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손 흔드는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여러분,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 길은, 죽어도 사는 길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낡은 싸움을 우리는 끝장낼 것입니다('와아-'). 이 길은 새로운 민주당의 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길입니다. 여러분, 힘내서 함께 외쳐 주십시오. 자,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 (3월 27일, 호남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패한 뒤 본인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우리가 갔던 길 후회 없으시죠? (지지자들 환호) 우리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 향해 이 길을 걸었고, 승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도록 합시다. 더 높은 수준의 정치의식을 갖고,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정치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데에 앞으로도 힘을 모아주십시오."(4월 3일,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된 후 본인 지지자들에게)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됐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 특유의 추상적 화법·정책 빈약성 등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그는 '선의 발언'·'대연정' 등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지지율이 무섭게 치솟았다.

지지자들이 현장에서 흔든 깃발처럼 '9회 말 역전만루홈런'을 치지는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죽어도 사는 길, 설령 패배한다고 해도 승리하는 길(4월 2일 국회 기자 간담회)"에 들어서게 됐다. 코앞으로 다가온 '5.9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그는 경선 전과는 달리 '안희정' 이름 세 글자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에는 크게 성공했다.

대선 출마조차 기존 방식이 아니라 '5시간 끝장토론'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 안희정 후보였다. 지난 1월 22일 출마선언으로부터 오늘(3일)까지 72일째, 70여일 넘게 쉼 없이 달려온 그의 경선 과정을 돌아봤다.  

① 1월: '통합' 내세우며 떠오르다

대선 출마를 예고해오던 안 지사는 출마 형식도 새로웠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1월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5시간 동안 '끝장토론' 방식을 통해 출마를 선언했다. 참가자들과 즉문즉답 방식으로 토론회를 이어간 안 지사의 출마는 이날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에 실시간·쌍방향으로 생중계됐다.

1월 22일 서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열린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선출마 선언 자리에 방송인 홍석천씨가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 안희정 출마 선언에 함께한 홍석천 1월 22일 서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열린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선출마 선언 자리에 방송인 홍석천씨가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출마 선언 당시 안 지사는 인지도는 물론 지지율도 낮은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키워드로 '새로움·젊음'을 내세웠고, 지속해서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1월 말 온라인 커뮤니티인 '주갤(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 "저 레알(정말) 안희정 충남도지사"라며 '인증샷'을 올리고 댓글로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SNS에서 '안희정: 잘생김 전성시대', '안희정의 잘생긴 대모험' 등 계정이 신설되는 등 호응을 받았다.

"저 안희정, 오늘 시작합니다. 지금 이 시작의 끝은 시대교체입니다. 그 목표를 위해 우리는 우리부터 바꾸겠습니다. 그래서 정권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갈등과 반목을 과거로 만들 때, 뭉치고 단결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시대교체, 세대교체, 정권교체의 그 길. 저 안희정의 도전입니다. 여러분, 함께, 바꿉시다." (1월 22일 출마선언문 중에서) 

[관련 기사]
1월 10일 안희정 "대권에 도전, 정권교체가 뭔지 보여주겠다"
1월 17일 안희정의 출마 선언은 '5시간 끝장토론' 방식
1월 22일 출마 선언 현장: 안희정 "문재인 지지자들 아직 안 늦어, 저도..."
1월 28일 "내가 레알 안희정"vs 유승민 "페북도 허덕여"
1월 29일 2001년 노무현, 2017년 안희정 비슷한 페이스, 비슷한 한마디

② 2월: '선의 발언'으로 곤혹, '대연정' 논란으로 구설 오르기도

2월은 안 지사에게 가혹했다. 그는 2월 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가 운영에 있어 노무현 정부 때 못다 이룬 대연정, 그 헌법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2위를 놓고 서로 경쟁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시 "국정농단과 헌정질서를 파괴한 적폐 세력은 청산의 대상,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연정' 논란이 미처 가라앉지 않은 때, 안 지사는 '선의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2월 19일 부산대에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들과 국민을 위해서 좋은 정치 하려고 했다. 그게 뜻대로 안됐던 것"이라고 한 말이 논란이 돼 사과한 것이다. '대연정론' 제안 뒤 보도가 급증해 지지율 20%를 돌파하기도 했던 그는, '선의 논란' 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빠졌지만 결국 확실한 2위로 자리매김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어게인 2002 광주의 기적 다시 바람이 분다 - 더좋은 민주주의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서 연설하던 중 한 청중의 발언을 듣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청중 발언 듣는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어게인 2002 광주의 기적 다시 바람이 분다 - 더좋은 민주주의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서 연설하던 중 한 청중의 발언을 듣기 위해 애쓰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제가 그 점은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분의 말씀도 선의로 받아들여야 대화도 문제 해결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지만, 그게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아무래도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 ('선의 발언' 논란 뒤 2월 21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기사]
2월 2일 안희정 "노무현 '대연정' 실천할 것", 이재명 "박근혜 '몸통'과 무슨 대연정?"
2월 4일 안희정 '대연정' 후폭풍, 이재명 이어 문재인도 '반대'
2월 13일  안희정, '대연정' 논란 속 지지율 상승, 왜?
2월 20일 "MB·박근혜도 선한 의지" 발언했다가 난타당한 안희정
2월 21일 안희정, '선의 발언' 사과 "마음 다친 분 많아 죄송"
2월 26일  안희정, 당 싱크탱크 간담회 "내 승리는 곧 당의 승리" '

③ 3월: 지지 의원 속속 합류, 문재인 향해 일침... '전 국민 안식년제' 제안

경선이 본격화된 3월, 안 지사에게는 의원들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안 지사는 '세 키우기'를 자제했지만, 기동민·어기구·이철희·강훈식·박용진 등 초선 의원에 이어 박영선·변재일 등 4선 중진 의원들이 안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캠프에 합류했다. 3차 경선 토론회에서 안 지사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을 거론, "문 후보는 통합의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삶이 있는 일자리, 전국민안식제 간담회’가 열렸다.
▲ 안희정, '전국민안식제' 간담회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삶이 있는 일자리, 전국민안식제 간담회’가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안 지사는 같은 달 16일 국회 정책설명회에서 "10년 일하면 1년을 안식년으로 쉬는 '전국민 안식년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너무 많은 노동으로는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며 세부 과제들을 발표했으나, 이후 문재인 후보로부터 "현실을 모르는 공약"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이달 말께 안 지사는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네거티브 논쟁'을 벌였다. 문 후보가 TV 토론에서 한 '전두환 표창장' 발언으로 인해 한 차례 내홍을 겪은 뒤의 일이다. 안 지사는 22일 오전 1시께 본인 SNS에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고 서운함을 강하게 드러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경선 막바지인 29일, 안 지사는 "역전 기적을 만들겠다"며 '안방' 충청권 경선 승리를 다짐했으나 36.7% 득표율로 문 후보(47.8%)에 패했다.

[관련 기사]
3월 5~7일 기동민, 어기구, 이철희, 박영선 등 '안희정 지지'
3월 9일 일요일까지 캠페인 중단, 안희정 '숨고르기' 통할까
3월 14일 토론회: 문재인 향한 안희정 '칼날', 이재명보다 날카로웠다
3월 16일 안희정 "국민들, 10년 일하면 1년 쉬게 하자"
3월 22일 안희정 측 "문재인 '피해자 코스프레'에 작심 발언"
3월 23일 "배신자? 그게 30년 동지 우정인가" 안희정의 작심 발언  

안 지사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마지막 결심을 밝히며 "이 길은 죽어도 사는 길, 설령 패배한다고 해도 승리하는 길이다. 제가 제기했던 새 민주주의와 새 정당, 새 국가에 대한 이상이 이미 국민에게 공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 도전의 명분과 기치가 분명히 살아있다. 제 정치적 소신이 국민에 공감을 얻었고, 그 때문에 이미 승리의 길을 걷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 인사나누는 문재인-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3일 최종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안 지사는 붉게 물든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는 지지자들과 포옹하며 인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분들 마음의 상심을 위로하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진 것"이라며 "몇 달간 헌신적으로 참여했던 평범한 시민들, 그 분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걸어 온 '죽어도 사는 길'은 성공했을까, 아니면 이제 시작일까. 평가는 유권자의 몫이다.

"저 안희정,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입니다.  대화와 타협,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입니다. 모든 후보가 척결과 청산을 이야기할 때 저는 대화와 타협을 말했습니다. 모든 후보가 미움과 분노에 호소할 때 저는 협치와 통합을 말했습니다... (중략) 저 안희정은 가장 확실한 정권교체와 시대교체, 세대교체의 카드입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새 정치를 향해 함께 갑시다." (4월 3일, 마지막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태그:#안희정, #대연정, #통합 안희정, #문재인 안희정, #선의 논란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