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 "제가 그동안 문 후보에게 좀 까칠하게 질문해서 속상하지 않으셨습니까."

문재인: "아니요. 근래에 안 후보 말씀을 보면, (안 후보가) 경선 과정이 아주 힘들었던 거 같아요, 고생이 많았던 것 같고."

안희정: "문 후보님도 힘들어 보이셔서 제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제가 계속 거듭 말씀 올리고 싶은 것은, 문 후보님의 전반적인 정치 흐름을 보면, 상대는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다 옳은 게 돼 버립니다. 문 후보님이 후보 그런 어법과 그런 방식으로 지금 정치적 행보를 하고 계시는 겁니다.

심지어 경선에서 붙는 저마저도, 문 후보님 진영으로부터 '애 버렸네' 거의 그 수준으로 공격을 당합니다. 문 후보님은 거기에 대해서 침묵으로 그냥 좋은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그런 리더십 가지고 정말로, 한 캠프 내에, 그 캠프 성격과는 전혀 상반되게, 문 후보님 당신께서는 그런 이미지로 계시고, 실질적으로 아래에서는 굉장히 많은 싸움들을 방치하는 거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후보가 24일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행보와 리더십에 대해 강한 의문과 불만을 표출했다. "상대는 나쁜 사람이 되고 나는 다 옳은 게 된다, 문 후보가 그런 어법과 방식으로 행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 후보는 이어 "저마저도 문 후보님 진영으로부터 '애 버렸네' 수준으로 공격을 당한다. 문 후보는 그에 대해 침묵으로 좋은 말만 하고 있다. 문 후보가 당신은 그런 이미지로 있으면서, 아래에서는 굉장히 많은 싸움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 후보가 일부 공격적인 '문재인 진영'을 통제하고, 그에 대해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큰사진보기
▲  더불어민주당 최성·이재명·문재인·안희정(왼쪽부터) 대선 예비후보가 24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MBC 공개홀에서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후보들은 이날 약속이나 한듯 노란 리본 배지를 왼쪽 가슴 위에 달았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 후보가 이에 "안 후보가 말씀하시는 지지자들이 결국은 국민들이고 유권자들이다. 그 분들이 정권교체의 희망"이라며 반박했지만, 안 후보는 "일반적으로 댓글 다는 시민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런 말씀을 드린 게 아니다"라며 재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어 "그(댓글) 부분을 말씀 드리는 게 아니"라며 "문 후보가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호남 90%가 문 후보를 지지했다. 고립된 섬 상태로 지난 5년 지나는 동안 민주당은 분열됐다. (그 때) 몰표를 줬던 호남 민심은 하나이지만, 우리가 분열했던 것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작심 발언' 페이스북 글 이어... "문재인 리더십 부족하다" 비판

앞서 안 후보는 "품격 있는 경선을 만들겠다. 문재인 '전두환 표창장' 발언의 취지를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밝히는 등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가 22일 토론회에서 안 후보 주변을 거론하며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라고 말하며 이를 '네거티브'라고 규정하기 시작하자, 그간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한 듯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의 문제 제기는 지난 22일 오전 1시께 본인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장문의 글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당시 "문 후보와 캠프의 태도가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드는지 아느냐"는 등 안 후보가 장문의 글을 통해 섭섭함을 드러낸 데 대해,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참고 참았던 게 폭발한 작심발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안 후보는 이날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관련해 "문 후보가 가진 민주주의 리더십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 리더십이 '나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문법에 빠져 있기에 결과적으로 당의 통합에도 실패했고, 이게 더 확장되면 국가 통합에도 실패할 거라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큰사진보기
▲ 지지호소하는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후보가 24일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행보와 리더십에 대해 강한 의문과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은 전날 23일 오후 광주를 찾아 '더좋은 민주주의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안 후보의 모습.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관련 기사]
"문재인 '피해자 코스프레'에 작심 발언" "분란 일으킨 안희정, 부메랑 맞을 것"
안희정 측 "호남에서 '전두환 표창' 발언 오래 갈 것"
'전두환 표창장' 여파로 문 지지율 빠졌지만 수혜자는...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는 27일 호남 경선을 앞두고, '호남' 지역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안타깝게도 '부산 대통령' 얘기가 나와서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문 후보가 말하는 '호남 총리'가 '부산 대통령'과 묘하게 매치되면서 호남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민심을 많이 들었다. 마치 뭘 던져 주는 것 같다는 얘기"라며 문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문 후보는 앞서 '대탕평 인사'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지역 균형 발전의 시작은 차별 없는 인사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호남 차별의 9년이었다"라며 "호남 인사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던 인재부터 구제하도록 시급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부산 대통령' 언급에 문 후보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어떤 맥락의 발언인지 알면서도 호남 민심을 건드려서 경선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이 후보의) 이런 태도는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27일 첫 지역 순회 경선이 광주에서 열린다. 한편 한국갤럽이 24일 발표한 3월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전주 대비 14%p 하락해 33% 지지율을 보였고, 같은 지역에서 안 후보는 11%로 전주와 동일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주보다 4%p 오른 11%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