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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대전 보문고등학교 뒤편에 희귀새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평소 볼 수 없는 새이고 내륙에서는 확인한 적도 없던 새 이름에 급하게 현장으로 나갔다.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새를 관찰하고 있었다. 지난 2일에 붉은목지빠귀를 관찰했던 경위다. 땅 위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이나 벗찌등의 일부 씨앗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붉은 목지빠귀는 대동천 바닦에서 지렁이 등을 잡아 먹고 있었다.

25일까지 붉은목지빠귀가 대동천에 월동한 것을 확인했으며 28일에는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 북상해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에는 길 잃은 새로 극히 드물게 관찰되는 희귀조류이다. 우리나라 서해안 섬에서 일부 개체가 확인된 적이 있다는 기록이 전부다. 물론 대전 지역에서는 최초의 기록으로 매우 의미있는 관찰이다.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닦을 걷고 있다.
▲ 대동천에서 만난 붉은목지빠귀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닦을 걷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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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목지빠귀의 본래 서식처는 아프카니스탄, 부탄, 중국, 몽골리아, 미얀마 등의 아시아 서부지역이다. 침엽수림 또는 혼합 낙엽수림의 산 가장자리를 따라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물이 있는 습지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이번에 관찰된 붉은목지빠귀는 1년생 암컷으로 확인됐다. 최근 뚜렷하게 대전에서 서식하는 희귀조류의 관찰빈도가 높아졌다. 3대 하천(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잘 발달한 탓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찰빈도 증가가 실제 하천이나 숲의 서식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천 주변의 꾸준한 개발로 서식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렁이 사냥에 성공했다.
▲ 지렁이를 먹고 있는 붉은목지빠귀 지렁이 사냥에 성공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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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희귀종과 법적보호종의 증가는 탐조인구가 증가하고 기후변화 등의 원인 때문으로 유추할 뿐이다. 실제로 붉은목지빠귀를 찾아낸 정지현군은 매주 새를 탐조하는, 일명 '새덕후'이다. 이런 열정이 없다면 아마 대동천의 붉은목지빠귀 확인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많은 지빠귀들 중에 붉은목지빠귀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의 상시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붉은목지빠귀 같은 희귀종의 기록은 전문가조사에서 거의 찾을 수 없다. 이외에도 탐조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제보가 늘고 있다. 시민이 조류서식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법적보호종이나 희귀종의 관찰이 서식환경개선의 결과라고 오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연해본다. 하천의 서식환경이 개선되어 다양한 종이 서식하는 대전의 3대 하천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붉은목지빠귀, #희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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