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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 산등성이에 있는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
 동거차도 산등성이에 있는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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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에 안착된 가운데,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인 동수 아버지 정성욱씨가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세월호 유가족 “목포신항 안착이 사실상 인양 성공”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에 안착된 가운데,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인 동수 아버지 정성욱씨가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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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연기가 나!"
"방제하는 건가?"

인양작업 현장 소식에 동수 아버지 정성욱씨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카메라는 재킹바지선 2대에 묶인 세월호와 다른 선박들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세월호를 반잠수선에 얹어 재킹바지선을 분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5일 오후 2시 55분쯤, 동거차도 산등성이의 상황이다. 정씨는 "우리가 그냥 여기 있는 게 아니다"라며 "육안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다 기록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물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한숨 돌릴 줄 알았던 '세월호 가족'들은 안도는커녕 눈을 더욱 부릅떴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인양과정 감시에 한시도 소홀함이 없다.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은 여전히 맹골수도를 내려다보며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봤다.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에 안착되어 있다.
▲ 반잠수선에 안착된 세월호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에 안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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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에 안착된 가운데,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취재진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 세월호 유가족 “목포신항 안착이 사실상 인양 성공”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에 안착된 가운데,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취재진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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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에서 인양작업을 감시 기록하고 있는 카메라
 동거차도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에서 인양작업을 감시 기록하고 있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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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시초소' 천막은 동거차도 산등성이에 있다. 동남쪽에 세월호 침몰 해역이 내려다보인다. 이들이 천막을 치고 감시에 나선 때는 지난 2015년 8월 29일. 기자가 올라간 날은 인양작업 감시 시작 575일째 날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 천막에서 두 번의 겨울을 났다. 시민들 도움으로 하얀 돔형 천막 2동을 더 쳤다. 여러 자원봉사자들이 애써 준 덕분에 새해 첫 해돋이를 여러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이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이 천막에 머무르며 인양작업을 감시할 형편이 되는 가족들은 3~4명씩 조를 짜 동거차도에 머물렀고, 그럴 형편이 안 되는 가족들은 짬을 내 이 곳을 방문했다. 그럴 짬도 안 되는 가족들은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걸로 각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세월호 인양과정이 안정적인 궤도로 접어들자 동거차도를 찾았던 많은 취재진들도 이 섬을 떠나기 시작했다. 25일 오후 동거차도를 떠나는 페리여객선은 여러 언론사 차량과 취재진들로 만원을 이뤘다.

4·16가족협의회에서 인양분과장을 맡은 정씨도 조만간 이곳을 떠나 목포신항에 머무를 계획이다. 정씨는 다른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선체조사를 참관하며 진상규명 과정을 감시하고 다른 가족들이 동거차도 천막을 지키며 해저면 수색 등 인양 뒤 남은 과정을 감시한다.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로 도킹을 시도하자,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마음을 졸이며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세월호-반잠수식 선박 도킹 지켜보는 유가족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잭킹바지선에 고박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상부 메인 데크 위로 도킹을 시도하자,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마음을 졸이며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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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에 처음 세워진 세월호 가족 천막 내부
 동거차도에 처음 세워진 세월호 가족 천막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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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따뜻했던 섬사람들, '잔인한 4월'엔 동거차도로

동거차도의 천막은 언젠가는 철거될 운명이다. 세월호 가족들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더는 감시할 대상도 없는데, 천막을 철거할 그 날이 오면 왠지 쉽게 연장을 들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이곳에 정이 많이 들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너무나 따뜻했다. 든든하게 먹어야 버틸 수 있다며 생선과 반찬을 갖다 주는 건 다반사고, 몸 좀 편하게 있으라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자기 집을 개방한 선장님도 있었다. 

머리 좋은 진돗개 차돌이도 마을 인심을 닮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천막으로 올라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놀았다.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차돌이는 멍하니 앉아 맹골수도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차돌이가 잘하는 건 천막으로 오르는 이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일이었다.

천막으로 가는 길 나뭇가지에 걸린 노란 리본들 하나하나도, 그동안 물과 식량 등 필요한 물자를 옮기는 데 활용한 지게도 다 그리울 것 같다. 언제고 '잔인한 4월'이 오면 다시 이 섬으로 들어와 천막이 있던 자리에 서서 맹골수도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이 언제까지고 동거차도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넘어 안전한 사회,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한 든든한 동지들은 이미 모였다. 같은 날 아이들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이곳에서 고락을 함께하며 혈육보다 더 강한 유대로 묶였다. 서로 본적도, 아무 인연도 없던 수많은 시민들이 참사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함께 촛불을 들고 세월호 참사 책임을 부인하는 대통령을 몰아냈다.

동거차도 세월호 가족 천막으로 올라가는 길. 진돗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동거차도 세월호 가족 천막으로 올라가는 길. 진돗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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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 앞에 만들어져 있는 세월호 리본
 동거차도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 앞에 만들어져 있는 세월호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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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경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예인선을 선두로 세월호 선체를 고박한 잭킹비지선 두척이 반잠수식 선박을 향해 이동을 시작한 가운데,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시민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동거차도 언덕, 가슴 조리며 세월호 이동 예의주시 24일 오후 2시경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예인선을 선두로 세월호 선체를 고박한 잭킹비지선 두척이 반잠수식 선박을 향해 이동을 시작한 가운데, 동거차도 언덕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시민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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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거차도, #세월호, #세월호가족,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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