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 앞둔 현대캐피탈-대한항공...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 장면

'마지막 승부' 앞둔 현대캐피탈-대한항공...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 장면 ⓒ 박진철


운명의 날이 밝았다.

3일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다. 더 갈 곳이 없는 마지막 승부다. 이날 승자가 남자 프로배구 왕좌에 오른다.

두 팀은 1차전부터 4차전까지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하루는 대한항공이, 하루는 현대캐피탈이 승패를 주고받으며,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경기 내용도 역대 V리그 챔피언결정전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명승부가 이어졌다.

서로의 경기력과 장단점은 다 드러났다. 더 이상의 분석과 주문도 큰 의미는 없다. 이제는 승리한 팀이 강자이고, 챔피언이고, 역사가 된다. 두 팀의 감독과 선수, 구단과 팬 모두에게 마지막 결론만 남은 것이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 중에서 최종전까지 끝장 승부를 벌인 것은 단 2번뿐이었다. 2005~2006시즌 현대캐피탈은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삼성화재에 3승 2패로 승리하고 첫 V리그 왕좌에 올랐다. 2009~2010시즌에는 7차전(7전4선승제)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삼성화재가 4승 3패로 현대캐피탈을 누르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7경기 가운데 4경기가 풀세트 접전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3번째 끝장 승부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간절함은 역대 최고다. 그 절박함이 5차전까지 피 말리는 승부를 펼치는 원동력이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실시 이후 첫 시즌이기에 새 판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도 빼놓을 수 없다.

'너무 오래' 기다린 챔피언

대한항공은 3일 승리하면, '창단 이후 최초'로 겨울 리그 왕좌에 오르게 된다. 무려 33년을 기다렸다.

1969년에 창단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프로 출범 이후는 물론이고 1984년 제1회 대통령배 배구대회부터 2015~2016시즌 V리그까지 32년 동안 겨울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2010~2011시즌부터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모두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현대캐피탈도 간절함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6~2007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10년 동안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배구특별시'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한 팀으로서 10년의 무관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태웅 감독 부임 이후 스피드 배구로 한국 배구의 틀을 바꾸어 놓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도 우승이라는 성과가 꼭 필요하다.

'삼성 이후' 이끌, 새 주인공 등극하나

지난 20년 동안 남자배구는 가히 '삼성 왕조' 시대였다. 삼성화재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6~1997시즌 슈퍼리그부터 2015~2016시즌 V리그까지 겨울 리그에 총 20회 출전해 우승 16회(슈퍼리그 8회+V리그 8회), 준우승 3회(V리그 3회), 3위 1회(2015-2016 V리그)라는 한국 남자배구는 물론, 국내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 중 V리그 7년 연속 우승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기록이다. 물론 영광만 있었던 건 아니다.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몰빵 배구'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런 삼성화재가 올 시즌 '창단 이후 최초'로 봄 배구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화재 없는 봄 배구'는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새로운 판도 변화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배구 스타일도 비슷하다. 몰빵 배구를 지양하고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다.

'만년 우승후보' 꼬리표를 떼야 하는 대한항공, '10년의 무관'을 벗어던져야 하는 현대캐피탈. 숱한 좌절과 아픔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다.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앞으로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그 찬란하고 잔인한 결말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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