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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의 SM6.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 르노삼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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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의 르노삼성자동차 영업점을 찾은 회사원 이 아무개씨(46)는 고민스러웠다. 10념 넘게 타고 다니던 준중형차에서 중형차로 바꾸려던 참이었다. 그는 영업점에서 2017년형 에스엠6(SM6) 모델을 보면서, 뒤늦게 차값이 올랐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씨는 "해당 영업점 직원은 가격 조정은 그리 크지 않고, 옵션을 기본으로 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간부급 직원이 와서 '포스코로부터 강판을 공급받는데 그쪽에서 가격을 올려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비슷한 급인 쏘나타 신형이나 말리부 등과 가격 차가 상당해서 고민 중"이라며 "영업 직원이 가격 올라도 SM6는 기다리는 고객이 많다라고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잘 팔니까 가격 슬쩍 올려?... 르노삼성 인기차 SM6 최대 70만 원 올려

르노삼성차의 중형세단인 SM6의 가격 인상을 두고 논란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르노삼성쪽은 최근 자신들이 판매 중인 6개 모든 차종에서 모델과 트림별로 10만 원에서 75만 원까지 차값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중형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SM6의 경우 이번 달부터 가격을 올렸다. 나머지 SM3를 비롯해 SM5, SM7, QM3, QM6 등은 올해 초부터 차값이 인상됐다.

SM6는 2.0 GDe가 20만∼65만 원, 1.6 TCe가 10만∼55만 원, 1.5 dCi가 20만∼60만 원이 각각 올랐다. 2.0LPe(장애인용)는 35만∼75만 원, 2.0LPe(렌터카)는 45만∼50만 원이 인상됐다. 이들 가운데 고급사양이 적용된 LE와 RE모델의 경우 차값 인상폭이 50만∼60만 원 안팎으로 가장 컸다.

이밖에 작년 하반기에 나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6도 트림에 따라 30만∼35만 원 올랐다. 소형 SUV QM3도 상위 트림인 RE 시그니처를 빼고 나머지 모두 25만 원 올랐다. 이어 상대적으로 구형 모델인 SM5도 전 트림에서 10만∼20만 원가량 올랐고, 준중형 세단 SM3 역시 1.6GTe와 1.5dCi가 15만∼20만 원 올랐다.

르노삼성 쪽에선 자동차 강판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인상 요인으로 들었다. 이 회사에 생산되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의 대부분은 포스코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 올라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대신 소비자들에게 과거 선택사양을 기본으로 제공함으로써 최대한 상승분을 보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앞유리에서 외부 소음을 차단해주는 윈드실드 글라스를 기본으로 적용해주고, 전자식 룸미러 등을 일부 트림 이상에선 기본으로 넣어준다는 것이다. 이들을 가격을 환산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인상 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 회사 쪽 이야기다.

포스코 측 "자동차 강판 일부 조정있지만 그리 크지 않다" 

르노삼성 쪽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논란은 여전하다.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시 가장 중요한 정보가 차값인데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공급받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 최근 차값 인상이 없었다는 점도 르노삼성 쪽의 해명을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포스코 역시 차값 인상 불통이 자신들로 튀는 것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르노삼성차가 우리의 자동차 강판 판매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라면서도 "국제 원자재시장에서의 철강석 등 가격인상에 따라 차량 강판 가격 조정이 있었지만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메이커와 차종에 따라 우리 강판을 사용하는 빈도 등이 다를수 있다"면서 "(차량에 들어가는 강판) 1톤당 가격 인상폭은 몇만 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강판을 사용하는 다른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됐다고 전했다.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등도 포스코로부터 강판을 공급받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질적인 '배짱 영업'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잘 팔리는 모델에 대해선 가격을 올려도 관계없다는 식이라는 것. 또 한쪽에선 르노삼성 측이 지난해 SM6의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 시장에서도 자신들만의 마케팅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자신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최근 중형차 시장 탈환을 외치고 신차를 내놓은 현대차와 한국지엠 등은 아예 차값을 내리거나 그대로 뒀다. 현대차는 작년 사실상 자신들의 텃밭이었던 중형차 시장에서 SM6와 말리부(한국지엠)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작년 쏘나타 내수 판매량은 2015년에 비해 24%나 줄었다.

현대차는 엘에프(LF)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를 당초 계획보다 일찍 시장에 내놓으면서, 차값을 이전 모델보다 낮추거나 동결했다. 이 때문에 일부 모델의 경우 SM6 보다 200만 원 가량 싸게 책정됐다.

치열한 경쟁의 중형차 시장에서 SM6의 가격논란이 현대차의 반사이익으로 나타날지 관심거리다.



태그:#르노삼성차, #SM6, #쏘나타 뉴 라이즈, #배짱 영업, #가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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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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