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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자는 정치하면 안 돼."

지난 몇 달간 이런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 하지만 온 국민이 아는 이 '여자'는 과연 여성 정치인으로서 얼마나 대표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 뿐 아니다. "대통령도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고 항변한 그 변호인의 말은 어떤가. 이들이 변호하는 여성은 권력자가 아닌 보호받고 지켜져야 할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일까. '여성'이 권력의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용당하고 객체화 되는지를 잘 보여 주는 말들이다.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표지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표지
ⓒ 이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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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국에 펼쳐 볼 수밖에 없던 책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여성'과 '권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책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들이 왜 무기력에 빠지고 스스로를 착취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 레베카 라인하르트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일과 삶에서 100퍼센트 만족하고 싶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해내지 못하면 자신을 탓하거나 자신보다 잘나 보이는 다른 여성과 비교하면서 더욱더 스스로를 착취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들은 그런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게 하는 사회적 압박이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인 '권력의 소유'는 꿈도 꾸지 않는다. 어쩌면 못할 수도 있다. 아무도 그녀들에게 권력을 가지라고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그 대신 여성들은 상대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되기보다 무해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한 말을 돌려서 하고 애써 이룬 업적이나 성과를 겸손하게 축소하기도 한다. 이런 여성들 덕분에 권력을 가진 몇몇 남자들은 그녀들의 업적이나 성과를 빈번하게 가로채왔다. 그러나 이런 가련한 노력은 그마저도 그녀들의 기대와 달리 보답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한 번 양보하고 순응한 여성은 영원히 그럴 것을 강요 받기도 한다.

왜 여성은 이런 함정에 빠졌는데도 권력을 원하지 않을까. 저자는 '권력은 본질적으로 부도덕과 압제와 상통하는 말이라 도덕과 공감, 선함의 화신인 여성에게 어울릴 만한 것이 아니라는 관념이 여성을 이중으로 구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권력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며 여성이 권력을 가진다고 해서 그것이 선할 것이라는 생각도 착각인 것이다. 다만 권력은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무엇인가를 할 뿐 아니라 타인과 단결하고 협력하는 인간의 능력과 부합'한다. 권력의 개념을 이렇게 재정의한다면 권력은 도덕과 양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떻게 권력을 가질 수 있을까. 결국 이 책의 핵심도 '능력있는 현대 여성이 어떻게 권력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해서는 매장의 마지막에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이 첨부되어 '제대로 분노하는 법', '전략적 비순응주의를 키우는 법' 등 실질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무려 11가지나.

여기까지 읽다 보면 '왜 구조가 불평등한데 여자에게만 바뀌라고 요구하는 건가'라는 불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젠더 이슈와 성차별, 여성혐오 논란을 겪으면서 충분히 알게 되었다.

좋게 말한다고 해서,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서, 기다려 준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는 걸. 권력을 향한 나의 의지와 말과 행동, 그것이 실현해 줄 나의 세계를 상상해 보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에의 용기'이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어떤 공동체에서 살고 싶은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한다. (잠재적 범죄자들인) 아무도 아닌 사람들과 살고 싶은가? 아니면 자유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가? 당신이 선택하라. 생각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는 무시하고 동지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라. '용기와 결단이 있는 사람들의 살롱'을 조직하라. 서로의 지식과 성공,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교환하라. 어떤 반격이 가능할지 당신의 인생에 새바람을 몰고 올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당신처럼 양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성들, 자신의 수염보다는 미래에 더 관심이 많은 남성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156~157쪽)


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이마(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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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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