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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3월, 서울대학교에서 훼손된 '성소수자 학생 환영 현수막'.
 작년 3월, 서울대학교에서 훼손된 '성소수자 학생 환영 현수막'.
ⓒ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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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인권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아래 반동연)가 '동성애 반대운동에 청년대학생들과 대학선교단체들이 용기 있게 나서자!'는 제목의 논평을 내며 대대적인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나섰다. 논평 발표의 배경으로는 최근 대학 사회의 변화 흐름이 꼽힌다. 특히 성소수자 학생들이 커밍아웃 후 대학 자치기구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의지는 결연해 보였다. 논평은 '동성애가 마치 세련된 최첨단 유행인 양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반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악한 공중권세의 모략'이니, 성해방운동에 따른 성적남용과 방종'이니 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성소수자 혐오 선동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진 논평의 내용에서는 "퀴어 바이러스를 퍼뜨리자"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상징적 표현을 멋대로 비틀어 '죄(罪)의 전염병', '인류문명을 파멸로 이끄는 종말적 병리현상' 따위의 어그러진 수사로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폄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는 '동성애는 병이다' 따위의 표현이 '극단적인 혐오 선동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 정신과협회와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무수한 전문기관이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한 것도 어느덧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것은 '미화'가 아닌 실제이며, 대한민국 기득권이 그토록 연모해 마지않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닌가.

그런데도 눈과 귀를 가린 채 성소수자에 대한 곡해를 일삼고 있는 이들은 이제 성소수자 학생들의 학내 자치기구 진출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논평을 살펴보면 "신학과가 있는 기독교사립종합대학인 성공회대 제32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동성애자였다(개인의 성적지향을 과거형으로 표현하다니 이들의 무례와 무지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커밍아웃한 백승목 학생이 입후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통탄스러움을 느낀다"는 문장을 시작으로 학내 자치기구 대표자를 역임한 커밍아웃 성소수자들을 언급했다.

이어진 문장을 통해 반동연은 성소수자의 대학 자치기구 진출은 '주도면밀하게 추진되는 조직적 운동'이며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한 후 학생들을 동원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부추기려는 고도로 계산된 동성애 진영의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2015년 11월, '숭실대학교 인권 영화제'의 장소 사용 허가를 취소한 학교 당국을 규탄 중인 행사 기획단.
 2015년 11월, '숭실대학교 인권 영화제'의 장소 사용 허가를 취소한 학교 당국을 규탄 중인 행사 기획단.
ⓒ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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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학생의 학내기구 진출에 대한 운동성 논쟁에 앞서, 커밍아웃이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대한민국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차별이 팽배하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신체적 성과 본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는 이성애자) 유성애자 가정에서 태어나, 성소수자 배제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인한 배제와 따돌림, 내면의 고통은 온전히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그런 나라에서 커밍아웃을 한 이들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지원책은 고사하고 기초적 수준의 차별금지 법률조차 갖추지 못한 나라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며 평등과 존엄을 외치는 모습을 보라.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운동성도 마찬가지다. 우파 개신교는 이미 '기독자유당' 등의 정당을 만들어 성소수자와 이주민에 대한 혐오 조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서 성소수자에게만 '가만히 있으라' 주장하는 것이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므로 성소수자의 '세력화'를 도모하도록 조장한 것은, 다름 아닌 우파 개신교를 위시한 혐오 선동 세력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회적 약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떠들기'다. 들을 때까지, 바뀔 때까지 변화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학 자치기구로의 진출은 혐오에 맞서 학내 구성원의 평등을 도모하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차별할수록, 배제하면 배제할수록, 성소수자는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의 맞은 편에 선 채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교단 총회든, 광장이든, 의회든 상관없이 말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공약 수용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나중에 답하겠다" 답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
 '차별금지법 제정'의 공약 수용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나중에 답하겠다" 답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피켓.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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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연은 크리스천 청년들이 "더 이상 비겁하게 골방에서 기도만 하며 숨지 말고 용기를 내 밖으로 뛰쳐나와 총학생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대학가의 분위기를 바꾸고 새롭게 부흥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때는 지났다. 커밍아웃 성소수자 후보의 당선은 '동성애의 승리'가 아닌 '민주주의의 승리'다. 그들은 더 나은 대학을 위한 공약과 비전으로 승부를 봤고, 투표라는 절차를 거쳐 당당히 승리를 쟁취했다. 혹시라도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외침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뒤집히리라 생각한다면 지나친 오산이다. 그러니 잊지 말라. 성소수자가 커밍아웃 후 학내 자치기구 대표자에 당선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절규, 외침이 있었는지를.

물론 저들은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성소수자의 외침을 찢고 뒤집고 짓밟을 것이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외면하고 지워버리려 발버둥칠 것이다. 그렇다면 혐오로 오염돼가는 캠퍼스를 두고만 보고 있을 텐가.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평등을 일구는 일에 동참하자.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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