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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인류가 고대 수렵채집사회를 거쳐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정착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과연 생각처럼 순조롭게 이뤄졌을까요? 27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고대 인류가 어떻게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수렵채집인들이 유랑생활과 정착생활을 번갈아 해오던 끝에 농경사회로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같은 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습니다.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집생쥐'였습니다.

그동안 수렵채집에서 정착생활로의 전환 과정은 늘 논쟁거리였습니다. 농업사회로 전환된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고대 나투프인들의 사회를 지켜봐왔습니다. 나투프사회는 기원전 1만 2500년~9500년에 존재한 수렵채집사회로 지금의 사이프러스, 시리아,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중동지역에 번성한 마을입니다. 나투프인들은 최초로 개나 돼지와 같은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인 이들 중 하나입니다. 또 최초의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이룬 것도 이들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나투프인들이 계절마다 도토리를 줍고 가젤을 사냥하는 생활에서 밀과 보리 농사를 짓는 사회로 옮겨갈 때, 중간 단계를 거쳤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중간단계란 절반 정도만 정착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돌로 거주지를 만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먹을 것을 사냥하고 자원이 부족해지면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인류가 정착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증거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습니다.

영국 애버딘 대학의 토마스 쿠키 박사는 인간 곁에 살았던 동물인 집생쥐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집생쥐는 오직 집안이나 집근처, 경작지역에서만 살아갑니다. 쿠키 박사는 케냐의 야생쥐와 집쥐를 연구하는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고고학자 리오르 박사와 연구팀을 꾸렸습니다.

쿠키와 리오르 연구팀은 중동지역에 있는 다섯 개의 동굴과 야외에서 찾은 쥐 어금니 수백 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시기에 따라 농경과 정착생활을 번갈아가며 했음이 발혀졌습니다. 나투프인이 등장하기 이전인 20만 년 전에 살았던 쥐는 모두 야생 마케도니아생쥐였습니다. 그러나 초기 나투프사회인 1만 5000년 전에는 집쥐가 살았습니다. 이것은 나투프인들이 반영구적인 집을 짓고 살면서 이전보다 더 정착생활을 했고, 이들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집쥐의 먹이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로부터 2000년 뒤인 1만 3000년 무렵 다시 야생쥐가 나타났습니다. 그 시기는 나투프인들의 정착생활이 줄어든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00년 후 이번엔 집쥐 80%가 나투프인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농경이 시작한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집쥐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연구진들은 이것이 나투프사회의 정착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고대 사회의 발전 과정을 밝혀 가치가 크지만, 한편으론 고대인과 정착생활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합니다. 연구팀은 정착생활이 반드시 농경사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정착생활과 농경생활은 각자 그만의 발달 역사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가 초기 인류의 생활습관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인류가 주변 생물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우리의 생활이 주변 환경을 이룩해왔음을 보여준다고도 말했습니다.


태그:#사이언스, #농경생활, #정착생활, #나투프사회, #초기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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