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오른 서이라 지난 2월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이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시상대에 오른 서이라 지난 2월 22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이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의 동계올림픽 대표 효자종목이다. 그러나 남자 쇼트트랙은 몇 년간 '부진'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3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2년 만의 노메달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위권 선수들의 상향 평준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더는 남자 쇼트트랙은 메달밭이 아니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12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렸던 2017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서이라(화성시청)가 4년 만에 종합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애초 종합우승은 '최강 원투펀치'의 활약으로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던 여자부의 심석희(한국체대), 최민정(성남시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이라는 그런 예상을 깨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심석희와 함께 일찌감치 평창 국가대표를 확정하고, 1년 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 평창을 위해 새롭게 준비하는 서이라를 서면을 통해 만나봤다.

최선을 다했더니 우승 따라왔죠

 서이라의 종합우승 모습

서이라의 종합우승 모습 ⓒ 국제빙상연맹 (ISU)


첫날 1500m에서 3위를 시작으로, 500m에서도 3위를 차지해 출발이 좋았던 서이라는 이튿날 1000m에서 두 바퀴를 남기고 기습적인 인코스 추월로 대역전극을 써내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지막 3000m 슈퍼 파이널에선 2위를 차지해 종합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전 종목에서 3위 이내에 입상했다.

서이라는 이번 대회 우승을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먼저 하느님께 영광을 돌린다"면서 "힘든 훈련을 함께 이겨내 온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감사하고 주위에 가족 외에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사실 그는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3차 국가대표 선발전 직후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북미 지역에서 열렸던 1, 2차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고, 이후 3, 4차 월드컵에서부터 대표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 여파로 인해 월드컵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특히 강릉에서 평창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던 4차 월드컵은 아쉬움이 컸다.

"그때 넘어지면서 발목인대에 염증이 생겼어요. 뒤쪽에 중요한 시합이 있던 만큼 충분한 휴식과 재활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차 월드컵은 올림픽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감사했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서이라는 부상을 털고 지난달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7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그리고 1000m 금메달을 비롯해 500m와 5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으로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라운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서이라의 특징은 중장거리뿐만 아니라 단거리에도 능하다는 점이다. 그는 주로 단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1000m와 1500m에서도 이따금 메달권에 근접한 성적을 자주 냈었다. 이번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개인전에서 모두 고른 성적을 냈기에 가능했다.

최근 쇼트트랙이 상향 평준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한 종목만 잘 타는 것이 아니라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월드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서이라는 이런 점에서 아직 부족하다며 말을 아꼈다.

"저는 아직 올라운더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적인 스피드나 상황에 따른 빠른 판단력이 더 필요한데, 그 부분을 아직 보완해야 해요. 제 스케이팅이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남자 쇼트트랙은 약 8개 국가가 경쟁할 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다. 전통 강국이었던 한국과 캐나다 이외에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기량이 향상된 중국, 그리고 소치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는 러시아, 네덜란드, 헝가리, 카자흐스탄까지 과거엔 준결승 진출조차 버거웠던 국가들이 급속도로 따라왔다. 이 때문에 계주에선 준결승부터가 거의 결승처럼 진행되고 있다.

서이라는 "딱 한 명을 지목하기보다는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가 상대하기 어렵다"면서 "계주에서 계속해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 잦은 실수를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평창, 꿈이자 또다른 발판이다

 서이라의 레이스 모습

서이라의 레이스 모습 ⓒ 박영진


서이라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 시즌 국가대표로 자동발탁됐다. 일반적으로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10대 후반 내지 20대 초반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서이라는 조금 늦은 만 26세에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서이라는 "첫 올림픽이라고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즐기고 싶다"며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일찍 전성기를 맞이한다. 훈련량이 경쟁국들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고, 특히 국가대표들의 경우 새벽 5시부터 하루 훈련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부상 등으로 인해 선수 수명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그렇지만 서이라는 "앞일은 모르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까지 지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해 4관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 올림픽인 평창이 서이라 자신에겐 기회이자 또 다른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이라를 선봉으로 한 남자 쇼트트랙이 그가 말한 것처럼 안방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첫 번째 꿈인 동시에 두 번째 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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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서이라 평창동계올림픽 세계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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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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