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공격수' 정기운이 부활 신호탄을 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일 오후 3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7년 내셔널리그' 정규리그 3라운드에서 경주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이 창원시청을 1-0으로 꺾고 리그 2연승을 달성했다.

이날 정기운은 후반 31분 조우진이 오른쪽에서 올린 볼을 헤더로 연결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3월 26일에 열린 FA컵 3라운드 선문대전 멀티골(2골)에 이은 2경기 연속골이다.

 2014년 U리그 왕중왕전 결승골을 기록한 정기운

2014년 U리그 왕중왕전 결승골을 기록한 정기운 ⓒ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2016년까지 수원FC 소속이었던 정기운은 한수원에 오기 전까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1년 광운대에 입학한 정기운은 4년 동안 비마 군단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의 대학 무대 백미는  '2014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단국대를 상대로 넣은 결승골이다. 뛰어난 활약은 자연스레 프로 진출로 이어졌다.

수원FC 입단 확정 후 그에게 겹경사가 찾아왔다. 2015년 1월, 정기운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담금질이 한창인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비록 초청선수 신분으로 참가한 소집훈련이었지만 정기운은 청백전에서 1골을 넣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수원FC 시절 정기운

수원FC 시절 정기운 ⓒ 수원FC


정기운은 "오전에 잠을 자고 있었는데 전화가 30통이 넘게 왔더라. 대표팀에 발탁되었다는 광운대 오승인 감독님의 전화였다. 연락을 받고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신태용 감독님과 통화했던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얻은 기세는 프로 데뷔 시즌에도 이어졌다. 2015시즌 K리그 챌린지 안양과의 개막전에 데뷔한 정기운은 숨고르기를 마치고 2라운드 부천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그는 "당시 프로 데뷔골을 넣은 날짜가 3월 28일이다. 여자 친구 생일이어서 아직도 기억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시즌이 끝나고 정기운이 받은 성적표는 리그 35경기 출전 6골 4도움. 소속팀의 승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사실에 자신도 떳떳했다. 챌린지에서 그를 찾는 클럽들도 나타났다. 안정적인 경기 출전이 보장됐으나 1부 리그를 뛰고 싶은 열망이 더 컸던 정기운은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클래식 승격 후 외국인 공격수 영입으로 몸집을 부풀린 수원에서 그가 뛸 자리는 점점 줄었다. 정기운은 2016시즌 5경기 출전에 그치며 그대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은 강등까지 당해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시즌을 떠올린 정기운은 "대학 졸업 후 좋은 대우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동기들에 비해 나는 번외지명으로 수원에 입단했다. 그래서 데뷔 시즌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클래식을 경험하고 싶은 열망이 컸지만 데뷔 시즌에 비해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1년 만에 천국과 지옥을 맛본 그에게 반전이 필요했다.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취했다. 지금의 한수원이 그런 팀이었다. 한수원 입단 과정에 대해 정기운은 "수원에서 같이 뛴 김한원 선배로부터 한수원이 나를 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를 원하는 팀에서 헌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정기운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기운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수원FC


한수원에서 재기를 꿈꾼 그는 내셔널리그 2경기 연속 출전 후 FA컵 3라운드에서 골을 넣으며 부활했다. 2015시즌 챌린지 31라운드 대구전 멀티골 이후 공식전에서 571일 만에 터트린 귀중한 득점포였다.

그의 올해 목표는 팀 우승이다. 정기운뿐만 아니라 장백규, 송원재, 조우진 등 실력이 출중한 멤버를 다수 보유해 '레알 한수원'이라 불리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기운은 여기에 "득점왕도 차지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올해 내셔널리그에 프로 선수들이 많이 와서 수준은 챌린지와 거의 차이가 없다. 환경적인 부분도 챌린지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이곳에서 열심히 한다면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은가. 반드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푸른-붉은 줄무늬 유니폼에서 초록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서 자신감뿐만 아니라 웃음도 되찾은 정기운. 그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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