대표는 국내 취재진에게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적폐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며 "BBK 사건은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이고, 실제 이권자는 박근혜 정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출소 직후 김경준 대표를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각종 인터뷰와 SNS 글을 통해 "BBK 사건이 MB의 관여를 넘어 당시 한나라당과 정권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대선 이후 BBK 사건을 본격적으로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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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직으로서 예우를 받는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런 그도 BBK 사건과 4대강 사업 비리, 자원 외교 비리 등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수혜자가 MB'라는 의구심은 박근혜씨의 구속과 김경준씨의 출소 이후 더욱 늘어만 가는 형국이다.

정권 교체 이후 수십조 원의 혈세를 낭비한 'MB표' 정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드높다. 그런데, 전두환씨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전두환이야말로 사면의 잘못된 예"라는 의견들이 차고 넘친다. 이러한 비판적 의견은 지난 주말 일었던 정치권의 '박근혜 사면' 논란과 함께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박근혜 사면' 발언과 관련한 논란을 구구절절 거론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4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나는 하고 싶은데 너의 뜻은 어떠냐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사면' 운운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면과 관련, 확인되지도 않은 보수층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 역시 자제해야 맞다.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일축"이다.

전직 대통령의 활약(?)을 달가워할 국민들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 중이다. 여전히 그 박근혜씨는 구치소장의 휴일 면담을 필요로 해 특혜와 예우를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높다. 게다가, 구속이 끝이 아니다.

재판까지 멀고 먼 항해(?)가 남았다. 검찰 조사도 남아 있다. 그때까지 국민들은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공범들의 죄상을 지속적으로 복기해야 한다. 그것 또한 고통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박근혜 사면' 논란과 더불어 또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적 공분을 부채질하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들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나치 부역자 숙청을 반대하는 여론에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고 했던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충고일 것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태그:#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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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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