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대한항공 감독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오른쪽)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오른쪽) ⓒ 박진철


제대로 만났다. 진검승부다.

2016~2017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이야기다. 두 팀은 25일부터 프로배구 왕좌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한다.

대한항공은 '창단 이후 최초'로 겨울 리그 챔피언에 도전한다. 1969년에 창단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프로 출범 이후는 물론이고 1984년 제1회 대통령배 배구대회부터 2015~2016시즌 V리그까지 32년 동안 겨울 리그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2010~2011시즌부터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모두 삼성화재의 벽에 막혔다.

현대캐피탈도 간절함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6~2007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10년 동안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배구특별시'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한 팀으로서 10년의 무관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트라이아웃 이후 첫 챔피언... '새판' 주인공 탄생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도입 이후 첫 왕좌를 가린다는 점이다. 새로운 판도 변화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배구 스타일도 비슷하다. 몰빵 배구를 지양하고,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승부가 됐다.

전력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팽팽하다. 외국인 선수에서는 대한항공이 앞서지만,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와 최근 경기력은 현대캐피탈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 한 마디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챔피언결정전을 하루 앞둔 24일,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챔프전에 임하는 각오와 스피드 배구에 대한 관점 등을 들어봤다.

아래는 두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전력 비슷, 체력·경기감각 문제 안돼"

- 양팀의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기원 "두 팀의 전력이 거의 비슷하다고 본다. 체력이나 경기 감각 문제로 유불리를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런 부분은 두 팀 다 충분히 대비하고 나올 것이다."

최태웅 "객관적인 전력만 따진다면, 우리가 밀린다. 올 시즌 트라이아웃에서 톤을 외국인 선수로 지명한 이후 현대캐피탈이 우승 후보라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해온 게 국내 선수들의 탄탄한 기본기와 스피드 향상이었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 대신 송준호가 들어가면 팀 플레이가 오히려 더 빨라진다. 그 효과를 리그 후반기에 톡톡히 보고 있다. 기자와 전문가들은 현대캐피탈이 국내 선수로만 코트에 들어가면 전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한국전력과 PO, 가장 완성된 스피드 배구"

-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에서 레프트 공격수인 박주형과 송준호가 공격을 이전보다 훨씬 간결하고 빠르게 가져가는 게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가 가장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최태웅 "맞다.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좀 일찍 대니를 송준호로 교체했다. 송준호를 그동안 계속해서 경기에 투입해 스피드 배구 적응력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 어떤 부분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는가. 승부의 키포인트를 말한다면? 
박기원 "우리가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 우리 팀은 세터와 공격력, 서브가 좋기 때문에 그 부분을 최대한 살려서 밀고 나갈 것이다. 단기전에서 그동안 잘 안되는 약점을 보완하는 건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렵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갈 것이다."

최태웅 "결국 집중력과 간절함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기원 "한선수·공격력, 장점 극대화로 승부"

- 두 팀은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 진검승부를 하게 된다.
박기원 "스피드 배구는 전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는 토털 배구를 기본 바탕으로 한다. 그런 관점은 최 감독이나 저나 비슷하다. 그러나 선수들 각자의 능력에 맞게 세터가 스피드를 조절해주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수별로 스피드를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대한항공에서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다. 그게 가능한 것은 한선수라는 훌륭한 세터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세터와 선수층이 두꺼운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우리 팀 특성과 색깔에 맞는 스피드 배구를 하는 거다."

최태웅 "두 팀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이 비슷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저희가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는 전 선수가 간결하고 빠르게 공격을 하도록 해서 팀 플레이 자체를 전체적으로 빠르게 가져가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박 감독의 스피드 배구와 약간의 차이는 있다.

저희 팀의 배구를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전 선수 6명 모두가 한 번에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누구도 놀고 있으면 안된다. 일단 공이 자기 앞에 오면 공격은 물론, 2단 연결 상황에서는 세터처럼 토스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문성민이 토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주 공격수이기 때문에 뒤로 빠지면서 공격하러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것 없이 모든 공격수가 공격과 수비는 물론 토스까지 다 해야 한다."

최태웅 "대표팀도 현대처럼 가야 국제경쟁력"

- 최 감독은 남미·유럽형 스피드 배구를 기본으로 하되, 주전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뿐만 아니라 세터 역할까지 가담하는 한 단계 더 나간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는 것 같다. 남미·유럽형 스피드 배구를 한국 선수들 체질에 맞게 접목하고 변형한 느낌이 든다.
최태웅 "맞다. 저는 한국 국가대표팀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제대회에서 한국 배구가 경쟁력이 생긴다. 그냥 남미·유럽형 스피드 배구로 강팀들과 맞붙게 되면 외국 선수들의 타점 높은 공격과 신체적 조건 때문에 이기기가 쉽지 않다."

- 최 감독의 말을 풀이하자면 이런 것 같다. 남미·유럽의 배구 강국처럼 한국 선수들도 205cm대 신장으로 높은 타점에서 파워 있는 공격을 할 수 있다면, 라이트 공격수가 굳이 수비를 안 해도 된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라이트 공격수도 자기 앞에 오는 공은 수비뿐만 아니라 2단 연결 상황에서 세터처럼 토스를 정교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어려운 볼에 대한 득점력을 높아지고, 남미·유럽의 장신 블로킹 벽을 뚫어낼 수 있다. 그리고 서브도 강하고 까다롭게 넣어야 한다. 따라서 남미·유럽처럼 스피드 배구를 하되, 전 선수가 공격과 수비뿐만 아니라 토스도 세터처럼 해서 완벽한 토털 배구를 구사해야 한다. 그것이 최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다. 그런 뜻인가?
최태웅 "맞다. 정확한 해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박기원 최태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