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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교회란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를 위해 세상과 동떨어질 수도 없고, 세상 속에서 군림할 수도 없는 법입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을 섬기고 품는 교회라야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교회라 할 수 있죠.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상을 품은 교회가 있습니다. '커다란 하나의 빛'이 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교회가 그곳이죠. 바로 '한빛교회'가 그들입니다. 그 교회는 비전향 장기수와의 교류를 비롯해, 전국교직원노조 투쟁지원, 용산 철거민과 함께 한 예배, 4대강 반대 시국선언 기도회 발표, 쌍용자동차 농성 지원,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 등 시대의 아픔을 껴안았습니다.

"한국 개신교가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예배당이 커지고 교인이 늘고 생활에도 여유가 생기면서 오히려 영성이 식었다. 교회가 물질적인 가치관과 성공주의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실망하여 교회로부터 떠나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여는 글)

문영미의 〈세상을 품은 작은 교회〉
▲ 책겉표지 문영미의 〈세상을 품은 작은 교회〉
ⓒ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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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미의 <세상을 품은 작은 교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1955년 2월 20일 전쟁을 피해 내려 온 피난민들이 세운 한빛교회의 지난 60년사를 쓰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의 현대사와 함께 해 온 한빛교회의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보면서, 앞으로 그 교회가 추구해야 할 바른 이정표를 그려보고자 하는 까닭 말입니다.

사실 한국 개신교는 50∼60년대의 가난과 고통을 지나오면서 70∼80년대에 급성장했습니다. 농업기반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듯이 교회도 도시화의 바람을 타고 새롭게 개척할 때마다 성장했습니다. 이른바 성공지상주의 열풍이 한국 개신교 전반에 불어 닥친 현상이었죠.

하지만 그 성장은 개인의 구원사에 치중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사회적 구원에는 많은 교회들이 외면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빛교회는 역사의 십자가를 짊어졌고, 거친 가시밭길을 당당히 걸어왔죠.

이 책에 나오는 대로 1960년 4·19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그 교회의 청년 김창필이 희생당한 것도, 1976년 3·1민주주국선언문 사건으로 인해 목회자와 교우들이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은 것도, 1989년 문익환 목사의 북한 방문으로 온갖 포화를 당한 것도 그런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한빛교회가 사회참여에 뛰어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땅 밑으로 흐르는 깊은 영성의 물줄기가 때를 맞아 밖으로 분출한 것이었다. 함경도와 북간도 지역의 민족해방운동에서부터 이어져 온 운동의 물줄기요, 개인의 기복과 구원보다는 예수의 살을 따라 살고자 하는 실천적인 믿음의 물줄기였다. 샘처럼 깊은 영성과 사회참여 의지가 하나가 된 결과로 나온 행동이었다."(143쪽)

한빛교회가 처음 태동기를 거쳐 교회당을 힘겹게 세운 이후, 한국 현대사의 부정의에 맞서게 된 계기를 밝혀준 내용입니다. 개인의 기복과 구원을 넘어 5·16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나팔수로 변하는 한국개신교의 연약한 모습에 한탄했고, 1973년 8월자 주보에 이해동 목사가 '토막지식'이란 글을 기고하면서부터 '자유와 인권'에 대한 교회의식을 세상 밖으로 표출케 된 것이었죠.

그 뒤로도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방북했던 문익환 목사라든지, 1975년 한빛교회의 첫 여성장로가 되었던 박용길 장로의 방북, 1995년 7월부터 그 교회가 직접 장기수 돕기를 결행한 일들, 그리고 2014년 5월 22일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세월호 참사 촛불예배'를 드린 한빛교회의 모습들은, 한국개신교가 걸어가야 할 참 모습이 무엇인지를 진실되게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한빛교회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30여 년 동안 나는 성가대원, 주일학교 교사, 목사 후보생, 그리고 평신도로부터 한빛교회를 섬겼다. 아이를 낳아 키웠고, 주일학교에서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아기들이 태어났다.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본 한 여성 평신도의 눈으로 이야기를 기록했다."(후기)

이른바 이 책은 평신도, 그것도 여성 평신도의 관점을 많이 반영한 교회역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껏 다른 개신교회의 역사는 대부분 목회자와 장로를 중심으로 한 당회의 역사라 해도 무방할텐데, 한빛교회 60년사는 그야말로 평신도의 역사 곧 민중의 역사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곧 예수님께서 활동하셨던 갈릴래아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바이기도 합니다. 힘없고 배운 게 없고 가난했던 그 갈릴래아 출신의 제자들과 군중들을 기반으로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를 펼치셨으니 말이죠. 그만큼 이 책은 오늘날의 역사는 물론이요 한국개신교 역사도, 민중의 받침과 토대 없이는 그 어떤 일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케 해 주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품은 작은 교회 - 한빛교회 60년사

문영미 지음, 삼인(2017)


태그:#문익환 목사, #이해동 목사, #한빛교회, #토막지식, #청년 김창필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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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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