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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천문화통신3.0의 첫 취재를 나서며 향한 곳은 지난해 9월 30일 주안시민지하상가에 생겼다는 문화공간 아트애비뉴 27이었다. "주안에 그런 곳이 있어요?" '아트애비뉴 27에 다녀오라'는 미션 앞에서 기자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주안이면 4년간 통학하며 뻔질나게 드나든 곳이고, 리모델링한 지하상가도 자주 지나다녔는데,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고도 연습공간이나 공연 장소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을 떠올리면 근처에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했지만, 작년 9월이면 오픈했다니 벌써 반년이 넘었다는 건데 도대체 어디에 어떤 공간이 생겼다는 말인지… 주안 일대에 사는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모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쯤 되면 실제로 운영 중인 공간인지도 의심스러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난 2월 말 아트애비뉴 27을 찾았다.

사실 주안시민지하상가는 과거 꽃가게들이 모여 있었던 화훼산업의 중심지였다. 화훼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하상가의 가게들도 하나 둘 문을 닫게 되었고, 상권 역시 주안역 일대로 옮겨가며 결국 셔터가 내려진 빈 가게들만 즐비한, 어둡고 음침한 빈 공간으로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 공예거리를 조성하는 등의 시도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주안역 지하상가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인천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시민공원(문화창작지대)역이 생겼고 주안시민지하상가 역시 재단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아트애비뉴27
 아트애비뉴27
ⓒ 아트애비뉴27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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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시민지하상가는 (구)시민회관 사거리부터 제일시장을 지나는 거리에 조성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트애비뉴27은 제일시장과 도화 IC 방면에 조성되었다. 인천지하철 2호선과 연결된 1번 출구 일대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 덕분에 유동인구가 많은 반면, 반대편인 27번에서 29번 출구 일대는 유동인구가 적어 해당 점포의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 확실했다. 도화IC 일대의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남구청의 제안으로 인천광역시 시설관리공단과 주안시민지하상가가 협력하여 27번 출구 일대의 점포들을 과감하게 없애고 만든 것이 바로 문화공간이다. 공간의 이름은 27번 출구에서 착안해 아트애비뉴27로 지었다.

아트애비뉴27은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실 8개와 20명 내외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 홀과 스터디룸, 북카페와 공연장, 전시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기획한 공연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의 크고 작은 동아리에게 연습 공간과 공연 진행 지원도 한다. 어린이집 발표회, 동호회 정기공연 등을 위해 공간만 대여할 수도 있다.

아트애비뉴27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27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한 북카페에서 대관신청서를 작성하면 즉석에서 무료로 공간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전화로도 예약 가능하다. 다른 단체가 먼저 공간을 선점했다고 해서 이용이 불가한 것도 아니다. 담당자가 각 이용자들에게 적합한 공간을 제시하고 합리적으로 공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것이 공간 운영의 방침이다. 다른 문화공간이 인터넷 예약, 선착순 예약 등으로 기계적인 예약 시스템을 갖춘 것에 비해 아트애비뉴27은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예약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턱 없는 공간'을 지향하는 아트애비뉴27에는 실제로 내부의 모든 공간에 문턱이 없었다.

 아트애비뉴27
 아트애비뉴27
ⓒ 아트애비뉴27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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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프로그램 역시 담당자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여 구성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구성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엑셀교육의 경우 아트애비뉴27을 지나가던 시민 한 명이 엑셀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평일 저녁에 운영 중이다. 직접 노트북을 들고 올 정도로 수강자들의 만족도와 호응도도 높다. 캘리그라피 수업은 지하상가 내에서 캘리그라피 공방을 운영하는 시민이 강사로 참여한다.

가장 높은 참여율을 자랑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노래교실이다. 별다른 신청절차나 참여조건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지하상가 출입구 통로에 자리한 공연장에서 진행하다보니 지하상가를 오고가던 시민들도 즉석에서 노래교실에 참여하기도 한다. 노래교실이 열릴 때마다 100명에서 200명의 참여자가 모이는 것은 물론이고, 발표회가 있는 날이면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

아트애비뉴27은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이고 주안시민지하상가 상인들에게도 아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상인 A씨는 "문화공간이 지하상가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노래교실이 한 번 진행되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문화공간을 찾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상가 가게에 들르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오른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일부러 문화공간을 소개하기도 한다"고 말하며 아트애비뉴27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문화공간을 직접 이용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고, 프로그램이나 시설을 이용해 본 적도 없다. 가게 운영을 하는 중에 비우고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공간을 이용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의향은 있지만, 상인 대부분은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아트애비뉴27
 아트애비뉴27
ⓒ 아트애비뉴27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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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하상가 내에도 온도차는 존재했다. 10분 정도 걸어 지하상가의 반대편 끝인 1번 출구로 가보았다. 천장에 달린 출구 안내판에 작게 적힌 '문화공간'과 드문드문 위치한 입간판을 제외하고는 '아트애비뉴27'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매일 인천지하철 2호선 시민공원역을 이용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보경 씨는 '아트애비뉴27'를 이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 매일 출퇴근길에 지하상가를 지나치는데 반대편 끝으로는 갈 일이 없었다. 그냥 똑같은 지하상가가 이어지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사실 지금까지 아트애비뉴27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분야와 참여자 연령대 면에서 기존 주민자치센터가 운영하던 교육프로그램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트애비뉴27을 방문하고 이용하는 시민들의 연령대 분포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전체 이용자의 70%를 차지하며, 나머지 30%는 어린이와 청소년, 직장인 등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이용도가 낮은 층은 20대 청년층이다. 근처의 인하대, 청운대의 학생들과 접촉하여 다양한 행사를 만드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공간에서 직접 나서서 홍보하기보다는 시민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청년들이 직접 공간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다. 아트애비뉴27의 담당자 서일선 씨는 "일부러 소문을 내지 않고 있다. 아트애비뉴27을 들르는 많은 분들이 '세금 내길 잘 했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지금 공간을 이용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이 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머뭇거리면 공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트애비뉴27이 이토록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여타 문화공간들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은 대부분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는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이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트애비뉴27은 평일과 주말 관계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지하상가에 있기 때문에 날씨나 계절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과 연결되어있고, 1호선 주안역과 가까우며, 인천 전역을 연결하는 버스들이 오고간다.

 아트애비뉴27
 아트애비뉴27
ⓒ 아트애비뉴27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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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아트애비뉴27이 이만큼 활성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담당자의 역할도 매우 컸다. 아트애비뉴27의 공간 운영부터 프로그램 기획 전반을 혼자 담당하고 있는 서일선 씨는 인천과 홍대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 기획, 문화기획 등의 활동을 했던 '실력자'다. 갈산동 주민센터의 일부를 재단장해 부평문화사랑방을 만들고 운영하기도 했고, 홍대에 '티움'이라는 카페를 열고 새로 활동을 시작하는 밴드를 대상으로 '오픈마이크'라는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운영을 보조하는 사회복무요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트애비뉴27의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하는 것이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운 점이 없다."고 말하는 서일선 씨. 그의 목표는 인천 시민들이 홍대로 가지 않아도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고, 서울로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란다. 더불어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그저 관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향유하고 즐기며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좋은 공간과 담당자의 열정, 시민들의 참여가 만들어 낼 아트애비뉴27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인천문화통신3.0 '기획'코너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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